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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시장' 황정민 "아쉬울 거면 시작도 안 해, 최선 다할 수밖에" (인터뷰)

기사입력 2014.12.14 07:45 / 기사수정 2014.12.14 23:31

조재용 기자
'국제시장' 황정민 ⓒ 엑스포츠뉴스 김한준 기자
'국제시장' 황정민 ⓒ 엑스포츠뉴스 김한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재용 기자] 툭툭 던지는 말에 재치가 묻어 있다. 선한 웃음 속에는 깊은 여운이 느껴진다. 배우 황정민의 인간적인 매력은 '국제시장'과 꼭 닮았다.

17일 개봉을 앞둔 '국제시장'은 1950년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부산으로 피란 온 덕수(황정민 분)의 다섯 식구를 다룬다. 전쟁통에 헤어진 아버지를 대신해야 했던 덕수는 오직 가족을 위해 헌신한 이 시대의 평범한 아버지 이야기를 들려준다.

황정민은 아버지를 소재로 한 영화라는 점에서 이번 작품에 의미를 뒀다. 아버지에 대한 특별한 기억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아버지의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어요. 어머니에 비해서 아버지를 다룬 작품은 많이 없더라고요. 불편할 수도 있지만 아버지는 남자들에게 주는 먹먹함이 있잖아요. 대본을 읽고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나네요."

평범한 아버지에 대한 표현, 황정민 이외에 다른 배우가 쉽사리 떠오르지 않을 만큼 배역과 잘 어울린다. 윤제균 감독 역시 황정민이 1순위였다고 한다. 하지만 황정민은 의외의 부분에서 고민을 갖고 있었다.

"평범한 사람같은 느낌으로 표현하기가 어렵더라고요. 저는 평범하다고 생각하지만 배우이고 연예인이기에 평범하지 않잖아요. 거기에서 오는 괴리감이 느껴질까봐 걱정했어요. 세월이 묻어나는 자연스러운 덕수처럼 보이려고 최대한 노력했어요."

이처럼 황정민은 분명 대한민국에서 내로라 하는 배우지만 '편안함'이 먼저 떠오른다. '신세계', '부당거래' 등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캐릭터들도 많았는데 말이다.

"돋으라지지 않는 외모?(웃음) 일반 관객들이 저를 옆집 삼촌처럼 보시는 것 같아요. 서글서글한 이미지가 강해서인지…잘 모르겠네요."

'국제시장' 황정민 ⓒ 엑스포츠뉴스 김한준 기자
'국제시장' 황정민 ⓒ 엑스포츠뉴스 김한준 기자


'국제시장'은 시대를 관통하는 덕수의 모습이 관전포인트다. 황정민이 20대부터 70대까지 흔들림없는 덕수를 잡아줄 때만이 관객은 끝까지 몰입할 수 있다. 다양한 세대 중 황정민은 70대 연기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중요한 것은 결론이라고 생각해요. 늙은 노인네가 이렇게 살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어요. 그것을 이해해야 전체가 관통하는데 그 과정이 힘들었어요. 할아버지의 걸음걸이, 손 동작, 절뚝대는 디테일들을 살리기가 쉽지가 않았어요. 관객들이 내 모습을 보고 분장을 잊고 진짜 할아버지처럼 느꼈으면 좋겠네요." 

황정민은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를 출연 당시 할아버지를 연구하기 위해 공원에 직접가서 인터뷰도 하고 걸음걸이도 연구했던 것이 큰 많은 도움이 됐다고 한다. 당시 황정민은 옷을 몇 번 갈아입는지, 속옷은 무엇을 입는지, 어떤 신발을 주로 신는지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파악했다.

황정민의 말처럼 '국제시장'의 하이라이트는 70대가 된 덕수에 있다. CG와 분장에서 많은 공을 들인 만큼 그 부분의 이야기가 조금 더 듣고 싶었다. 황정민은 의외의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노인 분장이 불편하거나 그렇지는 않았어요. 대신 분장이 빨리 되는 곳으로 섭외해 달라고 했어요. 중요한 것은 따로 있는데 분장하는데 진 빼기는 싫더라고요. 수소문 끝에 스웨덴 팀이 낙점됐어요. 3명의 배우를 분장하는데 처음에는 3시간 30분 걸리다가 나중에는 2시간 50분까지 끝내주시더라고요(웃음)."

'국제시장' 황정민 ⓒ 엑스포츠뉴스 김한준 기자
'국제시장' 황정민 ⓒ 엑스포츠뉴스 김한준 기자


황정민은 최근 많은 작품을 소화했다. '국제시장' 개봉을 앞둔 가운데 '곡성'(가제)과 '히말라야'(가제), '베테랑' 등 현재 촬영 중 이거나 내년 개봉을 앞둔 작품들이 많다. 쉴새없이 활동한 것처럼 보이는 황정민은 "전혀 그렇지 않다"며 껄껄 웃어보였다.

"'베테랑' 찍고 5개월 정도 쉬었어요. 작년에 찍어놓은 작품들이 이제 나오고 그래서 그렇게 보이는 것 같아요. 작품이 끊길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어요. 주연말고 조연해도 되고 아니면 배우말고도 직업은 많아요. 기자해도 되고요.(웃음)"

황정민은 천만 배우 타이틀이 없는 것에 대해서는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 그것은 관객의 몫"이라고 전했다. 순리를 거스르지 않고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하는 덕수의 모습이 곧 황정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황정민의 덕수이기에 '국제시장' 개봉이 더욱 기다려진다.

"저의 연기지론은 '아쉬울 거면 시작 하지말자'에요. 사람들이 '아쉽지 않았어요?'하고 많이 묻는데 아쉬운 적이 한번도 없었어요. 안되는 걸 어떻게 해요(웃음). 선택과 집중이 잘 이뤄진 것일 수도 있고, 덕분에 미친듯이 임해야하는 것 같아요. 안될 것 같으면 이번 작품도 시작 안했을 거에요."

한편 '국제시장'은 지난 2009년 '해운대'를 통해 1145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던 윤제균 감독이 5년 만에 메가폰을 잡았으며 황정민을 포함해 김윤진, 정진영, 장영남, 라미란, 김슬기 등이 출연한다. 오는 12월17일 개봉.

조재용 기자 jaeyong2419@xportsnews.com

조재용 기자 jaeyong2419@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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