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3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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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의 인기 뒤에는 '각색의 힘'도 있었다

기사입력 2014.12.11 01:49 / 기사수정 2014.12.11 12:18

김승현 기자
미생 ⓒ tvN
미생 ⓒ tvN


[엑스포츠뉴스=김승현 기자] tvN의 20부작 금토드라마 '미생'이 연일 최고시청률을 경신하며 절정의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신드롬의 배경은 윤태호 작가의 웹툰 원작이 갖는 힘, 사실적인 연출과 캐릭터를 생생하게 살려낸 배우들의 연기 등 3박자가 잘 맞아들어간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 덧붙여져야 할 성공 요인이 있다. 바로 '각색'의 힘이다.

원작의 후광에 가려지긴 했지만 드라마 '미생'은 대본 자체도 매우 뛰어나다는 게 방송계의 평가다. 한 방송 관계자는 "사실 아무리 원작이 좋아도 각색 과정에서 대본이 시원찮게 나오는 바람에  실패하는 드라마가 적지 않다"면서 "'미생' 원작은 워낙 뛰어나기 때문에 각색이 상대적으로 쉽다고 할 수도 있지만, 원작의 느낌을 잘 살리면서도 디테일을 풍성하게 하고, 캐릭터에 보다 입체적인 성격을 부여하는 등 대본도 매우 훌륭하다"고 평가했다. 

연출을 맡은 김원석 감독은 "원작자가 의도했던 느낌에 벗어나지 않도록 윤태호 작가와 얘기를 많이 나눴다"면서 원작의 감성을 살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드라마 인기의 선봉에는 원작의 힘이 늘 거론되고 있다. 여기에 디테일을 놓치지 않는 연출력, 배우들의 살아 숨쉬는 연기력이 떠오르지만, 드라마 대본을 쓴 작가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었다.

허나 방송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원작의 빛에 가려진 각색의 힘을 주목하고 있다. 아무리 원작이 좋아도 각색 과정에서 원작의 장점을 살리지 못한 대본이 적지 않기 때문에, 이번 '미생'이 거둔 성공의 바탕에는 드라마 대본을 쓴 정윤정 작가의 공력도 무시할 수 없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원작은 9권으로 구성돼 있긴 하지만, 그것을 잘 살려낸다고 해도 20부작 드라마 대본으로 옮기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런데 원작의 결을 살리면서 중간중간 디테일에 신경 쓰고, 캐릭터에 생생함을 불어 넣고 있다. 1회에서 마지막까지 에피소드가 꽃을 피울 수 있도록 뼈대를 갖추면서 설득력을 확보한 것은 순전히 대본의 힘이라 할 수 있다. '미생' 관계자는 "큰 틀은 원작과 비슷하지만, 인물의 대사와 직장인들이 접하는 다양한 상황, 그리고 캐릭터를 부각하는 것은 작가의 공이 크다"고 말했다.

정윤정 작가는 원작에 없는 상황을 추가하며, 극의 흐름을 유연화했다. 1회에서 젓갈 공장으로 파견된 장그래(임시완 분)는 혼자서만 철수 지시를 전달받지 못한 채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낙하산이라는 소문으로 왕따를 당하던 찰나에, 냄새가 난다고 놀림을 받는 모습은 신입사원의 처절함을 더했다.

'미생' 이성민 ⓒ tvN
'미생' 이성민 ⓒ tvN


또 7회에서 오상식 과장(이성민)은 최전무(이경영)에 의해 진행하려던 사업이 무산되자, 속상함에 만취한 채 귀가했다. 아내의 잔소리에 "당신들이 술맛을 알어? 아냐고"라는 질문을 던졌다. '미생' 관계자에 따르면 정윤정 작가는 만화보다 드라마가 접근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이 장면을 엔딩으로 넣었다. 직장인을 가장으로 둔 가정에게 공감을 선사하고자 했다는 것. '아버지 혹은 남편이 왜 술을 많이 마실까?'라는 생각을 유도하면서 직장인의 애환을 다루고 싶었고, 이 장면은 진한 여운을 남기며 정점을 찍을 수 있었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원작이 장그래 외에 주변인들을 평이하게 그렸다면, 드라마는 보다 입체감을 더했다. 임시완, 이성민, 강소라, 강하늘, 김대명, 변요한 등 주연 외에도 조연 배우들에게도 매회 에피소드를 이끌어가는 막중한 책임감을 주었다.

5회에서는 이 시대 워킹맘을 대변하는 선차장(신은정)이 직장 여성들의 애환을 드러냈다. 또 6화에서는 IT팀 박용구(최귀화) 대리가 마음 약한 가장이 살아가는 법을 전해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우유부단한 직장인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이들은 해당 에피소드에서 주연 못지 않은 비중으로 주제 의식을 전달했다. 아울러 곳곳에 배치된 밉상 캐릭터들의 깨알같은 활약도 현실감을 더한다.

이들은 직장인의 단면을 미세하고 생생하게 묘사했고, 주연 배우들 못지 않은 인기를 얻으며, 상승세의 원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미생'을 담당하는 이재문 PD는 "다양한 작품에서 신스틸러로 임했던 배우들이 매회 에피소드를 책임지고 있다. 이는 분명 주연의 힘으로 끌고가던 한국 드라마에서는 쉽지 않은 시도다. 연출을 맡은 김원석 감독은 까다롭게 단역을 심사했고, 그 결과 구멍 없는 연기자 라인업을 구축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제는 주연이나 다름 없는 하대리(전석호), 성대리(태인호)는 신입사원을 혼쭐내면서, 사랑받는 악역으로 거듭났다. 원작에서 안영이(강소라)는 당당한 태도로 회사로부터 인정을 받았고, 한석율(변요한) 또한 자신감이 넘친다. 드라마에서는 보다 더 현실감을 취하기 위해 기세 등등한 두 신입사원의 시련을 다루고자 했고, 입맛에 맞게 변환된 맞선임들은 비슷하게 부각될 수 있었다.

'미생'이 이처럼 가속을 받으며 고공행진을 할 수 있었던 데는 원작과 연출의 힘 뿐 아니라 정윤정 작가의 각색을 무시할 수 없다. 

김승현 기자 drogba@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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