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윌셔가 한층 발전된 모습을 잉글랜드 대표팀에서 보여주고 있다 ⓒ AFPBBNews=News1
[엑스포츠뉴스=김형민 기자] 선수들에게는 각자의 이상형이 있다. 이는 플레이스타일에 관한 것이고 롤모델과도 관계되어 있다.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이상은 경기를 하면서 그대로 구현되고는 한다.
잉글랜드 대표 잭 윌셔(아스날)의 최근 행보가 그렇다. 샛별 시절 세스크 파브레가스(첼시)의 뒤를 쫓던 윌셔는 어느덧 잉글랜드 중원의 핵심이 됐다. 플레이도 점차 발전하고 있다. 심심찮게 나오는 악동기질은 흠이지만 그라운드 위에서는 성장세를 몸소 입증하고 있다.
윌셔는 지난 19일(한국시간) 스코틀랜드와의 A매치 평가전에 출전했다. 잉글랜드 공수의 키를 쥐었다. 중원을 누비면서 기가 막힌 패스를 뿌리고 다녔다. 전반 32분에는 정확한 장거리 패스로 침투해 들어가던 알렉스 옥슬레이드-체임벌린의 헤딩 골을 도왔다.
잉글랜드가 3-1로 승리한 이날 윌셔의 택배 패스는 현지 중계진으로부터 "아름답다"는 찬사를 들었다. 호평들도 쏟아졌다. 윌셔는 투표를 통해 뽑은 스코틀랜드전 공식 MOM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소속팀 아스날에서 올 시즌 윌셔는 부상자 명단과 출전 명단을 오갔다. 비교적 적은 출전 기회에서도 좋은 몸놀림을 보였다. 잉글랜드 대표팀도 예외는 없다. 장단에 관계 없이 과감하고 정확한 패스를 넣을 수 있는 윌셔는 로이 호치슨 감독의 구상 안에 계속 포함되고 있다.
윌셔의 패스 등을 활용해 '긴 볼 축구'를 즐기던 삼사자 군단은 최근 윌셔가 짧은 패스에도 효과를 보이면서 달라진 행보를 걷고 있다. 스코틀랜전도 그랬다. 윌셔는 인당 점유율(전체 점유율에서 선수 한 명이 담당한 점유율)은 4.2%로 제임스 밀너(5.1%) 등에 이어 팀 내 세 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잉글랜드의 미드필드 장악의 핵심에 버금가는 결과물이다.
특히 경기 모습이 파브레가스의 스타일과 닮아 있다. 아직 수준의 차이는 있지만 자신의 롤모델로 삼았던 파브레가스에 차츰 접근하고 있다. 윌셔는 지난 2011년 파브레가스가 아스날을 떠나기 전까지 함께 했다. 2010-2011 시즌에는 파브레가스와 함께 경기에서 호흡을 맞추기도 했던 윌셔는 항상 파브레가스를 꿈꿔왔다. 후방에서 패스를 제공하는 데 재미를 붙인 윌셔는 이후 아스날 중원의 기대주로 손꼽히기도 했다.
지난 스코틀랜드전에서 윌셔 도움 상황(왼쪽)과 윌셔의 주요 패스 경로(오른쪽) ⓒ 엑스포츠뉴스=김형민 기자
파브레가스가 떠났다가 영국으로 돌아온 3년 사이 윌셔도 많이 변했다. 함께 다른 유니폼을 입고 누비고 있는 프리미어리그에서의 기록은 윌셔가 얼마나 쫓아오고 있는 지를 잘 반영해준다. 11라운드까지 진행된 현재 평균값으로 살펴보면 윌셔는 패스성공률에서 83%를 기록하며 파브레가스(89%)를 10% 이하의 차이를 보였다. 슈팅 정확도에서는 60%로 57%를 달성한 파브레가스보다 높았다.
영국도 이러한 윌셔의 성장에 고무됐다. '미러'는 11월 두 번의 A매치에서 윌셔의 활약을 조명했다. 대중지 '더 선'은 직접 파브레가스와 윌셔와 관련된 그래픽 자료를 대조하면서 둘 사이의 좁아진 격차를 대변하기도 했다. 그동안 테크니션에 대한 갈망을 자주 보였던 영국으로서는 윌셔의 발전에 큰 기대를 보일 수 밖에 없어 보인다.
유로2016을 준비하는 잉글랜드는 추가로 프랑스, 독일 등 강호와 평가전을 잡았다. 윌셔 역시 이전과는 다소 다른 강한 미드필더진들과 충돌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아스날의 선두권 도약을 이끌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이 있다. 과연 A매치를 통해 자신감을 얻은 윌셔가 리그와 A매치에서 계속된 성장 흐름을 보여줄 지 주목된다.
김형민 기자
khm193@xportsnews.com
김형민 기자 sports@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