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서가 여성스러운 모습으로 인터뷰 장소에 등장했다 ⓒ 웰메이드이엔티
[엑스포츠뉴스=김현정 기자] 웨이브가 들어간 긴 머리에 까무잡잡한 피부까지, 단발머리의 차분한 장보리는 온데간데 없다.
MBC 드라마 '왔다 장보리'의 종영 이후 한결 여유로워진 모습으로 인터뷰 장소에 등장한 그는 "원래도 까만 편인데 촬영하면서 더 탔다"며 활짝 웃었다. 웃을 때마다 깊게 들어가는 보조개가 참 매력적이다. 배우 오연서(27)를 두고 한 말이다.
지난달 종영한 '왔다 장보리'에서 주인공이자 타이틀롤 장보리 역을 맡아 열연한 그는 이번 작품으로 체감 인기가 높아졌다며 들뜬 목소리를 냈다.
"식당에 가면 저를 보려고 주방에서 아주머니들이 다 나오세요. 손도 잡아주시고 엉덩이도 때려주면서 어머님들이 반갑게 맞아주시더라고요. 저를 좋아해 주셔서 기분이 정말 좋아요."
오연서는 초반 촌스러운 파마머리에 고무줄 바지를 입고, 전라도 사투리를 걸쭉하게 내뱉는 보리 캐릭터를 맛깔나게 소화했다. 타이틀롤이라는 부담감이 있었지만 책임감을 갖고 연기에 임해 드라마의 인기를 견인했다.
"보리처럼 부담되는 역할은 처음이었어요. 사투리 연기는 물론이고 부모가 없는 연기, 모성애도 표현해야 했죠. 타이틀롤이다보니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많았고 해도 될까 하는 고민도 있었어요. 사투리 연기도 힘들었고요. 연습할 수 있는 시간이 기껏해야 한 달 반 정도였는데 전라도에 살아본 적이 없어서 외국어를 공부하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나름 고민도, 연구도 많이 했었기에 사투리를 못한다는 말이 가장 아쉬웠어요."
초반에는 물불을 가리지 않고 망가졌다면 중 후반에는 비단(김지영)이에게 한결같은 모성애를 드러내며 진한 감정 연기를 선보였다. 엄마 연기를 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지만 진정성 있는 연기를 보여줬다.
"중간에 '5년 후'로 점프하다보니 갑자기 6살 된 딸이 생겼어요. 보리와 비단이가 함께 살아온 5년이란 세월과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하는 게 너무 어렵더라고요. 그럴 때마다 저희 엄마를 생각하면서 연기했죠. 제가 화내고 투정부려도 맹목적인 사랑을 주는 엄마의 마음을 생각하니 자연스럽게 슬퍼지더라고요. 지영 양도 워낙 연기를 잘해서 제가 더 잘할 수 있었어요."
오연서는 '왔다 장보리'로 대세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 웰메이드이엔티
그는 시청률 40%에 육박했던 '왔다 장보리' 덕분에 대세 배우의 입지를 완전히 굳히게 됐다. 이미 드라마 '반올림'(2003)부터 '천국보다 낯선'(2006), '대왕세종'(2008), '동안미녀'(2011), 영화 '울학교 이티'(2008), '여고괴담5'(2009),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2012), '오자룡이 간다'(2012), '메디컬탑팀'(2013)까지 적지 않은 필모그래피를 지녔지만, 이번 작품은 그에게 유독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연기에 대해 깊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어려운 신도 많았고 뜻대로 잘 안 돼서 속상한 적도 있었지만 진심이 담긴 신이 나올 땐 보람도 느꼈죠. 살아가는 데도 영향을 받아요. '나쁜 사람이 더 잘되는 세상'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끝까지 두고 보면 아닌 것 같아요. 중요한 건 양심이니까요. 보리처럼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오연서는 앞으로도 밝은 역할을 해보고 싶다며 웃었다 ⓒ 웰메이드이엔티
'왔다 장보리'로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재확인한 오연서는 어느덧 데뷔한 지 12년 차에 접어들었다. 꾸준하게 작품을 해왔지만 동시에 긴 무명 시절도 겪어본 그다. 2년 전 '넝쿨째 굴러온 당신' 이후에야 비로소 대중에게 얼굴을 알리고 유명세를 얻기 시작한 오연서는 포기하지 않고 달려온 덕에 주연 배우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무명 때가 힘들긴 했지만 그건 모든 20대가 겪는 문제라고 생각해요. 일반적인 20대도 진로나 대학, 취업 때문에 힘들게 보내는 것 같아요. 저도 그랬고요. 그래도 너무 어린 나이에 유명해지지 않아서 지금까지 버티면서 올 수 있지 않았나 해요. 어렸을 때 유명해지면 포기해야 할 게 많은데 저는 엠티도 가보고 F도 맞아보고 아침까지 술도 마셔보고 친구들과 떡볶이도 먹고 제 생활을 많이 했어요.(웃음) 그런 경험들이 연기하는데도 많은 도움이 되더라고요."
깍쟁이 여배우의 이미지와는 달리 쿨하고 시원시원한 성격의 오연서는 하이힐보다는 운동화를 신는 걸 좋아하고 치마보다는 바지를 즐겨 입는 털털한 여자다. 앞으로도 자신의 장점인 밝은 성격을 잘 살릴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다며 웃어 보였다.
"2년 동안 연기한 캐릭터들이 한결같이 밝았어요. 저의 밝은 에너지 때문에 시청자들이 좋아한다고 생각하고요. 제가 잘할 수 있는 역할인 만큼 밝은 면을 좀 더 보여주고 싶어요. 이미지를 갑자기 바꾸기보단, 조금씩 변화하고 성장하면서 진심을 보여주는 배우가 되고 싶답니다."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