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 ⓒ 서태지컴퍼니
[엑스포츠뉴스=한인구 기자] 서태지의 정규 9집 선공개곡 '소격동' 아이유 버전과 서태지 버전이 베일을 벗었다. 발표 직후 각각 음원 차트 1위에 올랐지만, 김동률의 '그게 나야'와 악동뮤지션의 '시간과 낙엽'에 다소 밀리는 듯하다. 호평 속에서도 서태지의 음악적 역량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도 들린다. 하지만 서태지의 본격적인 음악 행보는 이제 시작이다.
서태지는 5년 만에 정규 9집 'Quiet NIght(콰이어트 나이트)' 발매를 앞두고 있다. 이에 앞서 선공개곡 '소격동'으로 먼저 대중과 만났다. 그가 선공개곡을 선택한 것 만큼이나 자신의 목소리가 아닌 아이유가 부른 곡을 먼저 발표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아이유 버전의 '소격동'이 공개되자 가요팬들은 들끓었다. 최근 가요계에서 쉽사리 들을 수 없는 장르에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렸다. 그래도 '소격동'이 발매되자 음원 차트 1위를 휩쓸며 서태지의 저력을 보여줬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소격동'은 예상보다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옛연인을 추억하게 하는 김동률의 '그게 나야'에 밀리는 듯했다. 이어 서태지 버전의 '소격동'이 나왔지만, 악동뮤지션의 '시간과 낙엽'으로 인해 주춤했다.
서태지는 9일 방송된 KBS 2TV '해피투게더'에서 '소격동'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갔다. 그는 "9집 콘셉트는 동화다. 가족이 생기다보니 지금 잘할 수 있는 따뜻한 음악에 관심을 가졌다"면서 "소격동에서 지내던 시절을 생각하며 쓴 곡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태지는 아이유 버전 '소격동'이 음원 차트 1위에 오른 것에 대해 "정말 놀랐다. 한국에 있는 장르가 아니기에 노래가 사실 조금 어렵다. 아이유 덕분인 것 같다"고 밝혔다.
그의 말처럼 '소격동'은 난해한 구석이 많은 노래다. 록과 전자음악의 장르적 혼합과 섬세한 가사가 어울리며 1980년대를 떠올리게 하지만, 현재 대중가요 분위기와는 공통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소격동'이 선공개라는 점을 감안하면 가요팬들이 오랜 만에 컴백하는 서태지를 향해 실망의 눈빛을 보내기에는 아직 이르다. 서태지는 항상 '기존의 음악보다 반 발자국 앞서가는' 음악을 해왔기 때문이다. '소격동'이 아이유 버전 보다 서태지 버전이 공개된 뒤 더욱 반응이 좋았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서태지가 기존방식과 달리 정규 앨범 발표 시기가 많이 남은 상황에서 선공개곡을 내놓은 것은 5년의 공백기를 채우려는 시도로 해석할 수 있다. 5년이란 시간은 서태지가 은퇴를 선언하고 다시 앨범을 발매한 시간보다도 더 길다.
또 서태지는 오랜 공백기를 채워줄 존재가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서태지에게는 그동안 '문화대통령' '은둔형 스타' 등의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세상 사람들과 동떨어지는 이미지가 단단히 박혀있었다. 최근 개인사에 대한 좋지 많은 인식이 번진 가운데 잠재적인 팬들과의 연결고리가 있어야 했다. 서태지는 이러한 상황에서 실력과 인지도를 지닌 아이유와 함께 작업했다.
'소격동'도 분명 서태지가 공들여 준비한 노래일테지만, 제대로된 평가는 정규 9집의 타이틀곡이 나온 뒤에 해도 늦지 않다. 서태지가 22년간 가요계에서 '문화대통령'이란 별명을 지킬 수 있었던 것도 가요계의 흐름을 읽고 앞서가는 그의 음악적 능력 때문이었음을 감안하면, 조금만 더 참고 기다려주는 정도의 아량은 필요할 것 같다.
한인구 기자 in999@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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