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조로'는 조로라는 영웅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 엠뮤지컬
[엑스포츠뉴스=김현정 기자] 삶이 어렵고 힘들수록 세상은 영웅을 필요로 한다. 욕망에 넘치는 악인이 활보할수록 영웅의 활약도 두드러진다. 스파이더맨, 배트맨, 이순신 장군 등 한 시대를 풍미한 영웅의 이야기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언제나 대중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뮤지컬 ‘조로’에서 검은 망토를 휘두르며 정의의 사도로 활약하는 조로도 마찬가지다. 조로는 영웅이지만 범접할 수 없는, 신 같은 존재는 아니다. 그저 다른 사람보다 조금 특별하고 정의감 넘치는 사람이다. 타고난 영웅이 아닌, 평범한 사람과 다를 바 없어 친근하게 느껴진다.
‘조로’는 19세기 초 미국 캘리포니아를 지배하던 폭군에게 고통받는 시민들을 위해 나서는 디에고(조로)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야욕가 라몬은 캘리포니아의 경제성장을 위해 대륙 횡단 열차철도를 건설하는 거대한 사업을 추진해 시민들에게 막중한 세금을 거둬들인다. 라몬은 민중의 불만에 귀 기울이지 않고 사업을 추진한다. 이때, 영웅 조로가 나타나 ‘악’의 상징 라몬을 응징하고 민중을 구해낸다.
뮤지컬 배우 김우형, 비스트 양요섭, 샤이니 키, 휘성이 조로 역을 맡았다 ⓒ 엠뮤지컬
'Reboot Zorro'(Reboot: 전작의 연속성을 거부하고 시리즈의 이야기를 처음부터 새롭게 만드는 것)를 내세운 ‘조로’는 2011년 초연 때와 줄거리와 인물 설정이 달라진 덕에 재연임에도 새롭게 다가온다.
흔히 생각하는 묵직한 영웅담은 아니다. 인물들의 대사와 행동에는 개그코드와 유머가 섞여 있어 코믹한 분위기로 흘러간다. 시종 코믹함과 진지함을 오가다 보니 산만하고 과한 느낌도 든다. 진지한 영웅 이야기를 바라고 온 이들은 실망할 수 있다. 하지만 가볍고 유쾌하기 때문에 조로의 인간적인 면이 더 부각된다.
영웅이라 해서 현실과 동떨어진 대단한 존재는 아니다. 평범한 사람도 권력과 힘 앞에선 영웅이 될 수 있고, 그렇게 되지 못한다 하더라도 관객은 평범한 조로를 통해 카타르시를 느낄 수 있다. 가볍고 유쾌하다 해서 조로의 진정성이 상실되진 않는다는 말이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코믹과 진지 사이의 틈이 자연스럽게 메워지지 않아 긴장감이 다소 떨어진다는 것이다. 촘촘하지 않은 전개와 때문에 20년 전 사라진 조로의 정체 같은 나름의 반전도 허무하게 밝혀진다. 이네즈와 루이사, 라몬 등의 비중이 더 높다보니 주인공 조로의 존재감이 희미해진 감도 없지 않다. 타이틀롤이지만 오히려 주변 인물로 전락한 느낌이다.
내용과 결말은 단조롭지만 그럼에도 탭댄스, 스턴트 액션, 검술 등 볼거리가 다양해 가볍게 즐기기엔 좋은 뮤지컬이다. 후반 기차 신은 연출된 듯한 느낌이 나긴 하지만 영상과 어우러져 박진감을 준다. 플라멩고 리듬이 담긴 ‘밤볼레오(Bamboleo)’ 등 '집시킹즈(Gipsy Kings)'의 넘버는 관객의 어깨를 들썩이게 한다. 조로 역의 김우형은 허당 영웅의 코믹 면과 남자답고 순수한 면을 동시에 잘 살렸다.
26일까지 서울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열린다. 만 8세 이상. 150분. 공연 문의:02-764-7857~9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