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병헌 ⓒ 엑스포츠뉴스DB
[엑스포츠뉴스=한인구 기자] 경찰은 2일 배우 이병헌(44)을 협박한 혐의로 걸그룹 글램의 멤버 다희(본명 김다희·20)와 이모(24)씨에 대해 구속 영장을 신청했다.
연예인을 상대로 한 협박 사건은 잊을만하면 간간이 터지고 있다. 얼마전 JYJ 박유천(28)은 지인의 휴대폰에 저장돼 있던 사진과 메시지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하는 김모(30)씨의 협박을 받았다. 또 배우 한효주(27)는 지난해 자신의 매니저였던 이들이 사생활 사진을 공개하겠다며 4억원을 달라는 협박에 시달리기도 했다. 비슷한 사건은 이외에도 적지 않았다.
연예인 상대 협박범들의 수법은 '사생활'을 노출하겠다며 겁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 사건의 경우에도 세 사람이 함께 한 자리에서 했던 이병헌의 '음담패설'장면을 몰래 촬영한 뒤, 이를 온라인에 퍼뜨리겠다며 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으로 파렴치하고 비열하다.
왜 유독 연예인은 자신의 프라이버시(사생활)가 협박의 대상이 되는 걸까. 일부 정치인이나 고위공무원들처럼 뇌물을 주고 받다 걸린 것도 아니고, 성추행이나 성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닌데 말이다. 이병헌이 설사 음담패설을 했다고 할 지라도 공적인 자리에서도 아니고 사적인 공간에서 한 것이 무엇이 문제인가. 두 여성은 이병헌의 음담패설이 왜 수십억원을 갈취당해도 좋을 만큼의 '호재'라고 착각한 것일까.
그건 연예인들이 '이미지'로 먹고 살기 때문일 것이다. 이미지는 연예인들에게 자신의 직업에서 지속적인 성공을 보장하는 '생명줄'이나 다를 바 없다. 자신의 '긍정적인' 이미지에 흠집이 간다는 것은 곧 그 생명줄이 끊어지는 것과 같다. 협박범들은 바로 이 지점을 노린다. 연예인의 '아킬레스 건'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것이다. 일반인들도 누군가 자신의 '은밀한 사생활'을 폭로하겠다고 하면 덜컥 겁이 나고 어떻게든 막고자 손을 쓰고 싶은게 인지상정인데, 연예인들은 오죽 하겠는가.
그런 점에서 이번 사건을 대처한 이병헌의 자세는 매우 적절했다. 그는 협박이 들어오자마자 지체하지 않고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쉬쉬'하면서 협박한 여성들과 '합의'를 하려는 등의 시도는 아예 하지 않았다.
톱 스타의 위치에 있는 그로서는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니었을 것이다. 경찰에 신고하는 순간, 사건이 공개되면서 자신의 이미지에 금이 갈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는 개의치 않고 '부당 거래'에는 일체 응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보여주었다.
일각에서는 이병헌이 과거 비슷한 유형의 '사건'에 휘말린 적이 있어 '학습 효과' 때문일 것이라는 둥, 금액이 너무 컸기 때문일 것이라는 둥 '자기식'으로 삐딱하게 해석하기도 하는 모양인데, 모두 옹졸한 처사다.
또한 '이병헌이 무슨 말 못할 짓을 했기에…'라며, 음담패설 외에 더 '센' 무언가가 있지 않겠느냐고 '불순한 상상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연예인들이 자신의 프라이버시를 미끼 삼아 협박이 들어왔을 때, 협박범들에게 끌려다니는 경우가 생기는 것은 바로 이와 같은 대중의 반응이 무섭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병헌은 협박범들에게 어떤 여지도 주지 않았다. 자신의 이미지가 받을 타격과 금전상의 손실을 놓고 계산기를 두드리지도 않았다.
우리에게는 스타의 일거수 일투족을 알고 싶다는 깊은 호기심과 욕구가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정상적이고 합법적인 통로로 얻어진 정보를 통해야만 한다. 아무리 '알고 싶다'고 해서 '부정한 방법'으로 취한 정보에 '빨대'를 꽂게 되면, 연예인 상대의 유사한 협박 사건은 근절되지 않는다.
과거 여성 연예인의 '동영상' 유출 사건이 세간의 화제가 되었을 때, 사려 깊은 사람들 사이에서 '그런 동영상은 아예 보지 말자'는 움직임이 일어 신선한 바람을 일으킨 적이 있다. 이번 경우도 마찬가지다.
물론 사회통념이나 도덕적인 면에서 이병헌에게 손가락질을 할 수는 있다. 아직 구체적인 사실 관계가 밝혀지지 않았지만, 결혼한 몸으로 젊은 여성들과 '노닥거렸다'는 것 자체가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에 따른 책임은 이병헌이 개인적으로 감당해야 할 몫이다. 도덕적인 면을 내세워 '범죄' 행위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연예인은 도덕군자가 아니다. 그들에게도 존중받아야할 사생활이 있다. 범죄행위가 아닌 이상, 그들이 사적인 공간에서 어떤 행위를 하든 그들의 선택이고 자유다. 그런 프라이버시를 악용하려고 할 때 어떤 타협도 있을 수 없다는 점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이번 이병헌의 태도는 '용기' 있었다.
그럼에도 계속 이병헌에게 '낙인'을 찍고 싶은가? 당신의 '고삐 풀린 호기심'에 침을 뱉어라
한인구 기자 in999@xportsnews.com
한인구 기자 in999@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