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왔다 장보리'의 악녀 이유리가 엑스포츠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연민정 캐릭터에 대한 생각을 털어놓았다. 권혁재 기자
[엑스포츠뉴스=김현정 기자] 인터뷰에 앞서 여러 벌의 옷을 갈아입으며 단장하는 이유리는 연민정의 모습 그대로였다. 화려하고 예뻤다.
세트 촬영 리허설을 앞두고 분주하게 움직인 그가 잠시 틈을 내 웃는 얼굴로 인터뷰에 응했다. 겉모습은 완벽한 연민정인데 대화를 나누기 시작하자 상냥하고 발랄한 배우, 그리고 사람 이유리로 돌아왔다.
요즘 이유리의 연기는 얄미운 악녀라는 단어를 동반한다. 어쩜 저리도 혀를 내두르게 하는 못된 연기를 선보일까. MBC 주말드라마 '왔다! 장보리'에서 이유리는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엄마 도씨(황영희 분)와 딸 비단(김지영)이까지 버리고 매번 거짓말을 일삼는 연민정을 연기하며 극의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사실 되게 웃겨요.(웃음) 연기자는 거짓말을 하는 걸 다 알고 있잖아요. 아까도 거짓말 하는 신이 있었는데 너무 웃긴데 진지하게 하려니 웃음이 나더라고요. 황당한데 심각하게 해야 하니까요."
다소 현실감 없는 연민정 캐릭터에 시청자들이 몰입하고 빠져드는 이유는 뭘까. 회를 거듭할수록 캐릭터에 집중하게 되는 그의 연기력 때문은 아닐까. 이유리의 연기는 연민정이라는 캐릭터의 이해에서 비롯됐다.
"민정이는 연기 속에서 연기를 하는 특이한 캐릭터에요. 연기하는 재미가 있죠. 민정이에게 많이 빠져 있는 편인데, 다른 사람들이 다 욕해도 저는 민정이가 가여워요. 친엄마에게 하는 얘기나 감정들은 용서가 안 되고 힘들지만요. 이렇게 노력을 하는데 아무것도 가질 수 없다는 데서 연민의 정이 느껴지죠. 김순옥 작가님이 못된 짓을 해도 슬펐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못된 짓을 하지만 단순한 악역이 아닌 슬픈 악역을 원하셨어요. 화장도 너무 악역처럼 안 보였으면 좋겠다고. 저도 같은 생각이고요."
이유리가 '왔다 장보리'의 시청률 고공행진에 대해 기쁜 마음을 드러냈다 ⓒ MBC
'왔다 장보리'는 시청률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17일에는 시청률 30.4%(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올리며 자체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독보적인 주말극 1위다. '왔다 연민정'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캐릭터를 제 몸에 체득화한 이유리는 높은 시청률에 연연해하지 않는 듯 오히려 차분했다.
"시청률이 잘 나와서 힘이 되고 기분이 좋지만 연기할 때는 최대한 들뜨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물론 다들 감사하게 여기고 있죠. 아무리 힘들어도 시청률이 잘 나오면 다 용서되는 분위기니까요.(웃음) 예상 시청률이요? 보리 얘기도 남아있고 문지상(성혁)도 다 터뜨리지 않았기 때문에 35% 이상도 나올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이번에 화장품 광고를 찍게 됐는데 김지훈, 오연서씨가 가로수길에서 춤출 때 저는 옆에서 화장품을 나눠드리려고요."(웃음)
높아진 드라마의 인기만큼 이유리 역시 시청자의 호응을 실감하고 있단다. 기사와 댓글을 챙겨 본다는 그는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린 뒤 5분 만에 기사가 뜨고 댓글이 800개가 달리더라"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다른 스타들에 비하면 적은 수이지만 댓글이 처음 50개에서 100, 800, 2000개가 넘는 걸 보고 연기로써 많이 응원해주신다는 걸 느꼈어요. 그만큼 저도 민정이를 잘 그리고 싶어요."
옛 연인 문지상에 의해 과거 악행이 모두 폭로될 위기에 처한 민정의 모습은 카타르시스를 자아낸다. 그동안 교묘한 거짓말들로 숱한 위기를 모면해왔지만 드라마가 중후반에 접어들면서 권선징악의 징후가 뚜렷해졌다. 연민정의 몰락이 예상되는 가운데 이유리가 바라는 결말은 무엇일지 궁금해졌다.
"연민정이 처절한 최후를 맞았으면 좋겠어요. 솔직히 죗값을 다 받았으면 좋겠고요. 그래야 교훈도 있는 거고. 연민정을 보고 허황된 꿈을 꾸지 말아야 된다고 느끼신 분들이 있더라고요. 철저하게 죗값을 받고 비단이의 엄마로서 책임을 다했으면 좋겠어요."
이유리가 밝은 역할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 더준엔터테인먼트 제공
2001년 '학교4'로 데뷔한 이유리는 드라마 '부모님 전상서'(2004), '사랑과 야망'(2006), '당돌한 여자'(2010) 등에서 착한 며느리, 딸로 사랑 받는가하면 '러빙유'(2002), '반짝반짝 빛나는'(2011), '노란 복수초'(2012) 등에서는 악녀 혹은 복수의 화신으로 활약했다. 선악을 오가며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주는 그이지만 이제는 밝은 연기를 해보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인터뷰할 때마다 얘기하는 건데 정말 밝은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재밌고 많이 웃길 수 있는 역이요. 시트콤도 좋고 '코미디 빅리그' 같은 개그 프로도 나가 보고 싶고요. 운동 신경이 좋아서 운동하는 드라마도 해보고 싶어요. 물론 비슷한 역할이 들어와도 감사하죠.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니까요."
"매 작품을 하면서 대단한 게 대단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금방 잊힐 수도 있고 인기도 반짝하고 마는 걸 수도 있고. 그런 것들에 좌지우지되지 않고 제 자신을 잃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앞으로의 목표요? 악역이든 선역이든 연기파 배우가 되길 바라요.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다양한 캐릭터와 감정 연기를 하고 싶어요."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