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웅 ⓒ kt 위즈
[엑스포츠뉴스=수원, 나유리 기자] 정말 스무살이 맞나 싶다. '막내 구단' kt 위즈의 '막내' 박세웅은 훌쩍 더 자라있었다.
퓨처스리그 kt와 상무의 경기가 열리기로 예정됐던 15일 성균관대 야구장. 전날 저녁에 내린 비로 이날 오전 일찍 경기 취소가 선언됐다. 운동장 곳곳에 물 웅덩이가 생기는 바람에 경기를 진행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상무 선수들과 kt 투수조는 성대 구장에 남아 나머지 훈련을 진행했고, kt 야수조는 다른 곳으로 이동해 훈련을 속개했다.
경기가 취소된 후 박세웅을 만났다. 경북고 출신 우완 정통파 투수로 1995년생인 그는 올해로 스무살, 만으로는 열여덟살이다. 여전히 앳된 얼굴이 남아있지만 말투도, 마인드도 어른스럽다.
kt 선수단을 이끄는 조범현 감독은 지난 겨울 전지 훈련을 마치고 "박세웅은 자질이 있는 선수다. 마인드도 훌륭하기 때문에 앞으로 좋은 선수가 될 것"이라고 크게 칭찬했었다.
그리고 기대대로 박세웅은 '좋은 선수가 되는 과정' 위에 올라가있다. 퓨처스리그 시즌 일정이 어느덧 막바지에 다다른 가운데 박세웅은 18경기에 등판해 8승 3패 평균자책점 4.15로 평균자책점 3위, 최다이닝 1위(99⅔이닝), 탈삼진 1위(102개), 다승 공동 1위 등 가장 눈에 띄는 투수로 성장했다. 퓨처스리그 기록이 큰 의미가 없다손 치더라도 잠재력만큼은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1년이었다.
박세웅 ⓒ 수원, 나유리 기자
-이제 프로 선수라는 실감이 나는가.
"아직 퓨처스리그에서만 뛰어봤기 때문에 실감이 크게 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프로에 와서 달라진 것도 많고, 느끼고 배우는 것도 많다. 정말 좋다"
-고등학교때랑 가장 다른 점이 있다면?
"아무래도 타자들의 수준이다. 고등학교때는 실투라고 느낀 공도 헛스윙이 되거나 파울이 되는게 많았는데, 프로에서는 실투라고 느끼는 거의 안타가 되거나 장타가 된다. 그게 가장 다르다. SK 박재상, 김강민, 김상현 같은 선배님들이 퓨처스리그 경기에 잠깐 나오실때 상대를 했었다. 뱃 스피드나 컨택 능력이 확실히 다르다고 느꼈다."
-외모로만 봤을때는 고교시절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살이 잘 안찌는 체질인가.
"그렇다(웃음). 이게 참 마음대로 안되는 것 같다. 키는 182cm정도 되는데…. 식단 조절도 하고, 웨이트도 열심히 하는데 몸무게는 늘지 않는다. 몸을 불려서 좀 더 크게 만드는게 목표다."
-마른 체형이지만 부상 없이 잘 던지는 비결이 무엇인지. 올 시즌 kt 선수들 중 부상으로 고생한 선수들이 많았는데 박세웅은 건강히 레이스 완주를 앞두고 있다.
"일단 보강 운동을 평소에 많이 하는 편이다. 그리고 코치님들도 말씀하시기에 내 투구폼이 부드럽다고 하시더라. 또 몸이 원래 뻣뻣한 편이 아니라 부상이 없는 것 같다."
-신생팀의 신인 선수로 많은 기대를 받고 있다. 부담감은 없나.
"부담감은 없다. 팀내에서도 그렇고, 밖에서도 그렇고 나에게 많은 분들이 기대를 해주신다. 그 기대에 미칠 수 있도록 실력을 끌어올리는게 나의 목표다. 지금까지 많은 경기에 나가면서도 부담감은 없었다."
-조범현 감독이 박세웅을 참 좋게 평가하더라. 오늘도 칭찬을 하셨다(웃음).
"감독님은 시합 중간중간에도 나에게 좋은 말씀과 조언을 많이 해주신다. 빠른공만으로는 시합을 잘 이끌어나갈 수 없다며 느린공이나 완급 조절을 통해서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주문하신다. 감독님이 나를 좋게 평가해주시는 것은 당연히 기분 좋을 수 밖에 없다. 나 역시 감독님이 원하시는 것을 맞추려고 하는데 아직까지 완벽하지 않은 것 같다(웃음). 차츰차츰 해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내년에 드디어 1군 무대를 밟게 된다. 기대가 되나 아니면 걱정이 되나.
"그렇다. 항상 1군 경기 중계를 티비로 보는데 내가 올라가서 경기를 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 지금 퓨처스리그에서 준비를 잘하고 있다. 1군에는 강한 팀도 많고, 잘치는 선수들이 많을텐데 그런 것은 신경쓰지 않겠다. 내 공을 던지면서 나의 피칭을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크게 다를건 없다."
-막내가 봤을때 kt의 분위기는 어떤가?
"신명철 선배님이 야수조 최고참이신데, 투수와 야수 구분없이 후배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신다. 그런게 많은 것을 얻고, 배울 수 있어서 좋다. 팀이 가끔씩 흔들릴 때가 있는데 선배님이 그걸 잡아주시니까 분위기가 좋다. 화기애애하다. 다른 코치님들도 조언을 많이 해주신다. 경기중이나 내가 등판한 다음날에 굳이 찾아가서 여쭤보지 않아도 '어제는 이런 점이 좋았고, 이런게 부족했다'는 것을 자주 이야기해주신다. 많이 배울 수 있어서 좋다. 진짜, 정말로 좋다."
-20살이면 야구선수로서도, 한 청년으로서도 이제 인생이 시작이다. 롤모델이 있다면.
"삼성 라이온즈의 배영수 선배님을 보면서 야구를 했다. 배영수 선배님은 일단 마운드에 올라가면 그날 공이 좋든, 안좋든 타자와 승부를 하신다. 또 선배님이 '강속구는 자기가 가장 자신있게 던지는 공이 진짜 강속구'라고 이야기 하셨다. 정말 존경할만 하다 싶었다. 경북고에 다닐때 종종 학교에 오셨기 때문에 몇번 뵌적도 있다."
-이제 퓨처스리그 일정이 채 한달도 남지 않았다. kt는 진정한 시작을 위해 다시 마무리 캠프부터 새 일정에 돌입한다. 박세웅의 목표는?
"나의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극대화시키는게 가장 큰 목표다. 나는 아직 볼이 좀 가벼운 것 같다. 그래서 장타가 많이 나오는데(박세웅은 올 시즌 퓨처스리그에서 피홈런 13개로 이 부문 1위에 올라있다) 그것을 보완하고 싶다. 또 지금 던지는 구질들을 조금 더 예리하게 다듬고, 원하는 코스에 던질 수 있게끔 하겠다. 내년에 1군에 올라가서는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가 다치지 않고 한 해를 꾸준히 던지고 싶다."
박세웅에게는 어떤 질문을 던져도 거침없이 답변이 나온다. 물론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신인답게 모든 대답이 "좋다"로 귀결되지만, 솔직하면서도 젊음이 묻어났다. 처녀비행을 준비하는 kt와 박세웅이 다음 시즌 1군 무대에서 화려한 꽃을 피울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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