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타고투저'의 시즌 답게 올 시즌 프로야구계에서는 마운드와 타석을 가리지 않고 '사상 최초', '역대 최초', '10년만의' 라는 타이틀이 붙는 기록들이 쏟아져 나왔다.
찰리 쉬렉이 노히트 노런을 달성했으며 오재원은 사이클링 히트를 때려냈다. 배영수는 통산 120번째 승리를 장식했고, 박명환은 1400개의 탈삼진을 잡아냈다. 또 롯데 자이언츠가 1경기 단일팀 최다 안타 신기록을 작성하는 등 갖가지 흥미로운 기록들이 숫자로 남게 됐다.
▲ 찰리 쉬렉이 세운 금자탑…외국인 투수 최초 '노히트 노런'
지난달 2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NC-LG전에서 NC의 외국인 투수 찰리가 한국프로야구의 역사를 새로 썼다. 이날 찰리는 LG 타선을 완벽하게 잠재우며 단 1개의 안타도 내주지 않았고, 무실점으로 경기를 직접 매듭지었다.
지난 2000년 5월 18일 광주 해태전에서 한화 송진우 이후 처음 나온 '노히트 노런'이다. 역대 프로야구에서는 11번째(정규시즌, 9이닝 기준)이자 외국인 선수로는 처음이다. 또 이날 잠실구장에는 아버지 랜디 쉬렉과 어머니 조이 쉬렉, 여자친구 알리사 핸킨스가 찾아와 경기를 지켜봤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깊은 기록이다.
▲ '홈런왕' 박병호는 멈추지 않는다
2년 연속 홈런왕 타이틀을 차지한 박병호는 어느덧 리그를 대표하는 거포로 자리매김 했다. 올 시즌 역시 영웅군단의 4번타자로 야심차게 시작한 그는 시즌 초반부터 빠르게 홈런 페이스를 끌어올렸다. 연일 홈런을 쏘아올린 그의 홈런 행진은 29호에서 멈춰 있었다.
1개만 더 때려낸다면 그는 통산 4번째로 3년 연속 30홈런 이상을 기록하는 타자가 될 수 있었다. 그런데 슬럼프가 박병호의 발목을 잡았다. 나쁜공에 스윙이 나가는 등 부진이 계속되자 염경엽 감독은 지난 11일 선발 라인업에서 박병호를 제외하며 하루 휴식을 줬다.
하지만 8회말 주자 없는 상황에서 대타로 타석에 들어선 박병호는 NC 문수호의 몸쪽 낮은 공을 들어올려 좌측 담장을 훌쩍 넘기는 솔로 홈런을 터트렸다. 지난달 27일 잠실 두산전 이후 14일만에 기록한 홈런이자 그동안의 마음 고생까지 사라지게끔 하는 귀중한 홈런이었다.
한편 3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KBO 사상 3년 연속 30홈런을 때려낸 선수는 박병호 이전에 이승엽(삼성·1997~2003), 우즈(두산·1999~2001), 마해영(삼성·2001~2003) 뿐이다.
▲ 안타 → 홈런 → 2루타 → 3루타…'오재원의 날'
두산의 내야수 오재원이 개인 통산 첫번째, 리그 역대 16번째 사이클링 히트 대기록을 달성했다. 지난달 2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화전에서 2번타자-2루수로 선발 출전했던 오재원은 5타수 5안타 3타점으로 맹타를 터트리며 안타-홈런-안타-2루타-3루타로 이어지는 사이클링 히트를 완성시켰다.
특히 대기록 달성까지 3루타 한개만 남겨뒀던 오재원은 8회말 선두타자로 타석에 들어서 상대 투수 황재규의 3구를 노려쳐 좌중간을 가르는 장타를 때렸다. 빠른 발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1루를 돌아 2루에 도달한 오재원은 멈추지 않고 3루 베이스까지 내달린 후 주먹을 불끈 쥐고 환호성을 터트렸다.
▲ '푸른 피의 에이스' 배영수, 유서 깊은 120번째 승리
푸른피가 흐르는 삼성의 '에이스' 배영수가 프로 데뷔 이후 드디어 120번째 승리를 달성했다. 4전 5기 끝에 이룬 힘겨운 1승이자 통산 12호 대기록이다.
배영수의 대기록은 지난달 25일 홈 대구에서 작성됐다. '강타선' 넥센을 상대로 선발 등판한 배영수는 9이닝 3실점으로 총 120개의 공을 던지며 역투를 펼쳤다. 2개의 피홈런이 있었지만 노련한 위기 관리 능력을 발휘해 대량 실점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시즌 초반 통산 119승까지 채우는데 성공했던 배영수는 이후 4경기에서 계투진 난조로 자신의 승리가 불발되며 '아홉수'를 겪었다. 그러나 다섯번째 도전에서 스스로 9이닝을 모두 책임지며 의미 있는 기록을 달성했다. 배영수의 완투승은 지난 2005년 4월 2일 대구 롯데전 이후 3371일만이다.
▲ '안타? 1개 받고 1개 더!' 김주찬, 연속 멀티 히트
'상금을 주무르는 남자' KIA 외야수 김주찬의 방망이가 뜨겁다. 족저근막염과 손가락 열상 부상 복귀 이후 그의 타격은 누구도 말릴 수 없을만큼 활발하다.
전반기 종료까지 20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그는 지난 5일 목동 넥센전에서 첫번째 타석과 두번째 타석에서 2개의 안타를 기록하며 10경기 연속 '멀티 히트' 대기록을 달성했다. KBO 역대 최초 기록이다.
종전 기록은 9경기 연속 '멀티 히트'를 기록했던 이종도(1983년·MBC청룡)와 민병헌(2014년·두산 베어스)이다.
비록 연속 '멀티 히트' 기록은 10경기에서 마감 됐지만, 김주찬은 20경기 연속 안타와 30경기 연속 출루 기록을 후반기에도 이어간다.
▲ 곰들의 '달콤했던 5월'
5월의 두산은 리그에서 가장 무서운 팀이었다. 5월 한달동안 24경기에서 15승 9패를 기록하며 단숨에 선두권을 위협했던 두산의 상승세 중심에는 '폭발한 타선'이 있었다.
특히 5월 30일 잠실 롯데전에서 11개의 팀 안타를 기록한 두산은 같은달 10일 잠실 삼성전 이후 15경기 연속 두자릿수 팀 안타를 때려냈다. 종전 12경기였던 KBO의 연속 경기 팀 두자릿수 안타를 훌쩍 뛰어넘은 수치다. 그러나 다음날인 31일 다시 롯데를 상대로 5개의 안타를 터트리는데 그치며 기록은 마감됐다.
▲ 큰형의 존재감…'적토마' 이병규의 2000번째 안타
LG의 맏형 이병규(9)가 또 하나의 의미있는 기록을 달성했다. 지난 6일 잠실 한화전에서 5번-지명 타자로 선발 출전한 그는 첫 타석에서 앤드류 앨버스를 상대로 중전안타를, 8회말 윤규진을 상대로 중전안타를 기록하며 프로 데뷔 이후 2000안타 대기록을 세웠다.
무엇보다 의미 깊었던 이유는 역대 최소 경기를 소화하고 얻은 기록이기 때문이다. 종전 양준혁(삼성)이 2000개의 안타를 때려내는데 1803경기가 걸렸던 반면, 이병규는 이 기록을 150경기나 앞당기며 최소 경기 2000안타의 주인공으로 이름을 올렸다.
프로 통산 2000안타는 양준혁, 전준호(히어로즈), 장성호(롯데)에 이어 역대 4번째다. 이병규는 동시에 이 선수들 가운데 유일하게 한 팀(LG)에서만 2000안타를 달성한 최초가 됐다.
▲ 3년 연속 20세이브, 넥센의 손승'Lock'
지난 5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KIA와 넥센의 시즌 11차전. 넥센이 6-4로 앞선 9회초 마무리투수 손승락이 마운드에 올랐다. 선두타자 안치홍을 3루땅볼로 잡아낸 그는 이종환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아웃카운트 2개를 쉽게 낚았다. 이어 이대형마저 헛스윙 삼진으로 아웃시키며 경기를 매듭지었다.
약 11일만의 세이브이자 올 시즌 20번째 세이브를 달성한 송승락은 '3년 연속 20세이브'라는 대기록을 작성하게 됐다. 통산 9번째 기록이다.
지난 2010년부터 넥센의 마무리 투수로 활약한 손승락은 첫 해 26세이브를 거뒀다. 다음 해에는 17세이브에 그쳤으나 2012년 33세이브, 지난해 46세이브에 이어 올해도 빠른 페이스로 팀의 승리를 잠그고 있다.
▲ '부산 사나이들의 매운맛' 롯데, 단일 경기 최다 안타
롯데의 대기록은 지난달 31일 잠실 두산전에서 세워졌다. 경기 초반부터 조짐이 심상치 않았다. 1회에 4점, 2회에 1점을 뽑아낸 롯데는 6회를 제외한 매 이닝 점수를 뽑아내며 두산 마운드를 폭격했다.
이미 3회에 선발 전원 안타를 기록한 롯데는 4회 강민호의 2타점 적시타로 선발 전원 타점까지 달성했다. 선발 전원 안타와 전원 타점을 한경기에 동시에 달성한 기록은 프로야구 사상 7번째 기록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미 8회에 구단 기록을 뛰어넘은 롯데에 남은건 리그 최고 기록. 이날 경기전까지 한 경기에 단일팀이 가장 많은 안타를 때려낸 것은 27개였다. 롯데는 9회에 대타로 들어선 임종혁이 안타를 때려내며 27번째 팀 안타를 달성했고, 정훈과 전준우의 안타로 29안타 신기록을 작성하는데 성공했다.
▲ '올드보이'의 전설은 계속된다. 박명환 1400번째 탈삼진
NC에서 또다른 도전을 계속하고 있는 투수 박명환이 개인 통산 1400 탈삼진 금자탐을 세웠다. 지난달 4일 마산 넥센전에서 박명환은 팀이 크게 앞선 9회에 마운드에 올랐다. LG 소속이었던 지난 2010년 7월 10일 두산전 이후 정확히 1425일만의 1군 복귀전이었다.
이날 박병환은 넥센 박헌도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프로 데뷔 이후 개인 통산 1400 탈삼진을 기록하는 순간이었다. 박명환을 비롯해 역대 5명만이 보유하고 있는 대기록이다.
▲ '슈퍼 소닉' 이대형, 여전히 빠르네
팀을 바꿔도, 유니폼 색깔이 바뀌어도 '슈퍼 소닉'의 도루는 계속된다. KIA 이대형이 10년 연속 두자릿수 도루라는 대기록을 작성했다.
지난달 1일 광주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NC전에서 1번타자-중견수로 선발 출전한 이대형은 5회초 웨버를 상대로 좌전 안타를 치고 1루 베이스를 밟았다. 이후 웨버가 2번타자 김주찬을 상대하는 사이 2루 베이스를 훔치는데 성공하며 10년 연속 두자릿수 도루에 성공했다. 역대 7번째 대기록이다.
지난 2003년 LG에서 데뷔한 이대형은 2005년 37개의 도루로 첫 두자릿수 도루를 달성한 후 10년 연속 기록을 이어왔다. 특히 2007년에 53개의 도루를 기록한데 이어 2008~2010년까지 3년 연속 60도루 이상을 기록하는 등 리그를 대표하는 '대도'로 명성을 떨쳤다. 전반기까지 그의 도루 갯수는 16개로 팀내 1위다.
▲ '창용불패' 임창용의 한·일 통산 300세이브
지난 5월 4일 대구 NC전. 삼성이 4-3으로 1점 앞선 9회초 마무리투수 임창용이 마운드에 올랐다. 선두타자 손시헌을 중견수플라이로 처리한 임창용은 박정준마저 중견수플라이로 잡아내며 아웃카운트 2개를 쉽게 잡았다. 이어 오정복을 2루땅볼로 아웃시킨 임창용은 팀의 승리를 매듭짓는데 성공하며 세이브를 챙길 수 있었다.
이날 세이브로 임창용은 한국과 일본 양국 리그를 합쳐 300세이브 고지를 밟았다. 1995년 해태에서 프로에 데뷔한 임창용은 삼성을 거쳐 일본리그 진출 전까지 168개의 세이브를 거뒀다. 이후 일본에서 128개의 세이브를 기록했고, 올 시즌 다시 삼성에 돌아와 시즌 4호 세이브를 올려 대기록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역대 최초 기록이다.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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