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메이어가 첫 내한 공연을 마쳤다. ⓒ 현대카드
[엑스포츠뉴스=한인구 기자] 미국 그래미상을 일곱 번이나 휩쓴 존 메이어(John Mayer·37)의 첫 내한 공연이 열렸다. 세계적인 싱어송라이터이자 기타리스트로 명성을 쌓아가고 있는 아티스트의 수준 높은 무대의 향연이었다. 뛰어난 음악적 역량으로 그래미의 사랑을 받는 존 메이어. 처음 인사를 나누는 한국 팬들에게는 고풍스러운 매너를 보여줬으며 세월호 유가족들를 향한 애도의 뜻을 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존 메이어의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14' 무대가 6일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펼쳐졌다. 이번 공연은 경남 진도에서 세월호 참사 수습 중 열리는 1만 2천석 정도의 대규모 콘서트였다. 유가족들의 눈물이 채 마르기 전, 진행되는 공연이었던 만큼 조심스러운 분위기였다.
뜨거운 빛을 내뿜던 태양이 산 너머로 걸쳐 갈 때 쯤인 오후 7시 정각, 존 메이어는 관객들의 박수 소리와 함께 무대에 등장했다. 그는 환호로 자신을 반겨주는 팬들을 향해 두 팔을 흔들며 화답했다. 무대 한 가운데 자리를 잡은 존메이어의 왼쪽 가슴에는 행커치프 대신 노란 리본이 자리하고 있었다. 반주자들과 두 명의 백그라운드 보컬 역시 왼쪽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달고 무대 위에 올랐다.
존 메이어는 'Queen of California(퀸 오브 캘리포니아)'와 'No Such Thing(노 서치 띵)을 기타연주와 함께 연달아 불렀다. 그는 곡을 마친 뒤 "저를 이곳에 불러주시고 공연에 와주셔서 진심으로 고맙다. 최근 한국에서 일어난 비극적인 사건을 알고 있다. 한곡 한곡을 (세월호) 희생자를 위해 부르겠다. 이번 공연의 상품 판매 수익을 전액 구호활동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부도칸 공연을 마치고 한국으로 날아온 존 메이어가 세월호 참사를 언급하자 관객석에서는 짧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이들은 곧 이어 존 메이어가 전한 위로의 말과 기부의 뜻을 전해 듣고는 뜨거운 함성과 박수를 무대 위에 홀로 선 아티스트에게 보냈다. 또 이날 공연에서는 손목에 노란 리본을 감고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팬들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존 메이어는 한국 공연 수익금의 일부를 세월호 피해자를 돋는 데 쓰겠다고 밝혔다. ⓒ 현대카드
존 메이어는 희생자를 위한 시간을 보내고 본격적으로 콘서트장을 찾은 팬들과 음악을 주고 받기 시작했다. 그는 'Belief(비리프)' 'Half Of My Heart(하프 오브 마이 하트)' 'Waiting on the day(웨이팅 온 더 데이)' 'Vultures(벌처스) 등을 노래했다. 선곡에서도 나타나듯 존메이어는 이번 공연에서 최근 발표하고 있는 컨트리 음악 중심의 곡과 3집 이전의 곡들로 무대를 꾸몄다.
또 존 메이어는 통기타 연주가 전면에 나서는 담백한 무대로 연주 솜씨도 마음껏 뽐냈다. 데뷔 앨범 'Room for Squares(룸 포 스퀘어스)'의 타이틀곡이자 자신의 이름을 알린 'Your Body Is A Wonderland(유어 바디 이스 어 원더랜드)'를 시작으로 감미로운 목소리와 화려한 연주를 들려줬다. 기타 애드립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 'Neon(네온)'에서는 관객들의 탄식은 환호로 그리고 감탄으로 바뀌었다.
이날 관객들의 반응은 여느 해외 아티스트들을 위한 그것과는 달랐다. 밴드 구성에 중심을 둔 기타연주자인 존 메이어지만 거친 힘이 느껴지는 무대보다는 침착하고 호소력 짙은 방법으로 팬들을 찾아갔다. 그래서인지 관객들의 대부분도 20대 중후반에서 30대 중반이었고 연인끼리 서로 얼싸안으며 공연을 즐기는 모습도 보였다.
곡 중간에 계속되는 기타 애드립과 다채로운 스트로크는 보는 이들의 탄성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몸은 뛰지 않아도 모두 존 메이어의 기타를 어루만지는 손을 향해 시선이 쏠렸다. 무대를 잡는 대형 스크린으로 눈길이 모이는 것도 당연했다. 이에 호응하듯 존 메이어는 매곡이 끝날 때마다 "Thank you(감사합니다)"를 말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Your Body Is A Wonderland'에서 불이 붙은 통기타 연주는 Free Fallin'(프리 폴린)을 넘어 그의 또 다른 대표곡인 'Why Georgia(마이 조지아)'까지 이어졌다. 다시 전자기타를 쥐어잡은 존 메이어는 'Edge Of Desire(엣지 오브 디자이어)' 무대를 전했다. 뉘엿뉘엿 지던 해는 사라진 지 오래였지만 열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존 메이어는 음악으로 팬들을 위로했다. ⓒ 현대카드
공연 후반에는 3집 'Continuum(컨티누엄)' 타이틀곡 'Waiting on the World to Change(웨이팅 온 더 월드 투 체인지)'가 흘러나왔다. 이날 연주됐던 음악 중 가장 리듬감이 실렸던 덕분인지 반응도 좋았다. 1만여 명의 팬들은 이 곡의 후렴구인 'Waiting'을 따라 부르며 흥을 돋궜다.
존 메이어는 'Waiting on the World to Change' 무대를 마치고 "이번에 처음 한국에 와서 팬들과 만났다. 이제 서로 알게 됐으니 조만간 다시 한국을 찾겠다"고 밝혔고, 마지막으로 준비한 곡 'A Face To Call Home(어 페이스 투 콜 홈)'을 불렀다.
그러나 팬들의 아쉬움은 그칠 줄 몰랐다. 존 메이어는 다시 무대에 올라 팬들이 기다리던 'Gravity(그라비티)'를 앙코르곡으로 선택했다. 밤하늘을 수놓는 기타소리는 쌀쌀한 날씨도 잊게 할 만큼 팬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특히 존 메이어는 노래 중간에 객석에 마이크를 넘겼다. 팬들 역시 차근차근히 가사를 짚어 불렀다. 다시 마이크를 받은 존 메이어는 미소를 짓고는 "사랑합니다(I love you)"라는 말을 남겼다.
존 메이어는 무대를 빛낸 세션들과 함께 110여 분 동안 자신의 노래를 들어준 팬을 향해 인사를 하며 마지막을 장식했다.
존 메이어는 같은 날 공연이 끝나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특별한 밤을 만들어준 서울에 감사드린다. 한국팬들의 희망과 마음속 치유를 바란다. 국가적으로 무겁고 고통스러운 시간임에도 나와 밴드, 출연진이 여러분을 위해 공연할 수 있도록 해주셔서 감사하다. 여러분은 두 팔을 벌려 나를 포용해줬고, 저 또한 그것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 사랑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국팬들의 마음속 치유를 바란다" 존 메이어는 공연 후 SNS를 통해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 존 메이어 인스타그램
한인구 기자 in999@xportsnews.com
한인구 기자 in999@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