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승현 기자] 예상치 못한 변수는 '꽃보다 할배'를 더욱 아름답게 꾸미고 있다.
7일 방송된 tvN '꽃보다 할배' 스페인 편에서는 맏형 이순재의 리더십이 조명을 받았다.
이날 이순재는 이서진이 뒤늦게 합류한다는 소식을 접한 뒤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할배들을 잘 보필하던 짐꾼의 빈자리는 그만큼 컸던 것.
여기에 나영석 PD의 계략에 속아 평소보다 적은 용돈을 수령해, 동생인 신구, 박근형, 백일섭은 투덜거렸다.
이때부터 이순재가 리더로서 진격하기 시작했다. 파리로 가는 14시간 동안 스페인과 관련한 내용을 담은 책과 씨름하며 간접적인 사전답사에 임했고, 바르셀로나 공항에 도착한 후에 미리 공부했던 스페인어를 적절하게 사용하며 진두지휘했다.
결국 인천공항에서 주어진 미션인 숙소 찾기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직진 순재'의 이미지가 강했던 이순재는 숨겨놨던 '리더의 품격'을 보여준 것이다.
특히 이순재는 "나이 먹었다고 주저앉았다고 어른 행세하고, 대우받으려고 주저앉아버리면 늙어버리는 거다. 난 아직도 한다고 하면 되는 거다. 인생은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앞으로 쭉 가면 된다"라고 자신의 철학을 설명했다.
이어 "나는 당장 내일 할 일이 있으니까, 끝을 생각하기보다 현재에 최선을 다해야지 팔십이라는 것도 잊고 '아직도 육십이구나' 하며 산다"라고 덧붙여 감동을 자아냈다.
앞서 둘째 형인 신구도 리더십이 무엇인지를 보여준 바 있다. 지난해 8월 방송된 대만 편에서는 신구, 박근형, 백일섭이 대만으로 출국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맏형인 이순재와 짐꾼 이서진이 빠져 의지할 곳이 없었던 세 할배는 난관에 봉착했다.
임시로 주장 완장을 찬 '구야형' 신구는 유럽 편 당시 여행이 선사하는 배움의 가치를 느끼고, 그것을 자신의 삶에 결부시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인생의 교훈을 전했다. 리더와는 거리가 멀었지만 말 한마디에 잔잔한 감동을 실어 전달했던 것.
전면에 나서 리드해 본 적이 드물었던 신구는 이날 공항에서 환전으로 첫 임무를 수행했다. 대만에 당도한 뒤 숙소를 찾는 과정에서 숨겨왔던 영어 회화 실력으로 길을 물었고, 가는 곳마다 되물으며 연이어 확인했다.
신구는 할배들을 잘 보필한 짐꾼 이서진의 애환을 헤아린 듯 "서진이는 참 침착하다. 고생했다고 술 한 잔 줘야겠다"고 털어놨다.
'구야호'의 선장으로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 신구는 "나는 그런 생각을 이번에 다시 했어. 사람한테 피할 수 없는 임무가 주어지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임무를 수행하려 노력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며 듬직한 모습을 보였다.
숙소에서 짐을 푼 뒤에도 신구는 철저하게 여행 경비를 관리하고, 대만과 관련한 정보 항시 소지하며 계속 공부했다. 이서진이 올 것을 대비해 미리 방도 예약했고 박근형과 백일섭에게 '어디 갔으면 좋겠냐'고 의견을 수렴하는 등 민주적인 리더로서의 모습도 보였다.
'꽃보다 할배'는 갑작스러운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리더십의 가치를 끄집어내며, 배낭여행의 또 다른 묘미를 선사하고 있다. 성숙하게 익어가는 연륜의 미학은 감동을 자아내고 있다.
김승현 기자 drogba@xportsnews.com
[사진 = 꽃보다 할배 ⓒ tvN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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