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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화이팅 대디' "이 땅의 모든 가장을 위해 노래합니다"

기사입력 2014.02.23 08:44 / 기사수정 2014.02.23 16:27

백종모 기자


[엑스포츠뉴스=백종모 기자] "IMF시절 빚을 지고 홈리스 신세가 됐습니다. 로또 3등에 당첨된 124만원으로 기타를 사서 음악을 시작했죠."

포크 록밴드 '화이팅 대디'의 리더 심전무(본명 심재웅)는 부동산 개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지금은 회사의 대표지만 음악 업계에서 그는 심전무로 통한다. 데뷔 당시부터 굳어진 예명이다. 일과 꿈을 모두 잡은 성공한 삶을 살고 있는 그이지만 십여 년 전까지만 해도 그의 삶은 절망적이었다.

심전무는 1990년 부모로부터 30억원에 상당하는 유산을 물려받았다. 지금으로 따지면 200억원이 넘는 돈이다. 그러나 사업 실패로 그 돈을 모두 잃고 고소 고발을 당해 홈리스 신세로 전락했다. 그때부터 5~6년간 하루도 쉬지 않고 일을 했다. 낯에는 부동산 사무실에서 직원으로, 밤에는 삼겹살집에서 불판을 닦았다. 부동산 사무실을 나와 독립해 사업을 시작했고, 2005년쯤에는 빚을 정리하고 안정을 찾았다.

2006년 우연히 로또 번호 5개가 맞아 3등에 당첨되자, 심전무는 대학시절 갖고 있던 음악에 대한 로망을 떠올리게 됐다. 실 수령액 124만원을 들고 심전무는 기타를 구입했다.

사실 그는 소년 시절부터 음악에 대한 꿈을 갖고 있었다. 중3 때부터 기타를 배워 고등학교 시절 교내에서 밴드 활동을 했다. 대학 시절에는 포크 그룹 '동물원' 멤버 배영길과 함께 듀오로 활동도 했다. 심전무는 대학 시절 작곡과 기타 연주에 소질을 보였다. 그러나 당시 헤비메탈 붐이 일면서 속주 플레이어들이 인기를 끌었고, 감성적인 기타 연주를 하던 심전무는 자신의 음악 스타일이 인기를 끌지 못할 것으로 판단하고 음악에 대한 꿈을 접었다. 노래를 잘하는 것도 아니었고, 작곡가가 주목을 받던 시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7~8년 동안 놓았던 기타를 다시 잡았더니 곡이 떠오르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2007년 앨범을 내면서 '화이팅 대디'로 데뷔했습니다."

'화이팅 대디'는 2009년 7월 '유희열의 스케치북' 출연을 시작으로 '뮤직뱅크'에 총 7회 출연하는 등 활발히 활동했다. 공연도 500번 넘게 했다. 심전무가 쓴 '화이팅 대디 화이팅', '록큰롤 보이', '오! 미운사람', '이뿐이 꽃분이' 같은 곡들은 대중에게도 호평을 받았다.

2013년을 기점으로 '화이팅 대디'는 활동 방향을 다소 바꿨다. 그동안 '화이팅 대디'는 리더 심전무를 주축으로 객원 멤버들이 보컬과 드럼 등의 연주를 맡았다. 2011년까지 발매한 정규 앨범 2장과 싱글 앨범 2장은 객원 멤버들이 주인공이었다. 그러나 이번 싱글에서는 심전무가 직접 보컬까지 맡았다.

주인공으로 나선 심전무는 자신의 이야기를 노래에 담았다. 그는 홈리스 시절 고시원에서 생활하다가, 그럴 돈마저 떨어지면 병원 중환자병실의 보호자 대기실, 영안실 등에서 잠을 잤다고 한다. 그렇게 5~6년을 보내며 죽기 살기로 일해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자살에 대한 유혹이 100번도 넘게 있었죠. 그런데 당시 초등학교와 유치원에 다니던 아들·딸이 눈에 밟혔어요. 나 하나 목숨 끊으면 편하지만 그러면 그 애들이 거리에 내몰릴 수도 있으니까요. 죽을 때 죽더라도 이들을 안전지대로 옮겨 놓자는 생각으로 일을 해서 그 상황에서 탈출할 수 있었죠."

신곡 '헤이 브라더(hey brother)'에 당시 심전무가 느낀 희망이 담겨 있다. 그리고 삶의 무게가 감당하기 힘들지라도 자신의 생명을 경시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도 더해졌다.

"요즘 너무 쉽게 자살을 선택하는 분위기가 사회에 만연한 것에 대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조금만 더 노력하면 다시 일어날 수 있는데… '헤이 브라더, 이젠 나의 노랠 들어 보아요… 아름다운 날도 있겠죠'라는 노랫말은 잠시 부정적인 생각을 멈췄고 다시 시작하자는 생각을 담은 것입니다."



그는 "'화이팅 대디'라는 밴드명처럼, '세파에 기죽지 말고 싸우라'는 뜻을 곡에 담았다.

“나 같은 아빠뿐 아니라 소년소녀 가장, 생활 전선에 뛰어든 엄마 가장까지… 불경기 여파가 미치는 지금 상황에는 전 국민이 '대디'라고 생각해요. 그들에게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곡을 썼습니다."

'화이팅 대디'는 본래 40대 이상의 멤버들, 즉 아빠들이 모여 만든 밴드로 이름을 날렸다. '화이팅 대디'는 이제껏 '아빠들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활동을 통해 던져왔다. 이제는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아버지들의 로망을 표현하는 것이 또 다른 목표다.

"'생업은 생업, 로망은 로망'이라고 생각해요. 이번 앨범 속지에도 쓴 말입니다. 현실에 발붙이지 않고 무조건 음악만 하는 배고픈 뮤지션 보다, 생업을 하고 남은 시간 열심히 음악을 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는 것이죠. 가족 부양의 의무 때문에 가슴에 뚜껑을 닫아 놓고 사는 사오십 대 세대들이 많아요. 음악 외에도 축구, 자전거 등산 등 소년 시절부터 하고 싶었던 무언가가 누구에게나 있을 거예요. 술 먹고 흥청거리며 방황하기보다 용기를 내서 자신의 인생을 찾으라는 말을 하고 싶어요. 가족을 책임지면서도 내가 꿈꾸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습니다."



그는 "죽는 날까지 로망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이런 사람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물론 처음 '화이팅 대디'로 데뷔할 때는 가수로서 좀 더 높은 곳까지 가보고 싶다는 욕망도 많았다. 하지만 데뷔 8년차가 된 현 시점에서 활동에 대한 의미가 달라졌다. 심전무는 "계속해서 곡을 쓰고, 기록을 남기고 싶다. 그것이 내가 음악 활동을 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무대에서 보여주고 싶어요. 라이브 무대를 계속해서 가지려 하고 3월에는 단독 콘서트도 계획 중입니다. 어차피 마흔 셋이라는 늦은 나이에 데뷔했잖아요? 60, 70세가 될 때까지 계속 음악을 할 것입니다. 급조해서 이슈를 만들고, 무리하게 퍼포먼스를 하기보다는 우리만의 오리지널리티를 보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심전무는 문화 기부 사업도 펼치고 있다. 그는 리젠 성형외과 김우정 대표의 후원으로 2년 전부터 한 달에 5~6회씩 인디 뮤지션들이 공연을 펼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김 대표가 공연장 대관료와 출연료, 식사비를 지원하고 심전무가 이에 대한 실무를 담당하는 방식이다. 심전무는 "'문화'가 사회 지도층의 관심에서 밀리고 있다. 제작자들도 돈이 되는 아이돌에게 몰리고 있다. 멤버들이 사비를 털어 녹음을 하는 인디 뮤지션들에게 사회적으로 지위 있는 분들이 나서 주셔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전무는 OST 작곡가로도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JTBC 드라마 OST '사랑해(노래:투 로맨스)', tvN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 OST '이러지마(노래:혜이니)'를 작곡했다. '헤이 브라더'는 KBS '굿모닝 대한민국'에서 코너 엔딩곡으로 쓰이고 있다. 그는 "노래를 잘 못하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이 조금씩 알려지고 있는 것 같아 기쁘다"고 밝혔다.

그는 큰 좌절을 극복하고 사업가로서, 그리고 음악인으로서 멋있는 인생을 살고 있다. 인터뷰 말미 가족들이 현재 자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물었다.

"아들딸이 나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죠. 그 때는 아빠에 대해 원망도 많이 했어요. 하지만 재작년부터 아이들이 나에게 ‘존경한다’는 얘기를 하더라고요. 얼마나 감격스러웠는지 모릅니다."

백종모 기자 phanta@xportsnews.com

[사진 = 화이팅 대디 ⓒ POD 엔터테인먼트]

백종모 기자 phanta@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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