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0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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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돌 맞은 '썰전', 독한 근성을 되찾아야 한다

기사입력 2014.02.23 02:06 / 기사수정 2014.02.23 02:06

김승현 기자


[엑스포츠뉴스=김승현 기자] 지난해 2월 21일 포문을 연 JTBC 예능프로그램 '썰전'이 지난 20일 52회 방송으로 돌을 맞이했다. 시작은 미약했지만, 신선하고 독한 콘셉트를 쭉 유지하며 경쟁력을 키워 나갔다. 특히 1부 정치 비평 코너인 '독한 혀들의 전쟁'은 딱딱하게만 느껴지던 정치를 시청자들이 쉽게 이해하도록 풀어내면서, 블루오션을 개척했다는 평을 이끌어냈다.

정치 초보자에게는 기본적인 정보 제공에 충실하고, 그 이상의 심층적인 측면을 알고자 했던 이들에게는 금배지를 달아봤던 강용석 변호사와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의 의견과 비평이 많은 도움이 됐다. 

'썰전'의 김수아 PD는 "제작진에서 강용석과 이철희에게 알아듣기 쉽게 설명하도록 요청하는 편이다. MC 김구라도 녹화 전에 대본과 자료 숙지에 최선을 다한다. 정치에 관심이 없던 젊은 여성 시청자와 이러한 소재에 갈등을 느끼던 30~40대 남성들의 반응이 좋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강용석과 이철희의 티격태격 '브로맨스'(?)는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상승시키는 역할을 한다. 정치 성향이 다른 두 사람이 하나의 사안을 놓고 상반된 의견을 내놓는 경우가 많아, 시청자들이 균형잡힌 시각을 갖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자사의 방침에 따라 편향적으로 흐르곤 하는 한국 언론풍토에서 이런 균형추 역할은 매우 신선하게 다가왔다. 

정치를 유쾌하게 썰어내던 '썰전'은 19회 방송분에서 엄청난 후폭풍을 겪기도 했다. 당시 이슈였던  NLL(서해 북방한계선) 대화록 공개와 관련해, 강용석은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은 NLL 포기라 볼 수 없다"라며 "새누리당 서상기, 정문헌 의원이 사퇴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방송 이후 강용석에 대한 반응은 엇갈렸다. '합리적인 보수'라는 평가와 함께 보수 진영의 반발도 아울러 불러오는 바람에 강용석은 큰 홍역을 치렀다. 이 사건으로 '음지'에 있던 '썰전'은 뜨거운 반향을 일으키며 본격적으로 '양지'로 진입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그동안 상승 기류를 타왔던 '썰전'이 어느 시점부터 잠잠해졌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19금'만큼 뜨거웠던 19회 방송 당시를 떠올리면서 이후 비판의 수위가 크게 떨어진 게 아니냐는 것이다. 김 PD는 "그런 평을 들은 지는 꽤 됐다. 특히 NLL 발언을 기점으로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는 듯하다"라며 시청자들의 기대 심리를 언급했다.

왕년의 '썰전'이 주는 쾌감이 반감된 가장 큰 원인으로 '움츠린 강용석'이 거론된다. 전체적으로 판을 주도해 나가고, 자신이 우호적인 여당에도 거침없이 하이킥을 날리며 의외의 모습을 보여줬던 '이슈메이커' 강용석의 다소 '소심해진' 태도가 '썰전'의 부침에 기인한 바가 크다는 의견이다.

대중문화평론가 박지종 씨는 "강용석은 아직 정치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는 '썰전'이 다루는 사안에 따라 강도를 조절한다. 강하게 어필하며 자기의 이름값을 높일 때가 있고, 분위기를 봐서 조심스럽게 접근할 때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박 씨는 "핵심은 '썰전'이 유명해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시청자들을 의식해 몸을 사리면서 수위를 조절할 수밖에 없다"면서 "초창기 정권 교체기에 이슈가 양산됐던 것과 달리 차츰 정부가 안정화되면서 국민들이 핫하다고 느낄만한 사건이 없다는 것도 큰 요인이다"라고 덧붙였다.

박 씨는 '썰전'의 또다른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강용석과 이철희가 대립각을 세울 때, 김구라가 적정선에서 끊고 넘어간다. 제대로 된 논의를 하지 못하고 겉핥기로 사안을 다룬다는 인상이 짙다. 심층적인 분석에 대해 여전한 목마름이 있다"는 것이다. 

'썰전'은 현재 정보 전달과 심층 분석의 경계에 서 있다. 제작진은 두 기호를 가진 시청자들을 모두 충족시키고자 고심하고 있다. 김수아 PD는 "정치를 가볍게 털어보자는 의도를 갖고 시작했지만, 심도 있는 해석과 속 시원한 발언을 원하는 분들이 많아졌다.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 잡힌 연출을 해야하는 고민이 있다"고 전했다.

'썰전'은 가벼운 오락위주 예능프로그램의 홍수 속에서 '피도 눈물도 없이 물어뜯는 하이에나 근성'으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해왔다. 하지만 지금 일각에서는 "썰전의 날이 무뎌졌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 52회 방송 말미에 한 아기가 돌잡이에서 '더 독하게 썰을 풀어라'라는 의미를 지닌 마이크를 택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돌을 지나 본격적으로 걸음마를 내딛기 시작한 '썰전'이 한발 한발 굳건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   

김승현 기자 drogba@xportsnews.com

[사진 = 이철희, 김구라, 강용석 ⓒ JTBC]

김승현 기자 drogba@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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