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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turn of the Queen] '여왕이 돌아왔다' 전설은 여전히 진행 중

기사입력 2014.02.17 08:46 / 기사수정 2014.02.17 15:50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2012년 7월2일. 서울 공릉동 태릉국제빙상장 대회의실은 수많은 취재진들이 몰렸다.

이날 김연아(24)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은퇴와 현역 선수 유지의 갈림길에서 고민하던 중 마침내 입을 열었다. 2011 러시아 모스크바 세계선수권 출전 이후 김연아는 휴식기에 들어갔다. 1년이 넘는 시간동안 자신의 진로 문제에 대해 침묵을 지켰다. 초미의 관심사인 그의 거취 결정에 모든 눈과 귀가 집중됐다.

김연아는 이 자리에서 "나의 은퇴 무대는 2014 소치동계올림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침내 선수 생활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이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아닌 대한민국의 국가대표로서 스케이트를 타겠다"고 담담히 말했다.

사실 김연아가 기자회견을 열기 전 은퇴보다는 선수 생활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은 쪽으로 점쳐졌다. 아니나 다를까. 김연아는 이날 기자회견을 국가대표 선수들의 본거지인 태릉에서 열었다. 은퇴 기자회견이라면 태릉보다 다른 장소에서 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또한 김연아는 사복이 아닌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등장했다.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대회에 계속 출전하겠다는 뜻을 미리 읽을 수 있었다. 결국 모스크바 세계선수권 이후 김연아는 1년3개월 만에 다시 돌아왔다. '여왕의 귀환'이 이루어지는 순간이었다.

김연아는 2011~2012시즌 휴식을 선언했다. 이 기간 동안 2018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에 전념했다. 올림픽 유치를 성공적으로 이끄는 데 힘을 보태면서 스포츠외교관으로서의 가능성을 증명했다. 김연아는 "무엇보다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고 좋아하는 것은 스케이트를 타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다. 그의 말 대로 김연아에게 가장 어울리는 곳은 아이스링크였다.

김연아의 복귀 소식이 전해지면서 세계 피겨의 판도는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2011~2012시즌 피겨 여자싱글은 특별한 강자 없이 '춘추전국시대'가 펼쳐졌다. 아사다 마오(24, 일본)는 롤러코스터를 타 듯, 들쑥날쑥한 경기력을 보이며 불안함을 노출했다. 김연아가 없는 상황에서 월드챔피언에 등극한 이는 캐롤리나 코스트너(27, 이탈리아)였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극도의 부진을 보이면서 16위로 추락했다. 올림픽 이후 제기에 성공한 그는 2012년 3월 프랑스 니스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 25세의 나이에 첫 세계챔피언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김연아는 올림픽 챔피언에 등극한 뒤 우여곡절도 겪었다. 4년 가까이 함께 했던 브라이언 오서(캐나다) 코치와 결별했다.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합작한 '드림팀'인 오서- 트레이시 윌슨- 김연아의 조합은 이 때 해체됐다. 하지만 김연아의 곁에는 안무가인 데이비드 윌슨이 떠나지 않았다. 수많은 걸작을 함께 완성한 이들은 2014 소치동계올림픽까지 동행하기로 했다.

2012년 여름. 본지와 인터뷰를 가진 데이비드 윌슨은 김연아가 여전히 최고의 위치에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김연아가 자신이 해온 것을 온전하게만 발휘하면 또다시 대단한 일을 해낼 것이다. 안무가로서 그녀가 은퇴하지 않고 계속 함께 할 수 있다는 점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또한 김연아의 새로운 지도자는 신혜숙(57) 류종현(46) 코치로 결정됐다. 신혜숙 코치는 김연아가 트리플 점프를 비롯한 각종 기술을 완성할 무렵 함께 했던 지도자다. 류종현 코치는 6살의 어린 김연아에게 피겨 선수의 길을 권유했던 은사다. 자신과 특별한 인연이 있었던 지도자들과 함께 2014 소치올림픽을 준비하고 싶다는 것이 김연아의 선택이었다.

'여왕의 귀환'이 처음으로 이루어진 장소는 독일 도르트문트였다. 김연아는 2012년 12월 이곳에서 열린 NRW트로피 대회에 출전했다. 1년8개월 만의 실전 대회 복귀였다. 많은 이들은 김연아의 긴 공백 기간을 염려했다. 하지만 이런 불안은 기우에 불과했다. 복귀 무대에서 김연아는 201.61점으로 압도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김연아가 계획했던 첫 번째 임무는 B급 대회에 출전해 세계선수권 출전 자격인 최소 기술점(TES-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 28점 프리스케이팅 48점)을 획득하는 것이었다. 첫 번째 과제를 달성한 김연아는 2013년 1월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제67회 전국종합선수권'에서 세계선수권 출전권을 거머쥐었다. 오랜 만에 국내 팬들 앞에서 연기를 펼친 그는 프리스케이팅 '레미제라블'을 완벽하게 연기하며 210.77점을 받았다.

2013년 3월 캐나다 런던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은 소치동계올림픽으로 가는 마지막 관문이었다. 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할 경우 3장의 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할 수 있었다. 아사다 마오와 캐롤리나 코스트너 여기에 신진 세력들이 김연아에게 도전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에서 석연찮은 판정을 받으며 69.97점에 그쳤다. 쇼트에서 70점을 가뿐하게 넘었던 행진에 제동이 걸리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김연아는 프리스케이팅에서 모든 의문에 마침표를 찍었다. 자신이 현존하는 최고의 스케이터라는 점. 살아 숨 쉬는 전설이라는 점을 ‘레미제라블’을 통해 증명했다. '레미제라블'은 밴쿠버 동계올림픽 때 선보인 '조지 거쉰의 피아노협주곡 바장조'에 버금갈 정도로 어려운 프로그램이다. 기술 사이에 이토록 안무로 꽉 차 있는 프로그램은 쉽게 접할 수 없다. 김연아가 연기한 '레미제라블'은 3년 전 밴쿠버 때의 영광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무엇보다 국내에서 열린 전국종합선수권에서 완벽하게 연기해 자신감을 얻었다.

한 치의 실수 없이 경기를 마치자 관중들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여왕은 마침내 돌아왔고 여자싱글의 압도적인 강자는 건재했다. 김연아는 여자싱글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점수인 218.31점으로 두 번째 세게선수권 우승을 차지했다. 2위에 오른 코스트너는 "그녀(김연아)는 우리와는 다른 차원에 있었다"며 김연아의 우월함을 인정했다.



'레미제라블'의 감동이 캐나다 런던에서 울려 퍼진 지도 1년이 가까워졌다. 현재 김연아는 러시아 소치에서 자신의 고별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러시아로 출국하기 전 김연아는 "올림픽 2연패는 큰 의미를 두고 있지 않다.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기분 좋게 끝맺고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겼다.

4년 전 밴쿠버올림픽은 전 국민을 위한 무대였다. 이미 올림픽 챔피언에 등극한 김연아게게 이번 소치올림픽은 그를 위한 무대다.

* 김연아의 라이프스타일

- 모두가 궁금해 하는 김연아의 이상형은?

김연아가 줄기차게 받아온 질문 중 하나가 이상형이다. 이에 김연아는 확실한 이상형을 꼽지 않았다. 특별한 이상형은 없고 여기에 딱 들어맞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TV를 거의 못 보기 때문에 특정 연예인을 지목해 이상형이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다만 너무 강한 척 하는 남자는 사양하고 싶다고. 남자라도 힘들면 자신에게 기댈 줄 아는 남자가 더 좋다고 한다. 기왕이면 키는 자신보다 컸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남겼다.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사진 = 김연아 ⓒ Gettyimages/멀티비츠, 김연아 데이비드 윌슨 ⓒ 엑스포츠뉴스DB]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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