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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악당으로 보입니까?"…신성록· 엄태구, 말끔한 악역이 뜬다

기사입력 2014.02.18 07:50 / 기사수정 2014.02.17 14:02

정희서 기자


[엑스포츠뉴스=정희서 기자] 흉터는 커녕 수염의 흔적조차 없는 말끔한 외모의 악역들이 안방극장을 장악하고 있다. SBS 수목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신성록과 KBS 수목드라마 '감격시대' 엄태구가 그 주인공이다. 극 중 두 사람은 준수한 외모 속에 악마의 본성을 숨긴 채 악인의 카리스마를 발산한다.

신성록이 맡은 이재경은 유능한 재벌 2세의 이면에 살인마의 모습을 숨기고 살아가는 인물이다. 그는 단정한 슈트를 입고 한 올도 남김없이 머리를 빗어 넘긴 채 늘 반듯한 외양을 유지하고 있다. 늘 감정을 알 수 없는 무표정을 지으며 냉혹한 냄새를 물씬 풍겨낸다.

극 중 이재경은 반듯한 외모에서 상상할 수 없는 잔인한 내면을 지니고 있다. 그는 자신의 야욕을 충족시키기 위해 다른 사람들의 고통은 염두에 두지 않는다. 특히 섬뜩한 대사톤으로 "건강관리 잘해라"고 중얼거리는 그의 모습은 보는 이들을 두려움에 떨게 만든다.

이재경은 자신을 경계하는 도민준(김수현 분)을 향해 "네가 모르는 게 있는데 나는 너 같은 애송이가 상대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네가 살아 있는 이유는 내가 살려두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감사하게 생각해라"며 서늘한 눈빛과 미소를 머금으며 살인광의 모습을 보였다. 신성록의 소름 돋는 소시오패스 연기는 드라마를 순식간에 스릴러물로 만들어버린다.

'감격시대'의 엄태구 역시 단정한 겉모습과 달리 내면의 칼을 숨기고 있다. 엄태구가 연기하는 도꾸는 철저한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강자에게 무릎을 꿇으며 복종하는 척하지만 속은 검은 야망으로 가득 찬 인물이다. 극중 도꾸는 본모습을 숨긴 채 걸쭉한 함경도 사투리를 쓰며 친근한 모습을 보이지만, 눈을 치켜뜨고 악행을 저지르는 반전 모습은 소름을 끼치게 한다.

도꾸는 더 큰 조직인 일국회에 입단하기 위해 불곰파를 배신하고 신이치(조동혁)에게 충성을 맹세했다. 무릎을 꿇고 충성을 맹세했던 도꾸는 신이치와 만나고 나온 호텔 복도에서 "내가 왜 도꾼딜 아네. 꼬랑질 흔든다고 도꾸가 아냐. 주인 잡아먹어서 도꾸디"라고 나지막이 읊조리며 무시무시한 야심을 드러냈다.

가진 게 자존심뿐인 도꾸는 불곰(이철민)을 넘어서라는 신이치의 말에 자신을 보살펴주던 불곰을 죽이기까지 했다. "난 말입니다. 오늘 사는 것만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도비패를 제껴야 할 수 있다면 난 제낄 겁니다. 내래 증명해 보이겠시오. 싹 다 쓸어 버릴테니까"라고 순식간에 눈빛과 표정이 변하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서늘함 안겼다. 강자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지만 언제 돌변할지 모르는 '미친개' 도꾸의 모습은 극의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대개 드라마 등장인물의 외모는 선악을 구분하는 가장 일차적인 장치로 사용됐다. 악역을 맡은 남자들은 주인공 남자에 비해 남성적이고 선굵은 외양을 가지고 있다. 선한 주인공들은 준수한 외모와 단정한 차림인 반면, 악역들은 얼굴에 흉터를 비롯한 어딘가 모르게 불량한 이미지로 악역임을 확실히 인지하게끔 했다. 말투와 목소리 역시 거칠고 투박스러워 시청자들에게 공포감과 거부감을 먼저 안기기도 했다. 하지만 이재경과 도꾸 같은 캐릭터들은 악역하면 떠올리는 정형화된 이미지를 벗어났다. 남성적인 매력으로 시선을 끈 뒤 돌연 악인의 모습을 드러내며 잔인한 범행을 저지르는 이중적인 모습은 스릴 그 자체로 다가온다.

신성록은 "이재경을 연기할 때는 일부러 무섭거나 눈에 힘을 주는 모습을 보여주기 보다는 과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냥 물 흐르는 듯한 연기를 보여드리기 위해 고민 중이다"라고 섬뜩한 소시오 패스 연기 비결을 밝혔다.

또한 신성록은 "이재경의 이미지를 살리기 위해 감독님과 상의한 결과, 슈트는 주로 빨간색이나 어두운 색깔로 뱀파이어 이미지를 내고자했다. 또한 머리는 한쪽은 부드럽고 한 쪽은 강한 모습으로 세팅하며 소시오패스의 이중성을 표현하고자 했다"라고 헤어스타일과 의상에 대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악역하면 살인사건, 범죄자를 떠올리기 쉽지만 실제 현실에서 악역들은 타인의 목숨보다는 돈이나 권력을 탐한다. 그렇기에 어두운 뒷골목을 배회하는 인물보다 말끔한 외모의 악역들이 더욱 현실감 있게 다가와 몰입도를 높인다. 

동의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주재원 교수는 "과거 애니나 영화에 등장하는 악역들은 외관상 차별화되는 특징이 있었다. 내면적 악을 외연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던 매우 단순한 연출기법이었지만 장애인이나 외모에 대한 가치판단을 함에 있어 심각한 편견을 가지게 하는 부작용이 제기됐다"라고 설명했다.

주 교수는 이어 "최근 빈번하게 등장하는 악역 캐릭터 중에 평범하거나 심지어 일반인들이 동경하는 외모나 재산, 직업 등을 가진 캐릭터들이 많은 이유는 현대인들이 그들에게 자신의 욕구를 투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모든 것을 다 가진 완벽해 보이는 사람도 내면적 문제로 인해 악인이 될 수 있다는 설정이다"라고 진단했다.

또한 주 교수는 "과거에는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라는 단순한 명제가 설득력을 얻었다면 신자유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는 신체적 '결핍'보다는 정신적'결핍'으로 악역 캐릭터에 접근하는 것이 더 설득력을 얻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정희서 기자 hee108@xportsnews.com

[사진 = 신성록 엄태구 ⓒ SBS, KBS 방송화면]

정희서 기자 hee10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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