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승현 기자] 전 프로게이머 임요환은 역시 '테란의 황제'답게 전략이 일품이었다.
15일 방송된 tvN '더 지니어스: 룰 브레이커' 11회에서는 임요환과 유정현이 데스매치인 '흑과 백'에서 외나무다리 대결을 펼쳤다.
이상민이 결승에 선착한 가운데, 3연속 데스매치 승리를 쟁취한 유정현과, 데스매치에 일가견이 있던 임요환의 승부는 예측하기 어려웠다.
경기 전 임요환과 유정현은 각각 "두뇌 회전도 엄청 빠르고 굉장히 부담되는 상대다", "판을 뒤엎는 전략을 구사한다"라며 서로에 대해 경계심을 드러냈다.
그러나 승부는 쉽게 갈렸다. 초반부터 스코어 쌓기에 열을 올린 임요환은 4:0까지 격차를 벌려놨고, 손 쉽게 결승행 티켓을 따냈다. 임요환은 9회에서 조유영과 '흑과 백'을 하던 유정현의 전략을 유심히 지켜봤고, 손쉽게 정보를 획득했다. 치밀했던 임요환의 변칙 작전에 포커페이스가 강점이던 유정현도 손을 쓰지 못했다.
임요환은 홍진호의 대항마로 떠올랐지만, 단 한 번도 우승을 거머쥐지 못하며 꾸역꾸역 준결승까지 진출했다. 그동안의 방송분에서 홍진호에게 무릎을 꿇었고, 불멸의 징표에 신경쓰다 이상민에 넘기며 허탈함을 느꼈고, 감정에 치우쳐 한 순간에 판을 뒤엎는 결정을 내리는 등 뚜렷한 존재감을 보이지 못한 채 질긴 생명력으로 버텨왔다.
그랬던 임요환이 이번 승리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데 성공했다. 이미 5회전 데스매치 '레이저 장기'에서 임윤선의 공격을 원천 봉쇄한 바 있는 임요환은 프로게이머 시절의 전략과 승부사 기질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이날 보인 진지한 눈빛은 과거 드랍쉽을 이용해 전장을 누볐던 시절의 당당한 모습을 재현하는 듯했다.
또 그의 승리가 빛난 이유는 상대가 유정현이었기 때문이다. 맏형 유정현은 허허실실하면서 존재감이 없었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숨겨둔 발톱을 공개하며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갓정현', '피닉현'이라는 칭호를 얻으며 이번 시즌 진정한 지니어스로 손꼽혀 왔기에, 임요환의 전략도 그만큼 더욱 빛을 발할 수 있었다.
한편 임요환과 이상민의 결승전은 오는 22일 오후 11시에 방송될 예정이다.
김승현 기자 drogba@xportsnews.com
[사진 = 임요환 ⓒ tvN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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