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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올림픽] 선구자의 퇴장…이규혁이 남긴 18년 '외길 인생'

기사입력 2014.02.13 00:06

김형민 기자


[엑스포츠뉴스=김형민 기자] 뼛속까지 빙상인, 이규혁(36)이 진짜 마침표를 찍었다. 이젠 다음 올림픽에 대한 기약은 없다.

이규혁이 소치에서 자신의 6번째 올림픽 무대를 마무리했다. 마지막 올림픽 빙판 위를 힘차게 달렸다. 12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아들레 아레나에서 열린 소치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m에서 1분 10초049의 기록으로 레이스를 마쳤다.

이고르 보골류브스키(러시아)와 6조에서 한 조를 이룬 이규혁은 빙판 위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웠다. 초반 출발은 좋았다. 200m 지점에서 16초25를 기록한 이규혁은 600m 지점에서 41초76을 기록하며 좋은 페이스를 보였다. 이전 인코스로 들어오는 과정에선 함께 레이스를 펼친 이그로 브골류브스키(러시아)를 앞지르는 기염을 토했다. 결국 막판 스퍼트에서 힘이 실리지 못해 1분 10초049를 기록하며 결승선을 통과했다.

18년 간의 6번의 도전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규혁은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선구자였다.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을 시작으로 외길 인생을 걸었다. 이후 2002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거쳐 2014 소치 동계올림픽까지 총 6번의 올림픽에서 레이스를 펼쳤다.

1990년대말과 2000년대초까지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은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성적의 영향 하에 관심도 그리 크지 않았다. 하지만 이규혁의 도전은 각성을 불러 일으켰다. 올림픽에 출전하는 이규혁의 올림픽 레이스는 국내 팬들에게 매회 전해졌다. 이후 '이규혁 키즈'들이 자라났다. 이상화와 모태범 등 지금의 스타들도 이규혁 등 선배들의 레이스를 보며 자랐다.

6번의 올림픽에 나섰지만 성적에 만족하는 법은 없었다. 예나 지금이나 이규혁의 꿈은 올림픽 메달이었다. 매번 올림픽 여신의 간택을 받지 못했다. 이규혁의 최고 성적은 2006년 토리노에서 기록한 4위였다. 4위를 차지한 1000m에 대한 자신감을 가진 이규혁은 계속된 도전을 이어갔지만 끝내 메달은 손에 쥐어지지 못했다.

이번 소치 무대에서도 이규혁은 무한 도전했다. 500m에서 1·2차 레이스 합계 70초65로 18위에 올랐던 이규혁은 1000에서도 힘찬 레이스를 펼쳤다. 아름다운 불꽃을 피운 뒤 결승선을 통과했다. 순간 이규혁의 얼굴에 후회는 없었다. 대신 빙판과의 이별에 대한 아쉬움과 홀가분함을 간직한 채 경기장을 가벼운 발걸음으로 떠나갔다.

[사진=이규혁 (C) 엑스포츠뉴스DB]

김형민 기자 sport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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