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따뜻한 말 한마디' 지진희
[엑스포츠뉴스=김영진 기자] 지난해 드라마 '상속자들'의 최영도(김우빈 역)나 '비밀'의 조민혁(지성 역) 등 '나쁜 남자'가 작품의 대세로 떠올랐다. 이에 열광하는 시청자들도 많았다. 하지만 올해는 '뻔뻔한 남자'가 바톤을 이어받고 있다.
특히 현재 방영 중인 SBS 월화드라마 '따뜻한 말 한마디'(이하 따말)의 지진희와 주말드라마 '세번 결혼하는 여자'(이하 세결여)의 하석진이 대표적이다. 시청자들은 극 중 이 두 남자가 등장하면 모두 한편이 되어 한목소리를 낸다. "저 남자, 뭘 잘했다고 저렇게 뻔뻔해?"라고.
'따말'의 유재학(지진희 분)은 자신만을 바라보며 정성스럽게 내조한 아내 송미경(김지수)를 두고 나은진(한혜진)과 바람을 피웠다. 유재학의 외도가 의심스러웠던 송미경은 흥신소에서 사람을 구해 유재학의 뒤를 밟게 했다. 그래서일까. 유재학은 외도보다 자신에게 사람을 붙였던 송미경에게 도리어 화를 냈다.
그 뿐만 아니다. 이따금 나은진이 떠올라 괴로워하는 송미경에게 유재학은 차가웠다. 늘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해주었던 아내라는 믿음 때문인지, 자신이 어떤 짓을 해도 헤어지지 못할 송미경을 알아서인지 그는 당당했다. 과거를 끄집어내는 미경에게 "다 지난 일이야"라는 말로 묻으려 하고, "그래서 언제까지 그 이야기를 할 건데?"라고 따지기도 한다.
▲ '세번 결혼하는 여자' 장희진, 하석진
'세결여'의 김준구(하석진) 역시 마찬가지다. 김준구는 오은수(이지아)의 두 번째 남편이다. 그러나 그에겐 결혼 전 만나던 한다미(장희진)가 있었다. 한다미는 국내 최고의 여자연예인이면서도 김준구를 진심으로 사랑했다. 그저 보는 눈들이 있어 연예인인 그녀를 포기하고 오은수를 선택하게 됐다.
오은수는 이 모든 것을 결혼 후에 알았다. 알고도 쉽게 이혼을 결심하지 못하고 김준구의 막무가내로 임신까지 해버렸다. 이후 김준구는 종종 한다미를 만났고, 그것이 들통 난 뒤에도 오히려 당당하게 "이미 끝난 사이"라고 못 박기도 했다.
▲ 따뜻한 말 한마디
뻔뻔한 남자들이 탄생하게 된 배경에는 높은 사회적 지위와 극성스러운 가족들이 있다. 두 드라마의 이 뻔뻔한 남자들은 부유한 가정에서 자라 보석처럼 키워졌다. 그래서인지 다른 사람의 고통에 공감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이 두 남자는 불륜을 저지르고서도 "잘못은 했지만 이미 지난 일"이라며 상대의 상처를 무시한다.
'뻔뻔한 남자'는 시청자들을 하나로 만드는 힘이 있다. 시청자들은 극중 뻔뻔한 남자에게 배신 당한 여자가 된다. 극에 몰입을 하고, 극 속의 여자 입장이 되어 상상을 하곤 한다. 극의 몰입도가 여느 드라마보다 깊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이 두 드라마는 '욕 하면서도 보게 되는' 작품이 됐다.
또한 시청자들은 '강력한 복수 한방'을 꿈꾸기도 한다. 그 '한방'을 위해 극의 전개를 기다리며 한 명의 '열혈 시청자'가 된다.
그렇기에 '따말'이나 '세결여'는 잔잔한 시청률 속에서도 확실한 시청자층이 있다. 두 드라마는 자칫 뻔하디 뻔한 이야기로 흐를 수 있는 '불륜'을 소재로 하면서도, 현실적인 대사나 인물들이 마주하는 그럴 듯한 상황 덕분에 '명품 드라마'로 꼽기에 손색이 없다. 이 '뻔뻔한 남자'들이 시청자들의 바람대로 '제대로 된 한방'을 먹을 때까지 시청자들의 응원은 계속 될 것이다.
김영진 기자 muri@xportsnews.com
[사진 =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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