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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불모지에 나타난 '별에서 온 소녀'

기사입력 2014.02.03 13:10 / 기사수정 2014.02.03 14:45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피겨 스케이팅 여자싱글은 '동계스포츠의 꽃'으로 불린다. 역대 동계올림픽의 클라이맥스를 장식한 종목은 아이스하키 결승전과 피겨 여자싱글이었다.

피겨 선수들은 은반 위에서 우아한 동작으로 연기를 펼치고 점프까지 해낸다. 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이 종목은 북미와 유럽 선수들의 전유물처럼 보였다. 아시아 국가 중 피겨 스케이팅 저변이 오래전부터 발달됐던 나라는 일본이었다. 이토 미도리(45, 일본)가 1989년 세계선수권에서 아시아인으로서는 첫 우승을 차지하면서 일본 피겨의 인기는 뜨거워졌다.

이와 비교해 한국은 '피겨의 불모지'였다. 열악한 환경과 두텁지 않은 선수층 속에서도 많은 선수들이 국제대회에 도전했다. 여자싱글에서는 박빛나(29)가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에서 26위에 오른 것이 최고 성적이다. 남자싱글의 정성일(45)은 1994년 릴리함메르 동계올림픽에서 17위에 올랐다.

한국 피겨가 동계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한다는 것은 까마득한 꿈처럼 여겨졌다. 이런 상황 속에서 '별에서 온 소녀'가 나타났다. 1990년 9월5일 경기도 부천시에서 태어난 김연아(24)는 조금은 내성적인 평범한 소녀였다. 하지만 다섯 살 과천시 실내아이스링크를 찾은 이후 그의 운명은 결정된다.

김연아는 처음 스케이트를 탔던 해의 여름 피겨 특강반에 지원했다. 친언니인 김애라(27)와 함께 스케이트를 배웠던 그는 감춰진 재능을 드러낸다. 유치원을 졸업하고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로도 스케이트 수업은 계속 받았다. 같은 시기 피아노와 바이올린도 배워봤지만 스케이트만큼 재미가 없었다.

그러던 중 당시 과천 실내아이스링크에서 피겨를 지도하던 류종현(46) 코치에 발탁된다. 류 코치는 김연아의 어머니인 박미희(현 올댓스포츠 대표이사) 씨에게 선수로 키워보길 제안한다.



지출이 많이 들어가는 피겨 스케이팅은 쉽게 선택할 수 없는 종목이다. 국제대회에 출전하는 선수의 경우 1년 단위로 1억에 가까운 투자가 들어간다. 또한 부상이 많고 선수 생명도 짧아 미래를 확신하기 어렵다.

박 씨는 스케이트 타기를 매우 좋아하는 딸을 위해 선수의 길을 허락했다. 그리고 류 코치의 선견지명은 적중했다. 김연아는 배우는 속도가 빨랐고 승부욕도 남달랐다.

당시 류종현 코치와 함께 어린 시절의 김연아를 지도했던 변성진(43) KBS 해설위원은 "그 시절 과천의 경우 피겨가 다른 종목과 5:5의 비율로 대관이 잡혀 있었다. 당시에 이런 일은 이례적이었다. 그리고 코칭 시스템도 코치 한 분이 모든 것을 가르치는 방식이 아니었다. 특정 분야를 세부적으로 나누어서 지도했다"고 밝혔다.

무엇이든 처음 배울 때가 가장 중요하는 말이 있다. 과천에서 김연아는 아이스댄싱 선수 출신이었던 류 코치에게 스케이팅을 배웠다. 당시 류 코치와 함께 선수들을 지도했던 변성진 위원이 스핀과 프로그램을 봐주고 오지연(46) 코치가 점프를 맡았다.

더블 악셀까지 완성한 김연아는 새 스승인 신혜숙(57) 코치를 만난다. 초등학교 5학년이었던 해의 여름 김연아는 신 코치와 함께 미국 콜로라도로 전지훈련을 떠난다. 그곳에서 만난 김훈(60) 코치에게 트리플 점프를 배운다. 전지훈련에서 김연아는 토루프와 살코 러츠 등을 습득했다. 그리고 10대 초반 트리플 5종 점프(토루프 살코 루프 플립 러츠)를 완성한다.

기본기를 착실하게 익힌 성과는 '올림픽 챔피언'으로 이어졌다. 어린 시절 잘못된 버릇을 들이면 쉽게 고치기 어렵다. 김연아의 '교과서 점프'와 '정석 기술'은 10대 초반에 틀을 잡았다.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김연아를 바로 잡았던 어머니의 노력도 큰 힘이 됐다.

이러한 결실은 대회에서 얻은 성과로 열매를 맺었다. 1999년 전국체전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2002년 슬로베니아 트리글라프 트로피 노비스(만 13세 이하)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피겨 사상 첫 번째로 나온 국제대회 금메달이었다. 2003년과 2004년에는 국내최고 권위의 전국종합선수권대회 시니어 선수로 출전해 정상에 등극했다.



2003년 크로아티아에서 열린 '골든 베어 오브 자그레브' 노비스 부분에서도 1위에 올랐다. 자신의 안에 감춰진 '비범함'을 조금씩 드러낸 김연아는 최고의 유망주로 급부상한다.

김연아는 2003-2004 시절의 롱프로그램(프리스케이팅)인 '카르멘'을 통해 성숙한 연기를 펼쳤다. '카르멘'은 훗날 여자 싱글의 역사를 뒤흔들었던 '록산느의 탱고'와 '죽음의 무도'의 '예고편'이었다.

* 김연아의 라이프스타일

김연아가 선호하는 패션 스타일은?

- 김연아가 공식 행사에서 입고 등장하는 의상은 항상 화제가 된다. 화려한 의상을 선호할 것 같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어디서나 부담 없이 입을 수 있는 편안한 옷을 가장 좋아한다. 예쁜 옷을 싫어하지 않지만 너무 여성스러운 옷보다는 편한 것이 좋다.

김연아는 주니어 시절부터 혼자 화장을 해왔다. 평소에도 기본적인 메이크업은 하고 다닌다. 특히 눈 화장에 가장 신경을 쓴다고 한다.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사진 = 김연아 ⓒ 올댓스포츠 제공, 골든 스핀 오브 자그레브 공식 홈페이지 캡쳐, 엑스포츠뉴스DB]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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