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30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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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남자가 사랑할 때', 가깝고도 먼 그 이름 '당신'

기사입력 2014.01.21 22:56 / 기사수정 2014.01.21 23:24

김승현 기자


[엑스포츠뉴스=김승현 기자] 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는 나이 마흔이 되도록 변변한 직장 없이 친구의 사채업체에서 빚 독촉을 전담하며 폭력을 행사하는 남자 태일(황정민 분)이 태어나 처음으로 주호정(한혜진)이라는 여자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구부정한 어깨, 삐딱한 걸음걸이, 위협적인 패션과 일수 가방을 한 손에 든 태일은 빚을 갚지 못하는 서민들을 괴롭히며 살아왔다. 그러다 난생처음 빚을 지고 있음에도 당당한 모습으로 일관하는 호정이 자꾸 아른거리기 시작한다.

인생에서 가슴이 두근거리는 경험을 한 적이 없는 태일은 그녀의 마음을 얻고자 무대포로 돌진한다. 연애와 거리가 멀었던 태일의 서툰 연애 기술에 호정은 무표정으로 일관할 뿐이다. 돌파구는 여자의 마음을 헤아리는 진심이었다. 아버지의 병시중에 지쳐가는 호정의 곁에서 키다리 아저씨를 자처한다. 호정은 결국 태일의 진심을 받아들인다. 

'신세계' 제작진과 황정민의 만남이기에 극 초반 맥가이버 머리를 한 껄렁껄렁한 태일의 모습에서 자칫 정청의 향수를 느낄 수 있다. 이는 정청 캐릭터의 잔상이 쉽사리 사라지지 않을 만큼 강렬했다는 증거다.

모진 남자였던 태일은 고성과 주먹부터 날아가던 예전과 달리 순박한 웃음으로 일관하는 여유를 보인다. 호정과 함께 하는 모든 순간이 즐겁고 이 세상이 아름다워 보인다. 사랑이라는 보통 정서의 위대함이 보편적으로 영향력을 드러나는 대목이다.

한 여자를 향한 태일의 헌신은 영화 '너는 내 운명' 속 김석중과 엇비슷하다. 태일의 감춰졌던 지고지순함과 한 사람만 바라보는 '해바라기 사랑'은 묘하게 닮았다. 정청과 김석중은 황정민에게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의 영예를 안겨준 캐릭터들이다.

태일에게는 정청과 김석중의 향기가 피어오른다. 황정민은 이를 경계하는듯한 연기력을 펼친다. 날카로움을 희석하는 진솔한 그의 모습은 한혜진에게도 울림을 선사한다. 느와르와 멜로 장르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능력은 태일이라는 또 다른 자아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남자가 사랑할 때'라는 제목과 남녀주인공인 황정민과 한혜진만 놓고 본다면 서로 다르게 살아왔던 남녀의 사랑이라는 결론이 도출된다. 언제부터 사랑은 연인 사이의 달콤함을 대변하는 단어가 됐다. 가족 간에, 친구 간에 사랑한다는 말은 금기시됐고 하기 어려운 표현으로 자리 잡았다.



이 영화는 '남자가 (여자를) 사랑할 때' 이상으로 '남자가 (가족을) 사랑할 때'라는 주제도 담는다. 의식을 잃은 호정의 아버지를 자신의 방식으로 정성껏 보살피던 태일은 비로소 '가깝지만 멀었던' 사람에게 손길을 내밀기 시작한다. 

치매에 거린 아버지(남일우)를 마사지하면서 자신이 불효자였던 것을 느끼고, 마지막에는 늘 티격태격하던 영일(곽도원)이 끝까지 비꼬면서 눈물을 훔친다. 상종조차 하기 싫었던 태일은 그렇게 모두가 그리워하는 갱생의 존재로 다시 태어났다. 아쉽게도 너무 늦었지만.

'남자가 사랑할 때'의 이야기 전개는 어디선가 볼 수 있는 '답습'의 색깔이 짙다. 관건은 역시 고정된 축 안에서 개별화하는 세밀한 장치의 여부다. 폐습에 대한 속죄를 암시하는 태일의 변화된 머리스타일, 유언이 된 향기로운 방귀는 무언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와 함께 엔딩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이문세의 곡 '기억이란 사랑보다' 가사는 태일을 애원하는 이들의 심경을 대변하며 심금을 울린다.  

'남자가 사랑할 때'는 15세 관람가로 오는 22일 개봉된다.

김승현 기자 drogba@xportsnews.com

[사진 = 남자가 사랑할 때 ⓒ NEW]

김승현 기자 drogba@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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