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승현 기자] 지난 2012년 12월 파일럿 형식으로 진행된 박정현, 김경호 편의 인기에 힘입어 정규 편성된 JTBC '히든싱어'는 신선한 포맷과 듣는 음악의 즐거움을 일깨우며 비상하고 있다. 시즌1으로 급부상했다면, 시즌2로 굳히기에 들어가며 숱한 화제를 양산하고 있다.
'히든싱어'의 연출자인 조승욱 PD는 14일 서울 순화동 JTBC 본사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몸 둘 바를 몰라하면서도 "인기를 어느 정도 실감은 하고 있다. 그래서 더욱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라고 겸손해했다.
확고한 정체성을 가진 음악 예능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은 '히든싱어'는 단순한 구상에서 만들어졌다. 출발점은 원조가수가 모창능력자의 대결이었다.
"두 그룹이 보이지 않는 무대에서 대결하면 재밌겠다고 생각했다. 기존의 모창 프로그램에는 모창자만 출연하는데, 원조가수까지 합류한 게임쇼를 만들고 싶었다. 이후 무대 구조물을 제작했고, 차근차근 준비해 나갔다"
분명 참신했고 의욕적이었지만 위험은 도사리고 있었다. 첫 방송인 박정현 편이 다가올수록 생소한 포맷에 대한 기대는 부담으로 바뀌었다. 그럼에도 '듣는 음악'을 밀어붙였고, 정면 승부는 통했다.
"화려한 조명과 안무, 무대, 열창하는 가수의 원샷 없이 스튜디오에서는 목소리만 흘러나온다. '시청자들이 참고 봐줄까?'하고 염려했었다. 과감하게 승부수를 던져 프로그램의 개성을 확립할 수 있었다"
'히든싱어'를 시청하다 보면 1라운드 시작과 동시에 '보는 음악에서 듣는 음악으로'라는 자막이 나온다. 노래 시작 전에 원조가수는 경연곡에 대한 사연과 의미를 설명한 뒤 반주가 흘러나오면 모두가 귀를 기울인다.
"노래의 가사가 더욱 뜻깊게 다가온다. 많은 분이 명곡을 재발견했다고 말씀하셨다. 카피 그대로 '보는 음악에서 듣는 음악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이끌었다기보다는 잊고 있었던 듣는 음악의 기쁨을 일깨워주는 작은 계기를 마련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엄연히 승부의 영역은 존재한다. 비록 '나는 가수다'처럼 프로가수들끼리의 살 떨리는 대결은 아니지만, 경쟁 속에서 원조가수나 모창능력자는 분명 지고 싶어 하진 법이다.
"전곡을 부르면 당연히 원조가수가 유리하다. 한 소절만 부르는 변수가 이들의 차이를 좁히는, 이변을 발생케 하는 요인이다. 원조가수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못 찾으면 좌절하기도 하고 쿨한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때로는 자신과 똑같이 따라 한 모창능력자들을 고맙게 생각하고, 여기에서 초심도 떠올린다. 가수 입장에서는 다양한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는 셈이다"
파죽지세의 '히든싱어'였지만 시청자들은 3라운드에서 모창능력자들의 목소리를 공개하면 판별이 더욱 쉽다며, 다소 시시해진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조 PD는 "사실 1~2라운드가 원조가수에게 가장 무서운 무대다. 후반으로 갈수록 모창능력자이 공개됨과 동시에, 현장투표단원들이 원조가수의 목소리에 적응된다"라며 수긍했다. 하지만 원조가수와 모창능력자의 케미스트리를 중시하며 유지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렇게 말하는 분들은 엄정하게 게임으로만 바라보는 것 같다. '히든싱어'는 또 다른 형식의 음악 버라이어티쇼다. 게임만 한다면 4라운드까지 모창능력자들에게 가면을 씌울 것이다.(웃음) 3라운드 이후 정체를 공개하고 그들의 사연을 풀어놓는 것도 재밌는 요소다. 이로써 원조가수도 가수로서의 자존감과 존재 가치, 자기 음악에 대해 되돌아보게 된다. 프로그램을 풍성하게 하는 감정 이입의 측면은 포기할 수 없다"
김승현 기자 drogba@xportsnews.com
[사진 = 조승욱 PD ⓒ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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