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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부영호', 터키전에서 희망을 쏘다

기사입력 2006.08.12 09:27 / 기사수정 2006.08.12 09:27

신석 기자
   


 [잠실, 엑스포츠뉴스 = 신석 객원기자] 최부영 감독(경희대)을 대표팀 감독으로 앉히고 세대교체를 단행한 후 새롭게 출발한 국가대표팀. 비록 월드바스켓볼 챌린지 개막전인 터키와의 첫 경기에서 패하긴 했으나, 일각의 우려와는 달리 마지막 순간까지 유럽의 강호 터키를 상대로 팽팽한 접전을 펼치는 등 기대 이상의 선전을 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좀더 일찍 세대교체를 할걸 하는 아쉬움이 들 정도였다. 연습량이 부족했다는 점과 서장훈, 김주성이 부상으로 제외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터키와의 경기는 나름대로 선전이라 할만 했다. 


최부영표 '수비농구'의 정착

최부영 감독도 밝혔지만, 겨우 20일 동안의 연습량만으로 우럽 강호 터키를 70점으로 묶는 수비를 펼쳤다는 것은 나름대로 평가해줄 만하다. 

이는 최부영 감독의 철학인 '끈적끈적한 수비농구'가 대표팀에도 서서이 녹아들고 있다는 증거이며, 대표팀의 팀 컬러를 이 같은 '수비 농구'로 표방한 것은 세계선수권대회나 올림픽 등 국가 대항전이 모두 단기전으로 치러진다는 점을 고려할 때 매우 적절한 선택이라 하겠다. 

더욱이 대표팀에는 속공 전개에 능한 김승현을 비롯하여 김주성, 김민수 등 런닝 게임에 능한 빅맨들이 많아 기존의 '빠른 농구'도 계속 구사할 수 있을 것이다. 방성윤, 김성철, 이규섭 등이 포진한 외곽슛만 기복없이 안정적으로 터져줄 수 있다면 세계 강호들을 상대로도 충분히 선전을 기대할만 하다. 

주위의 우려를 불식시킨 듀얼가드 양동근

듀얼가드 양동근의 데뷔는 성공적이었다. 당초 포인트 가드를 보기에는 경기 운영 능력이 떨어지고 슈팅가드를 보기에는 신장이 열세인 양동근이 과연 국제무대에서 통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가진 사람들이 적지 않았으나, 양동근은 터키와의 경기를 통해 그 같은 기우를 불식시켰다.

최부영 감독까지도 경기 후 수훈선수로 양동근을 꼽았을 만큼, 공수 양면에서의 양동근의 활약은 뛰어났다. 

 그는 공격에서는 김승현과 더불어 볼 흐름을 원활하게 조절하면서 과감한 돌파와 외곽슛으로 상대 수비진을 흔들었고, 수비에서도 자신보다 10cm 이상 되는 선수들을 상대로 끈질긴 수비를 펼쳐보였다.

양동근의 이러한 공격적인 플레이는 앞으로도 대표팀에 큰 활력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농구의 미래를 짊어질 유망주들의 데뷔

 터키와의 경기에서 하승진은 공격 시에 다소 투박한 모습을 보이며 여러 차례 실책을 저질렀으나, 앞으로 10년 이상 대표팀의 골밑을 지킬 그의 가능성을 생각할 때 지금보다 더욱 더 많은 공격 기회가 주어져야 할 것이다. 수비 시에도 상대팀들은 그의 느린 발을 노려 적극적인 픽앤롤이나 스크린 플레이를 시도할 것인 바, 최부영 감독은 이에 대한 대비책을 충분히 마련할 줄로 믿는다. 

 김민수는 몸싸움을 기피하고 궂은 일을 하지 않으려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으나 탄력과 스피드를 이용한 그의 속공 참여와 수비에서의 블록샷은 대표팀에 반드시 필요한 요소들이다. 더욱이 터키와의 경기에서 김민수의 중거리슛은 대표팀의 가장 안정적인 공격옵션이었다. 

김진수는 자신의 국가대표 데뷔 무대에서 3개의 3점슛을 던져 2개를 성공시키는 등 고교생 치고는 대담한 활약을 보여주었다. 어쩌면 우리는 몇년 내에 대표팀 에이스로 성장해 있는 그의 모습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양희종은 긴장했는지 자신의 첫 3점슛이 에어볼이 되고 말았으나, 수비를 중시하는 최부영 감독의 시스템 하에서 수비 이해도가 높은 양희종은 꾸준히 중용될 전망이다. 외곽슛이 좀더 좋아지면 더욱 많은 출전시간을 얻을 것이다. 김태술은 좀더 경험을 쌓아야 할 것으로 보였다. 

역시 BANG! BANG!  

경기 전 연습 중에 지켜본 방성윤은 분명 몸이 무거워 보였다. 몸 만들기가 제대로 안된 탓인지, 슛 컨디션도 좋지 못했다. 2쿼터와 3쿼터에 그가 쏜 대부분의 3점슛은 림을 맞고 튀어나왔다. 

허나 4쿼터가 되자 방성윤은 결정적인 순간에 3점슛 2개를 터트리며 팀을 역전으로 인도했다. 험프리스 전자랜드 코치는 방성윤에 대해, 기량은 둘째 치고라도 마인드 만큼은 'NBA급'이라고 지적한 바 있는데, 그런 근성과 대담한 기질 탓에 방성윤은 연습량이 부족해 컨디션이 좋지 못하더라도 클러치 상황에서 해결사 노릇을 할 수 있는 선수이다. 
 
비록 김민수가 터키전에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하나, 대표팀의 에이스는 당분간 방성윤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지역방어 전술에 대한 아쉬움

터키와의 경기 3쿼터에서 최부영 감독은 하승진과 김민수, 김진수를 동시에 코트에 세웠다. 그리고는 2-3 지역 방어를 구사했다. 
  
흔히 지역 방어 전술은 상대적으로 신장이 열세에 놓여 있는 팀이 구사하는 전술이다. 그런데도 대표팀에서는 하승진, 김민수, 김진수가 동시에 코트에 있어 터키의 장신에 충분히 대항할 만 했는데도 맨투맨이 아닌 지역 방어를 펼쳤다. 

더욱이 터키는 외곽슛이 침묵했던 1쿼터와는 달리, 2쿼터에만 엔데르(Ender)와 세르칸(Serkan)이 5개의 3점슛을 터트리는 등 외곽슛 컨디션이 완전히 살아난 상태였다. 또 맨투맨 위주의 미국 농구에 익숙한 하승진이나 김진수에게 2-3 지역 방어는 적응하기 힘들 수 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3쿼터에만 터키팀 주장 이브라힘(Ibrahim)에게 3개의 3점슛을 얻어맞고 경기가 역전되었으니 실로 아쉬운 대목이라 아니 할 수 없다. 

 또 하승진이 체력 문제로 코트에서 물러나자 높이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경기의 흐름이 터키 쪽으로 넘어간 점이나, 양동근이나 김태술이 김승현의 자리를 대신했을 때 볼 흐름이 뻑뻑해진 점 역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새로운 대표팀, 희망을 주는 출발 

비록 패배는 했으나 '최부영호'는 유럽 강호 터키를 상대로 나름대로 훌륭한 데뷔전을 치렀다. 이제 훈련과 실전을 통해 조직력이 좀더 탄탄해지고 서장훈, 김주성 등 부상 선수들이 합류하면 우리 대표팀은 제법 무시할 수 없는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최부영호'의 건투를 빈다. 



       



신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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