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유진 기자] 2013년 예능 프로그램에서 그 어떤 장면보다 많이 볼 수 있던 모습은 일명 '먹방(먹는 방송)'이었다.
음식은 이제 방송의 재미를 더하기 위해 곁들여졌던 작은 아이템을 뛰어넘어 주요 소재로 발돋움했다. 단순히 시식만 했던 이전 프로그램과 달리 만드는 재미까지 더해지면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올 해 시청자들과 누리꾼들에게 특별한 인상을 남긴 '맛있는 예능'을 정리했다.
▲ MBC '아빠 어디가' 프로그램 인기까지 상승시킨 윤후의 '먹방'
MBC '일밤'의 본격적인 부활을 알린 신호탄은 지난 1월 6일 첫 회가 방송된 '아빠 어디가'였다.
아빠(성동일, 김성주, 이종혁, 윤민수, 송종국)들과 자녀(성준, 김민국, 이준수, 윤후, 송지아)들이 오지 마을로 함께 떠나 1박 2일 동안 여행하는 콘셉트로 진행된 이 프로그램은 아이들의 꾸밈없는 모습과 더불어 방송 초기부터 많은 인기를 끄는 데 성공했다.
그 중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이는 단연 가수 윤민수의 아들 윤후였다. 윤후는 2월 17일 방송에서 김성주가 만들어준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 라면)'를 폭풍 흡입하는 모습으로 화제를 모았다.
윤후가 입가에 소스가 묻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정신없이 짜파구리를 먹는 모습은 당시 방송 시청률인 11.4%(전국 기준·닐슨코리아 제공)보다 높은 19.8%의 순간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방송 후에도 두고두고 회자된 이 장면은 해당 제품의 매출까지 상승시켰고, 포장마차의 안주메뉴로도 등장했다. 윤후는 라면 CF 섭외가 들어오는 등 프로그램의 '대세'로 자리잡았다.
▲ KBS '해피투게더' 부활 이끈 '야간매점'
KBS '해피투게더'는 지난 2001년부터 자리 잡아 온 KBS의 대표적인 예능 프로그램이다.
10년을 훌쩍 뛰어넘는 기간 동안 '해피투게더'가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는 시청자들의 눈높이에 맞춘 '아이템'의 등장 덕분이었다.
이 가운데 지난해 6월부터 시작된 '야간매점' 코너는 방송시간대인 밤 11시대의 출출함과 맞물려 시청자들의 흥미를 자극했다. 야식을 먹을지 말지를 놓고 고민하던 시청자들은 유재석 등 친근한 출연진이 소개한 다양한 야식에 군침을 흘리며 채널을 고정했다.
'야간매점'은 게스트로 출연한 스타들이 늦은 밤에 간단하게 해먹을 수 있는 야식을 출연진들에게 선보인 뒤 4표 이상을 획득하면 정식 메뉴로 등록하는 형식이다.
1호 메뉴로 등장했던 개그맨 장동민의 '장스밥'(밥에 라면스프와 달걀노른자, 참치, 참기름을 넣고 비벼먹는 밥)을 시작으로 지난 주 방송 분이었던 63호 메뉴 '완이떡'(제국의아이들 임시완이 호떡믹스에 떡갈비를 넣어 구운 뒤 데리야키 소스를 발라 먹는 떡)까지 매주 다양한 메뉴로 시청자에게 정보와 재미를 동시에 제공했다.
'야간매점'의 등록 메뉴와 더불어 아쉽게 탈락했지만 인기를 끌었던 메뉴들은 책으로 출간돼 만들어보고 싶었던 시청자들 앞에 다가갔다.
▲ 군대음식으로 시청자 향수 자극한 MBC '진짜 사나이'
'아빠 어디가'와 함께 MBC '일밤'의 새로운 출발을 알린 양대 산맥인 '진짜 사나이' 역시 추억의 군대 음식을 맛있게 먹는 출연진들의 모습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지난 4월 14일 첫 방송을 시작한 '진짜 사나이'는 김수로와 서경석, 손진영, 류수영, 장혁, 샘 해밍턴, 박형식이 출연해 군부대에서 장병들과 함께 생활하는 리얼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프로그램을 돋보이게 한 것은 끊임없는 '군대음식의 향연'이었다. 이 가운데 모든 것이 새로운 샘 해밍턴의 어리바리한 모습은 더욱 큰 즐거움으로 다가왔다.
군대 음식의 대표라고 불리는 '군대리아'(햄버거빵에 딸기잼, 패티, 소스, 양상추 샐러드 등을 넣어 먹는 빵)를 만들던 중 고기에 딸기잼을 넣는 모습을 보고 의아해했던 샘 해밍턴이 실제 맛을 본 뒤 감탄을 금치 못하며 '이제껏 먹은 음식 중 최고'라고 칭찬하던 장면이 그 예다.
류수영 역시 돋보였다. '류셰프'라 불리며 군대 음식에 대한 남다른 애정은 물론, 빼어난 요리 실력까지 자랑한 류수영은 자신만의 비법으로 '참치햄카나페'를 새롭게 개발해 동료들에게 선보여 극찬을 받기도 했다. 류셰프는 취사반에서 동료들의 식사를 책임지기도 했다.
이처럼 군대리아, 뽀글이, 건플레이크, 바나나라떼, 멜론라떼 등 방송에서 거론된 군대음식들과 출연진들을 통해 소개된 각종 메뉴들은 일반인까지 레시피를 공유하며 관심을 보일 정도로 화제몰이에 성공했다. 또한 전역한 장병들의 향수도 함께 불러일으켰다.
▲ 아쉬움 남긴 SBS '맨발의 친구들-집밥 프로젝트'
먹는 방송으로 반전을 꾀했던 프로그램도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SBS '맨발의 친구들'이다.
지난 4월 21일 '생활 밀착형 생고생 버라이어티'를 표방하며 출발한 '맨발의 친구들'은 강호동을 중심으로 김현중, 윤시윤, 윤종신, 은지원, 유이, 은혁 등이 출연하며 방송 전부터 단연 화제의 중심에 섰다.
하지만 시청률이 답보 상태에 머무르자, 프로그램이 중반부에 접어든 이후 '집밥 프로젝트'로 포맷을 변경해 스타의 집을 찾아 그들이 차려준 밥상을 맛보는 형식으로 변화를 시도했다. 방송을 통해 요리연구가 이혜정, 방송인 홍석천, 홍진경, 조갑경, 김가연 등의 집이 소개됐고, 이들은 출연진들을 집으로 초대해 자신만의 독특한 레시피로 맛있는 식사를 대접했다.
이혜정의 '묵은지 등갈비찜'과 '고추장찌개' 등 푸짐한 한식 밥상은 물론, 세계 각국의 다양한 요리를 연상시키는 홍석천의 퓨전요리까지 출연진들의 레시피는 시청자의 흥미를 끄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당초 기획의도와는 다른 '먹방'이라는 흐름에 편승한다는 혹평 속에 방송 8개월만인 지난 11월 17일 쓸쓸한 종영을 맞았다.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사진 ⓒ MBC, KBS, SBS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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