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수원, 김덕중 기자] 최근 수년간 V리그는 이른바 '몰빵 배구'가 대세였다. 대부분의 팀들이 승리를 위해 주공격수인 외국인 선수의 활용을 극대화했다. 심한 경우 공격 점유율이 50%를 훌쩍 뛰어넘기도 했다. 그런데 올시즌은 조금 다른 양상이다. 공격수들을 다양하게 활용하는 우리카드, 한국전력의 '토털 배구'가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주역은 우리카드 세터 김광국과 한국전력 세터 김정석이다. 이들이 17일 오후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정면 충돌했다.
경기 시작을 알리는 부저 소리가 울리자 일반적인 예상과 다른 양상이 펼쳐졌다. 한국전력은 세터 김정석의 노련한 볼 배급에 의해 1,2세트를 먼저 따내며 기세를 떨쳤다. 한국전력은 전광인-서재덕-밀로스로 이어지는 삼각 편대와 방신봉 등의 센터 라인이 힘을 보태면서 기대 이상의 효과를 이끌어냈다.
김정석의 완벽한 토스로 블로킹 없이 강스파이크를 날리는 전광인. 한국전력의 주포 전광인은 이날, 양팀 통털어 최고 득점과 최고 공격 점유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득점은 24점이었고 공격 점유율은 30.94%에 불과했다. 한국전력은 밀로스가 20득점(공격 점유율 25.18%), 서재덕이 15득점(공격 점유율 20.14%)을 기록하며 삼각편대가 고른 활약을 펼쳐보였다.
수원실내체육관을 찾은 흑발의 미녀. 몬테네그로 출신 외인 공격수 밀로스의 부인 산야다. 왼발목 부상에서 돌아온 남편을 응원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았고 차분하게 5세트까지 경기를 지켜봤다.
경기 흐름은 예상치 못한 지점에서 바뀌기 시작했다. 한국전력 세터 김정석이 3세트 발에 쥐가 나면서 코트를 떠나야 했다. 한국전력 신영철 감독은 "특별히 몸 관리를 잘 못하는 것도 아닌데 (김)정석이가 필요 이상으로 긴장한 것 같다"며 안타까워 했다. 원정에도 불구하고 경기내내 열정적인 응원전을 펼친 우리카드에게 마침내 기회가 찾아왔다.
우리카드 공격은 주전 세터 김광국이 만들어낸다. 그의 현란한 토스에 의해 안준찬, 최홍석, 신영석, 루니 등이 고르게 득점에 성공했다. 우리카드는 이날 안준찬이 19득점으로 최고 득점을 기록했다. 공격 점유율은 25.37%를 기록한 최홍석이 최고였다. 김광국의 적절한 토스로 득점과 공격 점유율이 고르게 분포됐다.
선수들의 계속된 파이팅에 흥이 난 우리카드 강만수 감독. 우리카드는 3,4세트를 잇달아 따내며 최종 승부를 5세트까지 끌고갔다. 남자부 2위를 기록 중인 강만수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공격수들이 모두 제 활약을 해주고 있다는 점이 우리카드의 강점이다. 앞으로도 이 점을 계속 살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전력과 우리카드의 경기가 5세트까지 이어지자 분주해진 SBS ESPN의 김세희 아나운서. 경기 내내 집중력을 잃지 않았고 열심히 메모장에 필기를 했다.
5세트는 우리카드가 15-12로 가져갔다. 세트 스코어 3-2로 우리카드의 승리. 우리카드는 1,2세트를 먼저 잃고도 나머지 세트를 모두 따내며 드라마틱한 역전승을 완성했다. 이날 우리카드 최고 득점자 안준찬은 "팀원 모두가 해결사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누가 '넘버원'이고 누가 '넘버투'라는 생각 없이 모두가 최고라는 생각을 하다 보니 성적이 잘 나오는 것 같다"며 토털 배구의 긍정적 효과를 밝혔다.
김덕중 기자 djkim@xportsnews.com
[사진=수원실내체육관 ⓒ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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