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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의 피겨 인사이드] '100%' 아닌 김연아, 시즌 최고점 가능했던 이유

기사입력 2013.12.07 04:45 / 기사수정 2013.12.07 07:30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무엇이든 '첫 단추'를 잘 꿰차는 것이 중요하다. 김연아(23)는 현역 마지막 무대가 될 2014 소치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있다. 그는 노비스(만 13세 이하) 시절부터 지금까지 출전한 모든 대회에서 메달을 획득한 유일한 스케이터다.

이런 그에게 올 시즌은 특별하다. 카타리나 비트(독일)가 1988년 캘거리 동계올림픽에서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후 25년이 지나갔다. 26년 만에 올림픽 2연패에 도전하는 김연아의 발걸음은 '피겨 역사의 행보'이기도 하다.

김연아는 '최선을 위한 마지막'인 올 시즌 첫 경기에서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6일(이하 한국시각)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 위치한 돔 스포르토바 빙상장에서 열린 '2013 골든스핀 오브 자그레브' 여자싱글 쇼트프로그램에 출전해 기술점수(TES) 38.37점 예술점수(PCS) 35.00점을 합친 73.37점을 받았다.

2위인 안도 미키(26, 일본, 62.81)와의 점수 차는 10.56점이었다. 2009-2010시즌부터 '압도적인 승리'를 거둬온 그의 이력은 이번에도 어긋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대회는 보이지 않는 ‘불안 요소’가 존재했다. 기량이 압도적인 선수도 ‘완벽한 상태’에서 대회에 임하는 경우는 드물다.

김연아는 특유의 파이터 기질로 이를 극복했다. 오른쪽 발등의 중족골 부상 후유증으로 인한 체력 문제 유독 비좁았던 링크를 이겨냈다.



부상 우려 떨쳐냈고 비좁은 링크도 문제없어


당초 김연아는 2013-2014 국제빙상경기연맹 그랑프리 시리즈 2차 대회(스케이트 캐나다)와 5차 대회(프랑스 에릭 봉파르)에 출전할 예정이었다. 새 프로그램 완성에 집중하고 있던 중 뜻하지 않은 부상이 찾아왔다. 지난 9월 김연아는 오른쪽 발 중족골 미세손상 판정을 받았다. 스케이트를 신어도 발등에 통증을 느낄 정도였다.

김연아는 올림픽 전초전인 그랑프리 시리즈를 취소하는 대신 새로운 대회를 찾았다. 올림픽에서 연기할 새 프로그램을 점검할 '시험 무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결국 12월 초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서 열리는 '골든스핀 오브 자그레브' 출전 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현재 김연아는 부상에서 거의 회복한 상태다. 문제는 컨디션이다. 100%의 몸상태를 만들어 대회에 임하려했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김연아는 지난 3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출국 직전에 가진 인터뷰에서 "현재 컨디션은 80~90%"라고 밝혔다.

체력적인 문제와 더불어 대회가 열리는 링크도 반갑지 않았다. 돔 스포르토바 빙상장은 1972년에 준공된 오래된 아이스링크다. 무엇보다 링크장의 규모가 작았기 때문에 적응하는데 애를 먹었다. 빙질이 김연아가 훈련한 태릉실내아이스링크보다 무른 점도 어색했다. 처음 적응하는데 애를 먹었지만 이를 극복하는데 성공했다.



자그레브 현지에 있는 올댓스포츠 관계자는 "선수(김연아)가 링크에서 적응하기 위해 점프를 비롯한 기술 위치를 다시 확인하면서 연습을 소화했다"고 밝혔다. 이어 “몇 번에 걸친 공식 연습을 통해 적응훈련을 했다. 지금은 큰 문제가 없는 상태다. 링크장의 온도는 따뜻한 편"이라고 덧붙었다.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 연기 중 더블악셀에서 실수를 범했다. 김연아가 구사하는 점프 중 가장 쉬운 기술이다. 더블 악셀에서 실수가 나왔지만 나머지 요소의 기초점수와 가산점(GOE) 그리고 예술점수(PCS)에서 점수를 놓치지 않았다. 김연아는 노비스 시절부터 수많은 아이스링크를 경험했다. 공든 탑처럼 축척된 노하우는 이번 대회에서도 적중했다.

쇼트프로그램에서는 체력적인 문제도 이겨냈다. 중요한 것은 4분이 넘는 시간동안 진행되는 프리스케이팅이다. 김연아의 롱프로그램(프리 스케이팅)인 '아디오스 노니노'는 쉬어가는 곳이 없는 어려운 작품으로 알려졌다. 본인 스스로도 '역대 가장 어려운 프로그램'으로 평가할 정도였다. 이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과거의 경험이다. 김연아는 이미 '조지 거쉰의 피아노협주곡 바장조'(2009-2010 프리 스케이팅 프로그램)와 '레미제라블'(2012-2013 프리 스케이팅 프로그램)에서 '악마의 프로그램'을 소화한 경험이 있다.

프로그램 요소를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연결시키는 그의 능력은 '풍부한 경험'으로 발휘될 가능성이 크다.

쇼트프로그램 최대 수확은 '직선스텝 레벨4'



김연아가 이번 대회에서 받은 73.37점은 올 시즌 여자싱글 쇼트프로그램 최고점이다. 아사다 마오(23, 일본)가 그랑프리 시리즈 1차대회(스케이트 아메리카)에서 세운 73.13점을 넘어섰다. 또한 쇼트프로그램 개인 점수 중 역대 다섯 번째로 높은 점수다.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에서는 11.50(기초점수 10.10+가산점 1.40)점을 챙겼다. 트리플 플립에서도 1.40점의 가산점을 받았다. 더블 악셀의 실수로 0.80점이 깎인 점은 아쉬웠지만 직선스텝에서 레벨4를 기록했다.

스텝에서 받은 1.54점의 높은 가산점은 더블 악셀 실수를 만회하기 충분했다. 플라잉 체인지 스핀(유나 카멜 스핀)과 체인지 콤비네이션 스핀에서도 레벨4를 받았다.

중요한 부분은 예술점수(PCS)다. 올 시즌 상위권 스케이터들은 PCS에서 유독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기술점수보다 PCS에서 승부가 결정되는 경우도 많았다. '표현력의 정점'으로 불리는 김연아가 올 시즌 어느 정도의 PCS를 받을지의 여부도 관심사였다.



▲김연아 2013 골든스핀 오브 자그레브 여자싱글 프로토콜

김연아는 8점대 중반에서 9점이 넘는 점수를 고르게 받았다. 두 명의 심판은 PCS 수행요소 5가지에서 모두 9점 이상을 매겼다. 시즌 첫 대회는 새 프로그램의 안무에 익숙하지 않은 상태다. 이런 이유 때문에 PCS에서 높은 점수를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그러나 김연아는 첫 대회부터 무르익은 표현력을 선보였다.

위에서 살펴봤듯 선수들은 피겨를 구성하는 세세한 요소들과 싸운다. 특정한 부분에서만 승리하면 최고가 되지 못한다. 김연아가 최고의 자리에 오른 이유는 피겨를 이루는 모든 퍼즐 조각들을 이해하고 최상의 그림으로 맞췄기 때문이다.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사진 = 김연아 ⓒ Gettyimages/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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