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승현 기자] 지나친 동정은 역효과를 불러일으켰다.
15일 박재정의 우승으로 Mnet '슈퍼스타K5'의 막이 내렸다. 이번 시즌은 화제성과 시청률에서 하락세를 보이며 관심이 예전만 못하다는 이야기가 자주 오갔다.
'슈퍼스타K5'는 '기적을 노래하라' 대신 '기적을 다시 한 번'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지난 8월 9일 야심차게 첫 방송을 시작했다.
오프닝의 주인공은 준우승자 박시환. 매 시즌 참가했지만 지역예선에서 탈락한 그는 3차예선에서 이적의 '그땐 미처 몰랐지'를 진정성 있게 열창하며 혜성처럼 등장했다. '슈퍼스타K5' 측은 박시환을 염두에 두며 '제2의 허각'이라는 표현을 썼고, 그들의 말대로 가장 성공적인 시즌으로 평가받는 '슈퍼스타K2'의 신화를 다시 한번 재현할 적임자로 꼽혔다.
제작진은 악마의 편집을 통해 지역예선과 블랙위크를 거친 박시환을 탈락 직전까지 내몰며 긴장감을 조성했고, 그럼에도 그는 차분하고 겸손한 모습으로 대처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 시청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내는 동시에 강력한 팬덤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훈훈했지만 결국 마지막 생방송 진출자를 결정하는 '국민의 선택'에서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TOP9이 결정된 상황에서 박시환, 변상국, 김나영, 정다희, 제이제이큐가 투표 결과를 기다렸고, 예상대로 박시환이 말끔한 모습으로 첫 번째 생방송에 모습을 보였다.
'국민의 선택'은 심사위원과 다른 시청자들의 시각을 반영해 도입한다는 좋은 취지가 있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인기 투표에 지나지 않았다. 어찌보면 박시환이 뽑힌 이유는 간단했다.
다른 4명의 경쟁자보다 일단 방송분에서 할당량이 많았고, 음악성과 가창력이 아닌 사연에 집중한 방송분은, 이들이 동일 선상에서 공정하게 경쟁을 벌이지 못하게 했다.
이후 박시환은 팬들의 응원과 심사위원들의 호평을 등에 업고 탄탄대로를 걸으며 준결승까지 무난하게 진출했다. 지난 8일 열린 준결승에서 박시환은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음에도 심사위원 점수 50점을 뒤집으며 가장 먼저 결승 무대에 당도했다. 고개를 떨구고 앉아 있는 박시환의 모습에서 의외의 결과가 나왔음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한편으로 기적이었지만 한편으로는 '문자투표=인기투표'라는 공식과 '심사위원 무용론'이라는 의견이 더욱 팽배해진 것도 이 시점이었다.
제작진이 박시환을 따뜻하게 조명한 방식은 분명 시청자들 사이에서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식으로 끊임없이 제기돼 왔고, 준결승전에서 화를 불러일으킨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것보다 문제는 박시환이 기대만큼 음악적으로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준결승에서 박시환은 이승환의 '물어본다'를 불렀고, 무대가 위로 올라가며 비상하는 모습과 동시에 불꽃 효과가 더해진 것은 시즌2의 허각의 '하늘을 달리다' 무대를 떠올리게 했다. 또 시즌2 당시 존박과 장재인의 결승행이 유력했던 그때, 허각은 문자투표로 가장 먼저 결승에 진출했다. 이러한 모습이 허각과 제작진이 붙인 '제2의 허각' 박시환의 공통점이었다. 차이는 허각은 역대급 무대로 관객들의 기립 박수를 얻어내며 실력으로 투표 결과를 바꾼 반면, 박시환은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박시환은 제작진의 호불호가 갈리는 편집과 심사위원의 호평과 혹평, 그리고 그를 바라본 팬과 시청자들의 엇갈린 시각에 둘러싸이면서 준우승이라는 업적을 쌓았다. 쟁점의 주인공이었지만 겸손한 태도로 "계속 노래를 부르고 싶다"고 외친 박시환은 분명 기적을 다시 한 번 외친 주인공으로 꼽을만하다.
김승현 기자 drogba@xportsnews.com
[사진 = 박시환 ⓒ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김승현 기자 drogba@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