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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채원 "캐릭터에는 사람 냄새가 나야 한다" [인터뷰]

기사입력 2013.10.23 01:20

김승현 기자


[엑스포츠뉴스=김승현 기자] 배우 문채원(26)은 아직도 차윤서를 버리지 못했다. 지난 8일 종영된 KBS2 월화드라마 '굿 닥터'에서 문채원은 극 중 털털하고 사려 깊은 소아외과 펠로우 2년 차 차윤서 역으로 출연했다. 4개월의 촬영 기간과 캐릭터에 대한 몰입이 상당했는지, 그녀는 아직 차윤서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모습이었다. 

최근 서울 논현동에 있는 한 카페에서 문채원을 만났다. 그녀는 "드라마가 종영한 지 열흘 정도가 지나서 그런지 아직 차윤서의 온기가 남아 있다. 배우로서 기분이 좋은 것은 작품이 끝날 때마다 캐릭터를 회상한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엔젤 닥터'라 불렸던 문채원은 인터뷰 내내 드라마 속 특유의 '힐링 미소'를 보이며 의료 기술만이 독보적인 치료법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다시 상기시켰다. 

그동안 국내에서 의학드라마는 병원 내 권력 암투를 다루거나, 의학을 전문적으로 파고드는 작품이 대다수였다. 차갑고, 무겁고, 남성적인 분위기가 팽배했지만 이와 달리 '굿 닥터'는 한 편의 동화를 연상시키며 착한 드라마라는 평가를 받았다.

"우선 시청자들의 좋은 평가에 정말 감사하다. 사실 우리도 마음이 정화된 느낌이다. '굿 닥터'가 남달랐던 것은 의사의 전문성보다 휴머니즘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다. 드라마가 방영되면 매회 거듭될수록 시청자들의 다양한 반응이 제기된다. 그래서 작가들의 입장에서 봤을 때, 계획했던 취지가 흔들릴 수 있는 것을 십분 이해한다. 하지만 '굿 닥터'의 박재범 작가는 기획했던 의도를 단호하게 밀고 나갔고, 이것이 작품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끼쳤다"



차윤서는 박시온과 병원 안팎에서 붙어 다니며 때로는 따끔한 선배로, 때로는 다정한 누나로 그를 보살폈다. 두 사람은 숱한 사건을 겪으며 나란히 성장통을 겪었고 또 사랑이라는 미묘한 감정을 느꼈다. 속된 말로 뽕도 따고 임도 본 것. 문채원은 촬영장에서 동고동락하며 상대 배우인 주원을 어떻게 바라봤을까?

"주원은 굉장히 성실하다. 진지하게 연기를 준비하고 마무리하는 친구다. 한 살 아래 동생이지만 그러한 태도가 정말 인상적이다. 내가 '굿 닥터'에 늦게 캐스팅돼서 배우들은 미리 대본 리딩을 맞춰 본 상태였다. 그래서 배역 소개부터 먼저 받게 됐고 주원보다 박시온으로 먼저 접하게 됐다. 박시온이 내게 상당 부분 의지하는 캐릭터라서 그런지 호흡을 맞춘 남자 배우 중 가장 빨리 친해졌다"

왁자지껄한 '굿 닥터' 촬영장 분위기는 배우들이 열의를 불태울 수 있는 장이 됐다. 독특한 개성의 소유자들이 한 장소에 집합한 것이 염려스러웠지만, 이는 기우에 불과했다. 이들은 일단 유머 코드가 맞았다. 별것도 아닌 것에 웃었고 '좋다'라는 표현보다 '재밌다'가 적합한 현장을 문채원은 여전히 그리워했다. 앞서 언급한 것들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 의사들의 단합대회 장면이다. 문채원의 색다른 면과 애교를 편하게 볼 수 있는 장면이었지만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그간 내가 맡았던 인물이 어둡고 트라우마에 사로잡힌 캐릭터가 다수였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차윤서가 노래방에서 한바탕 즐기는 것과 욕설을 내뱉는 장면이 새롭게 느껴졌을 것이다. 가볍게 넘어갈 수 있지만 내가 찍는 장면은 모두 중요한 자산이다. 털털한 성격을 드러낸 것에 국한되지 않고, 나는 여기에 차윤서만의 사람 냄새와 귀여운 면모를 넣어 융화시키고 싶었다. 물론 재밌게 찍었지만 나름 신경을 많이 썼다"     

평소 애드리브를 좋아하지 않는 문채원이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제작진에게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장면과 인물의 감정이 잘 전달되기 위해 제작진이 한 가지를 요구하면, 그녀는 그 이상을 준비했다. 이러한 그녀의 연기 열정은 캐릭터를 진지하게 다루는 측면에서도 크게 작용했다. 문채원은 '모든 드라마 캐릭터는 선악에 관계없이 사람 냄새가 나야 한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었다.

"차윤서로 분하면서 이웃처럼, 어딘가에 있을 사람인 것처럼, 이런 사람을 한 번은 본 것처럼 등의 생각을 유도하는, '사람 냄새'나는 측면을 주입한 캐릭터를 창조하고 싶었다. 그래서 내가 차윤서를 편하게 생각했고, 그렇게 느끼게 싶게끔 했다. 가공의 인물이지만 사람들이 친숙하게 느꼈으면 하는 욕심이 있었다"



"'굿 닥터'는 성장드라마였다"는 말에 수긍한 문채원은 차윤서뿐만 아니라 모든 캐릭터의 키워드를 '성장'으로 지정했다. 이미 완벽을 추구하는 의사와 자존심이 센 인물들의 갈등 구조가 등장한 타 의학드라마와 달리 '미완성'이 주는 불완전함을 그녀는 서서히 채워나가고 싶었다.

"차윤서는 집도 능력이 있고 박시온 또한 천재성을 지녔지만 이들은 성장한 의사가 아니다. 이는 성장 과정을 보여줄 기회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도한도 마찬가지다. 이미 부교수 자리에 올랐지만 동생을 잃은 기억은 그를 괴롭힌다. 완벽해 보이는 그도 박시온을 보며 편견을 깨고 성장한다. 이들뿐만 아니라 고과장(조희봉) 등 다른 인물들도 함께 성장해 나간 드라마가 아닌가 싶다"

끝으로 문채원은 '굿 닥터'가 자신에게 혜택을 줬다고 밝혔다.

"드라마가 비누 같았다. 그 비누로 깨끗하게 세탁한 기분이 든다. 사람으로서 남겨둬야 좋은 것들이 있고 지워야 하는 나쁜 경험이 있다. 사람은 분명 순수하지만 어느 순간에는 계산적일 때가 있다. 그런데 차윤서를 통해 마음속에 잔재했던 케케묵은 찌꺼기들을 정화했다는 느낌이 든다. 스스로 4개월 동안 빨래를 했다고 생각한다. 향기가 나고 뽀송뽀송한, 그런 기분 좋은 느낌이 한가득했다"

김승현 기자 drogba@xportsnews.com

[사진 = 문채원 ⓒ 엑스포츠뉴스 권태완 기자]

김승현 기자 drogba@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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