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5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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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준기 "늘 살얼음판 걷는 기분, 초심 지키고파"

기사입력 2013.10.21 17:17 / 기사수정 2013.10.22 20:10



▲ 이준기 인터뷰

[엑스포츠뉴스=김현정 기자] 배우 이준기는 쉴새 없이 연기에 몰두하는 열정적인 사람이다. 작품을 할 때마다 자신의 최대치를 끌어올려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붓는다.

 MBC 드라마 '투윅스'를 찍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살인누명을 쓴 장태산으로 분한 이준기는 처절하게 탈주하는 도망자의 모습과 아빠의 부성애를 동시에 보여주며 흠 잡을 데 없는 연기를 선보였다. 

그래서일까. '투윅스'가 끝난 뒤 인터뷰에 임한 이준기의 얼굴에는 작품을 끝낸 후련함보다 아쉬움의 감정이 가득했다. 본인 스스로도 작품에 대한 몰입감이 가장 컸다고 느낀 만큼 '투윅스'를 마친 후유증은 예상 외로 컸다.

"공허함과 울적함이 쉽게 가시지 않아요. 집에 있는 걸 못견뎌할 정도로 숨이 막히고 울적해요. 감정의 기복이 심할 때죠. 지인들과 술 한 잔 하다가도 갑자기 눈물이 떨어지더라고요. 작품에 대한 몰입감이 크지 않았나 싶어요. 아직 잘 못 떠나보내겠어요."

참을 수 없는 우울함,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은 역시나 촬영 현장이란다. 작품과 연기를 통해 힘을 얻는 천생 연기자다운 대답이다.

"외로움을 잘 타는 성격인데 현장에 가면 에너지 충전도 되고 치유도 받을 수 있죠.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고 의지하다가 그게 없어지면 어떤 것으로도 해소가 안 돼요. 삶의 의미를 찾는데는 현장 만한 곳이 없어요. 차기작을 빨리 하고 싶어서 매니저들을 달달 볶아요. 배우로서 현장에 안 나가면 바보 같은 기분이 들거든요."



'투윅스'는 이준기에게 희열을 느끼게 해줬던 드라마였다. 구르고, 뛰고 넘어지고 고생도 많았지만 해냈다는 자부심이 유달리 컸다. "급류 타는 신을 찍다 실신한 적도 있어요. 현장에서 왜 사고가 나는지 느꼈죠. 그 때 '프로라면 자기 몸을 보호할 줄 알아야 하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나친 욕심으로 주위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고요. 그래도 힘든 건 모르겠어요. 자부심도 들고요."

매 회 남성미를 과시한 그는 들뜬 목소리로 액션신을 회상했다. 한편으론 달달한 로맨틱 코미디나 정통 로맨스물에 대한 갈증도 느낄 법한데 아직은 액션이나 스릴러물에 더 욕심이 많단다.

"사실 로맨스물로는 연기 욕심을 못 채울 거라는 강박관념이 있어요. 다음에는 로맨틱 코미디도 생각해 보려고요. 팬들이 기다리거든요. 배우로서 작품 욕심이 많지만 팬들의 바람도 만족시켜 주고 싶어요."

비록 찐한 로맨스는 아니었어도 백혈병에 걸린 딸에 대한 부성애만큼은 절절하게 보여줄 수 있었다. 딸로 등장한 이채미와 호흡을 맞추며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 정도다. "'내게 가정이 있다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가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봤어요. 채미만 보면 생글생글 했으니까요.(웃음) 주위에선 시간 두고 좋은 사람 만나라고 다독거려주더라고요."

연애와 결혼을 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그게 쉽지 않아 고민이라는 이준기는 운명 같은 사랑을 믿는 남자다. 사람을 항상 그리워하고 혼자 있는 것을 외로워하지만 선뜻 누군가를 만나긴 어렵다는 그의 얼굴에 금세 복잡한 감정이 드러났다.

"냉정하게 계산해서 만나기가 어렵더라고요. 여자를 쉽게 만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운명도 안 믿을 것 같은데 생활이 이렇다보니 운명을 믿게 됐죠. 아무래도 결혼할 때가 된 것 같은데 아직 누군가를 책임지는 것에 두려움이 있어요. 외로움을 치유할 목적으로 만나면 안 되니까요."



이준기는 2004년 한일합작드라마 '별의 소리'부터 드라마 '마이걸(2005)', '개와 늑대의 시간(2006)', '일지매(2008)', '히어로(2009)'에 출연했다. 영화 역시 한일합작 '호텔 비너스'(2004)를 시작으로 '발레 교습소'(2004)에 이어 '왕의 남자(2005)', '플라이 대디(2006)', '화려한 휴가(2006)', '첫눈(2007) 등을 통해 연기력을 쌓아왔다. 

"옛날의 이준기를 보면 부끄러워요. 왜 그렇게 여유가 없었을까는 아쉬움이 크죠. 지루할 때 마다 예전 작품들을 다시 보는데 신선한 자극이 돼요. 몸 쓰는 건 확실히 예전이 낫더라고요.(웃음) 마인드 컨트롤에도 도움을 받고 있어요."

어느덧 데뷔 13년 차 배우가 됐지만 거품 같은 인기를 좇기보다 자신만의 색깔을 찾으려 노력하는 그다. 배우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고 그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이준기는 10년 뒤에도 한결 같은 사람이고 싶다고 했다.

"배우는 휩쓸리기 쉬운 존재인 것 같아요. 대중 앞에서는 살얼음판이죠. 매일 마인드컨트롤을 해야 되는데 인복이 있어서 주위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10년 뒤에요? 그 때도 변함없이 똑같았으면 해요.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대중을 대할 때 그들도 저를 고스란히 받아주는 것 같아요. 유연함과 인내심을 갖고 초심을 지키고 싶어요."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사진 = 투윅스 이준기 ⓒ 엑스포츠뉴스 김성진 기자]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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