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승현 기자] 지난 8일 종영된 KBS2 수목드라마 '굿 닥터'에서 주원은 서번트 증후군을 앓고 있는 천재 소아외과 의사인 박시온 역으로 강한 울림을 남겼다. 평균 시청률 18%(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기록하며 20회 내내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한 '굿 닥터'는 분명 주원에게는 남다른 작품이었다.
15일 서울 논현동의 한 식당에서 열린 '굿 닥터' 종영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만난 주원은 작품과 박시온이 주는 여운이 가시지 않은 모습이었다. 수줍은 표정의 주원은 "'굿 닥터'가 끝났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다"라고 또박또박 말했다.
주원이 분한 박시온은 분명 평범하지 않은 인물이다. 구부정한 어깨, 덜덜 떠는 손, 푹 숙인 머리와 불안한 심리를 내비치는 눈동자와 표정에서 단번에 포착할 수 있다. 그럼에도 그는 "이러한 제약보다 박시온이 워낙 감정 표현을 안 해서 이 부분이 가장 힘들었다. 자폐아 친구들은 실제로 눈물을 안 흘린다고 하더라. 감정이 요동치고 심한 기복을 보일 수 있지만 이것을 제어해야 한다. 감정 표현을 안 하는 부분을 드러내기가 어려웠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박시온은 장애의 사회적 편견을 딛고 성원대학병원에 녹아들어 가며 반드시 필요한 존재로 자리매김한다. 이 와중에 접하는 차윤서(문채원 분)와의 러브라인 또한 박시온의 사회적인 학습과 정신적인 성장을 보여주는 지침표다.
주원은 "'박시온이 사랑을 할 수 있을까', '과연 시온의 마음을 누가 받아줄까'가 상당히 궁금했다. 이후 차윤서가 한 차례 퇴짜를 놓았던 시온에 대한 마음을 바꾸고 그에게 기대는데, 이 러브라인이 배우가 어떻게 표현하는가에 따라 달라지니깐 표현이 쉽지 않았다"고 밝힌 뒤 "뽀뽀도 보통 여자가 먼저 하지 않는다. 그래서 내가 먼저 하는 걸로 바꾼 거다"라고 키스신의 비화를 공개했다.
또 주원은 드라마 촬영 중 연기에 중점을 뒀던 순간을 회상했다. 불운한 유년시절의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의 한 조각인 부모님과의 재회, 차윤서와의 사랑, 그리고 방심할 수 없는 응급 상황 등 극 후반부에 복합적인 사건들이 박시온에게 연이어 터지게 된다. 주원은 "한창 성장하고 있던 박시온이 좌절감과 아픔에 흐느끼는데, 그 모호한 감정을 표현하기가 어려웠다"고 밝혔다.
아울러 극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도 공개했다. 주원이 꼽은 장면은 버스 전복 사고로 아이들이 병원으로 실려왔을 당시다. 이때는 환아들이 대거 병원으로 이송돼 의사들의 일손이 부족한 상황이었고, 김도한(주상욱)은 박시온에게 첫 집도를 하라는 명을 내린다. 주원은 "늑대소녀와, 성악소년 등의 환아를 보살핀 뒤라 더욱 전문적인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어 공을 들였다"며 "또 아버지를 급작스럽게 만나 유년시절의 트라우마가 다시 발생해 모든 의학 지식을 순간 잃어버린 모습을 연기하기가 어려웠다. 그만큼 집중력을 발휘했던 기억이 난다"라고 털어놨다.
지난 2010년 KBS2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로 데뷔한 주원은 '오작교 형제들', '각시탈', MBC '7급 공무원'에 이어 '굿 닥터'까지 출연하는 작품마다 히트를 치며 흥행 보증 수표로 떠올랐다. 데뷔 3년 차 주원은 이런 초고속 성장에 "운이 좋았다"라며 겸손하게 답했다.
마지막으로 주원은 "'굿 닥터'는 배우로서 어떤 작품보다도 오래 기억될 것이다. 아직도 내가 성장한 지는 잘 모르겠지만, 다만 이번 촬영으로 현장에서 조금 여유가 생겼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편 주원은 내달 24일 개막하는 뮤지컬 '고스트'에 출연한다. 쉼 없이 달려온 주원은 초심으로 돌아가고자 뮤지컬을 택했고, 이것은 그에게 '따뜻한 귀향길'을 의미한다.
김승현 기자 drogba@xportsnews.com
[사진 = 주원 ⓒ 심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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