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백종모 기자] 가수 신승훈이 이 시대에 살아남는 방법에 대한 처절한 고민을 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레전드 가수로 통한다. 정규앨범으로 연속 7번 밀리언셀러를 기록했으며, 골든디스크 대상을 2회 수상하기도 했다.
그가 데뷔한지 어느덧 23년. 가요계는 많이 변했다. 대중은 음반보다 음원으로 노래를 듣고 가요계는 아이돌 가수 위주로 판이 짜여있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신곡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은 대부분 젊은 가수들이다. 웬만큼 과거에 인기를 끌었던 가수라도 가요계에 돌아오기가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몇몇 가수들은 성공적인 복귀를 했다. 조용필은 지난 4월 19집 'Hello'를 통해 최신 트렌드의 음악들을 선보여 신선한 충격을 줬다. 이승철은 지난 6월 정규 11집 파트1을 통해 트렌디한 느낌의 곡들을 대거 선보였다. 지금 가요계에서 가창력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직시하고, 노래가 갖는 힘에 집중한 것이다. 이들의 시도는 성공적이었다. 둘 다 '레전드 가수답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신승훈이 던진 카드는 무엇이었을까.
신승훈은 15일 오후 3시 30분 서울 강남구 신사동 월드팝스에서 새 앨범 '그레이트 웨이브(Great Wave)'의 언론 대상 음감회를 진행했다.
신승훈은 6년동안 지금의 가요계에서 어떤 노래가 통할 수 있느냐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는 2008년과 2009년에 스페셜 미니 앨범 '3 Waves of Unexpected Twist: Radio Wave'과 'Love O'Clock'을 각각 발매했다. 오는 23일 발표하는 새 앨범 '그레이트 웨이브'까지 3장의 앨범은 그러한 신승훈의 고민을 담은 결과물이다.
신승훈은 지난 2006년 발매한 정규 10집 이후 가수로서 적극적인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그는 "신승훈은 구세대 가수라느니 이제 끝난 것 아니냐는 말도 들었다"고 말했다. 자신이 앨범은 발표하면서도 활동이 뜸한 것에 대한 주위 시선을 언급한 것이다. 이어 "영화로 치면 감독이 실험적인 단편 영화 3편 정도를 6년간 찍은 것과 같다. 다른 것을 찾기 위한 실험적인 기간이었기 때문에 홍보를 전혀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3장의 스페셜 앨범을 발매하는 동안 걸린 지난 6년은 나에게는 소중하고 위대한 시간이라는 의미로 '그레이트 웨이브'라는 앨범명을 붙인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앞으로 20년은 음악을 더 해야 한다"며 긴 호흡으로 앞으로의 가수 인생을 준비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이날 음감회에서는 '그레이트 웨이브'의 9개 트랙 중 6개의 음원이 공개됐다. 이중 5곡은 신곡이며, 1곡은 지난 스페셜 앨범에 실렸던 곡의 리메이크 버전이다.
그는 자신이 '구세대 가수'라는 인식은 이미 하고 있지 않았다. 다양한 장르에 대한 도전과 음악적인 다양한 시도를 통해 경쟁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1번 트랙 '내가 많이 변했어' 멜로디보다 리듬을 중시한 곡이다. 힙합과 재즈가 혼재된 이 곡은 다이나믹듀오의 최자가 랩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2번 트랙에 수록된 타이틀곡 '소리'는 브리티시록 장르의 곡에 한국적인 애절한 느낌의 감정이 더해져 독특한 느낌을 준다. 피아노·첼로·일렉트로닉 기타의 사운드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신승훈은 "믹싱작업을 4번이나 거쳤다. 후렴구에서 구슬픈 첼로 소리가 뚜렷이 들려서 흡족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4번 트랙 'Love Witch'는 80년대 초반의 펑키 디스코 스타일의 감각적인 곡이다. 랩 피처링으로 참여한 버벌진트의 중저음 보이스 톤이 매력적으로 느껴지며 가사의 라임까지 맞췄다. 신승훈은 "'신승훈이 이런 곡도 쓰나'라는 생각을 할 것 같다"라면서 많은 변화를 시도한 노래임을 밝혔다. 곡 후반 몽환적인 느낌의 야릇한 멜로디를 들으면 '정말 신승훈의 곡인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5번 트랙 '마이 멜로디'는 노래의 메시지에 대한 변화가 인상적이다. '사랑과 이별'이라는 기존 신승훈 곡들의 노랫말과 달리 삶에 대한 위안을 주고 있다.
3번 트랙에는 전형적인 신승훈 스타일의 발라드 곡 '그대'가 수록됐다. 신승훈은 이 곡에 대해 "팬들에 대한 배려로 넣은 곡"이라고 밝혔다. 그렇다고는 해도 기존의 신승훈 곡에 비해 템포가 빨라 경쾌하고 가벼운 느낌이 들었다.
이번 앨범은 6년간 자신이 시도한 변화 그 자체를 보여주고 있었다. 수록곡들을 들어볼 때 신승훈은 대중성과 변화의 사이에서 자신의 색깔을 유지하고 만들어 가는 방법을 터득한 것 같다. 공개된 곡들은 변화를 추구한 가운데에서도 신승훈 특유의 편안한 느낌이 살아 있었다.
신승훈은 이날 "6집부터 10집까지 정규 앨범을 내며 골든디스크 상을 모두 받았고, 대상도 두 번이나 받았다. 그런데 11집에 대한 부담이 얼마나 컸겠느냐"며 앞으로의 음악 활동에 대한 고민이 적지 않음을 솔직히 털어 놓기도 했다. 때문에 6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실험에 몰두한 것이다. 그러한 노력은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백종모 기자 phanta@xportsnews.com
[사진 = 신승훈 ⓒ 도로시 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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