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로스엔젤레스(미국), 신원철 특파원] 류현진이 왼 주먹을 불끈 쥐고 파이팅을 외쳤다. 마운드에서 '포커 페이스'로 유명한 류현진이기에 좀처럼 쉽게 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 그만큼 이날 경기의 비중이 컸고 류현진의 역할은 막중했다.
류현진은 15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13 MLB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3차전에 선발 등판했다. 그는 이날 경기 7회까지 3피안타 1볼넷 무실점을 기록했다. 지난 등판의 아쉬움을 씻어내는 동시에 벼랑 끝에 내몰린 팀을 구해낸 경기였다.
세인트루이스 타자들은 좀처럼 류현진을 공략하지 못했다. 류현진은 4회까지 단 1개의 안타도 허용치 않는 완벽투를 이어갔다. 5회에서야 데이비드 프리즈에게 우전안타를 맞고 '노히트' 행진을 마감했다. 침묵을 지키던 다저스 타선도 모처럼 힘을 냈다. 4회말 애드리안 곤잘레스, 야시엘 푸이그의 적시타가 터지면서 두 점을 뽑아냈다.
가장 긴장됐던 순간은 7회 승부처였다. 6회까지 87개의 공을 뿌린 류현진은 선두타자 3번 맷 할리데이를 2루 땅볼 처리한 뒤 4번 야디에 몰리나에게 4구째에 중전 안타를 맞았다. 이후 다니엘 데스칼소에게 1루 땅볼을 유도, 병살타로 이어지는 듯했지만 데스칼소가 먼저 1루 베이스를 밟으면서 선행주자만 아웃된 채 2사 1루가 됐다.
류현진의 투구수는 이미 100개를 넘어서고 있었다. 위기임을 직감한 다저스의 돈 매팅리 감독이 통역 마틴 김을 대동해 마운드에 올라왔고 류현진과 긴밀한 얘기를 나눴다. 교체는 없었다. 류현진에 대한 재신뢰였다. 류현진은 이후 상대 6번 맷 아담스와 대결에서 높은 공으로 헛스윙 삼진을 유도하며 위기를 넘겼다. 주먹을 불끈 쥔 류현진의 화이팅은 이 순간 나왔다.
다저스는 이날 8회 한 점을 더 추가해 세인트루이스를 3-0으로 꺾고 시리즈 전적 1승 2패를 기록했다. 다저스가 시리즈 반전의 계기를 만들었다. 류현진의 역투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신원철 기자 26dvds@xportsnews.com
[사진=류현진 ⓒ 엑스포츠뉴스DB]
김덕중 기자 djkim@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