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샌디에이고(미국), 신원철 특파원] 투수 두 명이 있다. 모두 7이닝 2실점을 기록한 가운데 한 명은 1회에 2점을, 한 명은 2회와 7회 각각 1점을 내줬다. 나머지 기록은 모두 같다고 할 때, 두 투수의 우열을 가릴 수 있을까.
이제는 모두가 안다. 류현진이 올 시즌 유독 1회에 고전했다는 사실을. 그는 올 시즌 1회 28이닝에서 16점을 내줬다. 피안타율은 2할 9푼 9리, 피OPS(출루율+장타율)는 0.870에 달한다. 1회 상대한 모든 타자가 맷 할리데이(애틀랜타) 급의 활약을 펼쳤다는 의미다. 할리데이는 올 시즌 타율 2할 9푼 7리, OPS 0.862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선발투수의 가장 큰 의무가 적은 실점과 긴 이닝 소화라고 할 때 류현진은 의심의 여지 없는 안정적인 선발 투수다. 기록이 증명하듯 류현진은 1회 이후 다른 투수로 변모했다. 2회 피안타율은 2할 5푼 7리로 떨어지고, 5회 피안타율은 2할 1푼 5리에 불과하다. 경기당 평균 6이닝을 넘게 소화하면서 평균자책점도 3점대 초반(3.03)을 유지하고 있다.
1회 실점이 초반 분위기를 내주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경기 전체로 보면 이는 일부에 불과하다.
누구에게나 약점은 있다. 류현진의 팀 동료이자 '사이영상 후보'로 거론되는 클레이튼 커쇼는 메이저리그 전체 팀 OPS 26위(0.683)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를 상대로 올 시즌 1승 3패 평균자책점 3.33을 기록했다(통산 9승 6패 평균자책점 2.47). 3연패를 당한 뒤에야 첫 승을 올렸다.
류현진이 비록 1회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 약점이 심각한 '결격사유'였다면 28경기에서 13승을 따낼 수 없었을 것이다. 다저스 돈 매팅리 감독도 "선발 투수는 1회에 경기가 안 풀릴 때가 많다"며 류현진의 편을 들어줬다.
약점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조차 없었다면 성의가 없다고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류현진은 25일 샌프란시스코전 등판을 앞두고 불펜에서 전력투구를 통해 컨디션을 조율했다. 미국 현지 기자들도 이 점에 주목하고 있다. MLB.com의 켄 거닉 기자는 22일(이하 한국시각) 샌디에이고전을 앞두고 "류현진이 오늘 불펜 투구를 한다고 들었다"며 평소와 다른 훈련 패턴에 관심을 가졌다.
바뀐 훈련 패턴을 팀 동료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이날 류현진의 불펜 투구를 받았던 포수 팀 페데로위치는 "아무래도 실전 등판 사이에 공백이 길다 보니 그런 것 아니겠느냐"라고 얘기했다. 심각한 문제는 아니라는 표정이었다. 그는 "류현진이 좋은 공을 던졌다"며 다음 등판을 기대하게 했다.
다저스는 23일 샌디에이고전에 이어 25일부터 샌프란시스코와 원정 3연전, 28일부터 콜로라도와 홈 3연전을 벌인 뒤 정규시즌을 마무리한다. 25일 등판하는 류현진은 로테이션이 바뀌지 않는다면 30일 시즌 최종전에서 피날레를 장식한다. 훈련 패턴을 바꾼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지금은 알 수 없다. 확실한 점은 류현진이 1회 약점을 안고도 어엿한 팀 내 3선발로 입지를 굳혔다는 사실이다.
신원철 기자 26dvds@xportsnews.com
[사진=류현진 ⓒ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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