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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 아픈 어깨로 만리장성 넘었다

기사입력 2013.09.22 08:14 / 기사수정 2013.09.22 09:00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배구 여제' 김연경(25, 터키 페네르바체)이 '부상 투혼'을 펼치며 만리장성을 넘었다. 

한국여자배구대표팀은 21일 태국 라차부리에서 막을 내린 2013 아시아여자배구선수권대회 3-4위전에서 한국은 세계랭킹 5위 중국에 세트스코어 3-2(13-25 17-25 25-21 25-23 15-11)로 역전승했다.

당초 한국의 목표는 이번 대회 4강에 진입해 내년에 열리는 국제배구연맹(FIVB) 그랑프리 대회 출전권을 획득하는 것이었다. 첫 번째 과제는 달성했지만 준결승전에서 '숙적' 일본에 패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예선에서 0-3으로 완패를 당한 적이 중국과의 3-4위전은 자칫 맥 빠진 경기가 될 수 있었다. 실제로 한국은 1세트와 2세트를 무기력하게 내주며 완패를 당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김연경을 위시한 선수들은 3세트부터 더욱 파이팅이 넘쳤다. 결과와 상관없이 마지막까지 즐기자는 모습이 엿보였다.

승리에 대한 부담감을 털어낸 한국은 강한 서브로 중국을 공략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차세대 세터'로 가능성을 인정받은 이다영(선명여고)의 예리한 서브가 터지면서 중국의 리시브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여기에 원 서버 포인트로 투입된 오지영(도로공사)의 서브에이스까지 터지며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침체됐던 팀 분위기가 달아오르자 김연경도 비상하기 시작했다. 전위에서는 팀 공격의 대부분을 처리했고 후위로 물러서면 수비에도 적극적 가담했다. 실제로 김연경은 오른쪽 어깨 부상이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놀라운 정신력으로 이를 극복해내며 홀로 33득점을 올렸다.

절체절명의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은 김연경과 나머지 선수들의 투지는 '대역전극'으로 이어졌다. 경기를 마친 김연경은 5세트를 앞두고 날 믿고 올려달라고 주문했다"면서 "이것이 잘 통했다. 선수들의 믿음이 통한 것이다"고 밝혔다.

이번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한국대표팀은 김연경이 합류했지만 최상의 멤버가 아니었다. 특히 김사니(아제르바이잔 바쿠)가 빠진 세터가 가장 불안한 포지션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김연경이라는 세계적인 선수가 버티고 있는 장점은 빛을 발휘했다. 김연경은 높이와 스피드를 동시에 갖춘 공격력과 뛰어난 배구 센스도 갖췄다. 여기에 동료들을 이끄는 리더십까지 보이며 한국 여자배구를 대표하는 선수로 군림하고 있다.



김연경은 지난해 유럽 챔피언스리그 MVP에 오르며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태극마크를 달고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선 경험은 없다. 복잡한 진로 문제로 힘겨운 시간을 보냈던 김연경은 내년 인천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있다.

지난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이 손에 잡힐 것처럼 보였다. 당시 한국은 홈팀 중국을 상대로 최종 5세트까지 접전을 펼쳤다. 마지막 세트에서 한국은 14-12로 앞서가며 금메달 획득의 구부능선을 넘었지만 14-16으로 통한의 역전패를 당했다. 그리고 이듬해 열린 2011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김연경이 내년 인천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서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설 수 있을까.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사진 = 김연경 ⓒ Gettyimages/멀티비츠, 엑스포츠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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