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3.09.05 17:25 / 기사수정 2013.10.24 16:08
그리고 그게 또 귀엽다. 현실에 살고 있는 우리 주위에는 실상 영화 배우처럼 근사한 사람들의 숫자보다 찌질한 인간들의 숫자가 더 많지 않나.
이처럼 홍상수 감독은 느릿하고 여유있게 스토리를 전개하는 것 같지만, 지지고 볶으며 사는 삶 속에서 느끼는 '깨알같은' 재미를 날카롭게 캐치할 줄 안다. 그가 가지고 있는 마법 같은 능력이기도 하다.
홍 감독의 이전 작품에서도 빈번히 등장하는 '동어 반복'은 '우리 선희'에서는 남자 등장 인물들이 주인공 '선희'를 묘사하는 방법으로 등장한다. "내성적이고, 용감한 면이 있고, 조금 '또라이'같기도 하고, 안목이 뛰어나다." 이는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마치 메아리가 울리는 것처럼 확장 혹은 축소 되어 등장하고 때로는 웃음 포인트가 되기도 한다.
또 이어지는 롱테이크 씬들과 현실적으로 입에 달라붙는 대사 때문인지 배우들은 흠잡을 데 없는 생활연기를 주고 받는다. 특히 이번 영화로 홍상수 감독과 처음 호흡을 맞춘 배우 정재영은 적절히 짜증이 섞이면서 구질스럽고, 무언가에 찌들어있는 무명 영화 감독 역할을 맡아 호연을 펼쳤다.
홍상수 감독이 '우리 선희'의 대본을 쓰고, 촬영을 모두 마치는데 걸린 시간은 단 7일. 7일 동안 그가 빚어낸 이 '찌질함의 미학'은 서촌, 북촌, 창경궁 등 낙엽이 진 오래된 서울의 배경과 앙상블을 빚어 관객들을 유쾌하게 만들 것 같다. 오는 12일 개봉.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사진 = 우리 선희 ⓒ 영화제작 전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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