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승현 기자] 슬픈 현실인데 보고 있자니 웃음이 난다. 오래된 백수 오만석과 최대철의 이야기다. 이들은 왕가네의 '웃픈 남남 커플'로 등극했다.
지난달 31일 첫 방송된 KBS 2TV 새 주말드라마 '왕가네 식구들'에서 왕가네의 백수건달 둘째 사위 허세달(오만석 분)과 캥거루족 백수 삼촌 왕돈(최대철)은 사회는 물론 가족에게도 환영받지 못하는 루저들의 삶을 코믹코드를 섞어 그려냈다.
왕돈과 허세달, 이른바 '돈세달'이 하루하루 살아가는 모습은 사실 한심하기 그지없다. 사십을 바라보는 나이에 PC방에서 게임에만 열중하는 두 남자. 그나마도 타서 쓴 돈이 허락하는 시간 안에서만 가능하다.
그래도 심심한 일상을 버틸 수 있는 건 두 친구가 함께 '삼선슬리퍼'를 몸의 일부처럼 생각하는 백수라는 사실이다. 매일 "심심해 미춰버리겠네"라고 슬그머니 처갓집을 찾아가 문밖에서 "찌질아, 놀자"라고 왕돈을 불러내는 허세달이다.
또 다른 공통점. 허세달에게는 잔소리와 구박을 견뎌야 하지만 하루 용돈 삼천 원을 꼬박 챙겨주는 억척 마누라 왕호박(이태란)이 있고, 왕돈에게 남편도 안주는 십만 원을 매달 꼬박꼬박 챙겨주는 조카 왕호박이 있다. 즉 두 사람은 왕호박에게 돈을 타 쓰고 있는 남자라는 점.
누가 봐도 한심한 인생이지만 왕가네에선 재미 가득한 웃음 폭탄을 여기저기 터뜨리며 인기 최고의 남남커플이다. 막내 동생 나무라듯 한마디씩 핀잔을 주는 마누라 호박과 아옹다옹하는 허세달 역의 오만석. 삼선 줄무늬 운동복에 삼선 슬리퍼를 질질 끌며 흐느적대지만, 신체 부위 중 유일하게 생생하게 살아있는 입으로 허세를 쏟아내는 그의 당당한 백수 연기에 웃지 않을 수 없다.
왕돈 역의 최대철 또한 왕가네의 웃음축이다. 왕돈은 중학교 조카 왕대박(최원홍)에게조차 "삼촌은 꿈이 뭐야? 아 있을 리가 없지"라며 무시를 당한다. 형수 이앙금(김해숙)의 살벌한 눈빛을 자연스럽게 넘기는 기술은 최고다. 든든한 '빽'인 엄마 안계심(나문희)에겐 애교로, 늙은 형님 왕봉(장용)에게는 동정심으로 근근이 버티고 있다.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백수들의 슬픈 현실을 코믹하게 연기해내고 있는 오만석과 최대철. "돈세달을 보고 있자니 슬픈 현실인데 자꾸만 웃게 된다"는 것이 시청자들의 반응이다. 이들의 이야기에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왕가네 가족들'은 매주 토, 일요일 오후 7시 55분에 방송된다.
김승현 기자 drogba@xportsnews.com
[사진 = 최대철, 오만석 ⓒ 드림이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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