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5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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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열차'의 탄생, 봉준호의 열정이 일궈낸 '진주'

기사입력 2013.08.26 13:36 / 기사수정 2013.08.26 13:36

나유리 기자


[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영화 '설국열차'의 탄생은 시계 바늘을 거꾸로 돌려 2005년 초로 돌아간다.

1300만 관객들의 선택을 받은 '괴물'이 탄생하기도 전에, 머리를 식히러 간 서울 홍대의 모 만화가게에서 봉준호 감독은 운명같은 만화 '설국열차'를 만나게 된다.

"가게를 나서기도 전에 영화화를 결심했다"던 봉 감독은 곧바로 절친한 영화계 선배이자 제작자인 박찬욱 감독을 찾아갔다. 이후 2006년 '괴물'로 프랑스 칸영화제의 초청을 받아 감독주간 심사위원으로 칸에 온 뱅자맹 르그랑을 만났다. 

뱅자맹 르그랑은 영화의 모태가 된 '설국열차' 1부를 구상한 쟈크 로브가 사망한 뒤, 그림을 그렸던 장 마르크 로셰트의 제안으로 2,3권의 글에 참여한 원작자 중 한 명이다. 

사실 당시 '설국열차'는 박찬욱 감독의 주선하에 변호사들끼리 영화화 판권 구매가 끝난 상태였지만, 봉준호 감독은 "아티스트 대 아티스트로 만나기 위해" 뱅자맹은 물론, 파리에 머물고 있던 장 마르크 로셰트를 만나러 갔다.



봉 감독은 "칸영화제에서 뱅자맹이 '괴물' 시사회를 내 바로 뒷자리에서 관람했다. 긴장이 됐다. '이따위 감독이 영화화 하면 안되겠다' 할꺼 같아서", "장 마르크에게 최대한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어서 파리에 있는 그의 작업실까지 찾아갔다"고 원작자들과 함께한 GV 시사회에서 당시를 회고했다.

파리에 있는 작은 카페에 마주 앉은 봉준호와 장 마르크 로셰트는 서로의 어설픈 영어로 두 사람이 그토록 좋아하는 영화와 만화에 대한 이야기를 그 어떤 언어보다 진솔하게 나눴고, 봉 감독은 장 마르크로부터 '설국열차'의 원판 그림 중 하나를 선물로 받아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동안 '설국열차'의 영화화 제의가 여러 번 있었지만 모조리 거절했다. 정말 잘한 것 같다. '설국열차'는 봉준호의 것이다" - 장 마르크 로셰트

"정말 운이 좋았다. 나는 봉준호가 서울의 작은 만화 가게에서 '설국열차'를 발견하는 영광을 얻게 된 셈이다" - 뱅자맹 르그랑


장 마르크와 뱅자맹은 2008년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 참석하기 위해 처음으로 서울의 땅을 밟았다. 이 자리에는 봉준호 감독도 함께였다. 한국에 온 원작자 두 사람은 방한 내내 봉 감독과 함께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고, 인터뷰를 하며 돈독한 우애를 쌓았다. 평론가 이동진은 "두 분의 봉준호 감독에 대한 태도가 너무나 따뜻해서 아주 인상 깊었다"고 당시를 간증(?) 하기도 했다.


시간은 '쏘아놓은 화살'처럼 흘렀다. 그 사이에 봉준호 감독은 '마더'를 발표해 다시 국내외 영화계에서 입지를 탄탄히 굳혀 놓았고, 덕분에 '설국열차 프로젝트'는 순조로이 진행됐다.

자칭 '봉준호의 팬' 틸다 스윈튼이 이 재미난 작업에 참여 의사를 밝혔고, 이후 존 허트가 합류를 결정하자 다른 배우들의 캐스팅은 순조로웠다. '헬프'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옥타비아 스펜서와 '캡틴 아메리카' 크리스 에반스 등이 탑승을 자처했다. '살인의 추억', '괴물'로 이미 '찰떡궁합'을 선보인바 있는 송강호는 '설국열차'의 '화룡점정'이었다.

홍대의 작은 만화 가게에서 시작된 꿈이 7년의 세월을 거쳐 마침내 스크린 위에 펼쳐졌을 때, 뱅자맹과 장 마르크는 다시 서울을 찾았다. 

가는 곳마다 자리를 가득 메운 관객들과 마주한 봉준호 감독은 "7년 전에 처음 만났던 원작자 분들과 함께 영화를 보고, 관객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 왔다는 것은 정말 신기하고 기쁜 일"이라며 "사람의 인연, 작품의 운명이라는게 참 신기하다"고 벅찬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80년대에 '설국열차' 만화가 처음 나왔을 때, 나는 중학생이었다. 크리스 에반스는 아마 기저귀를 차고 있었을테고, 틸다 스윈튼은 데릭 저먼 감독과 영화를 찍고 있었겠다. 박찬욱 감독님은 충무로에서 힘겨운 연출부 생활을 하고 계셨을거다. 우리는 모두 '설국열차'를 몰랐다. 그러나 평소처럼 만화 가게를 어슬렁 거리던 내가 어느날 이 작품을 만나게 됐고, 사람들이 모였다. 기저귀를 차고 있던 크리스 에반스는 근육질의 남자가 됐다. 마침내 이 시간이 왔다는게 신기하다.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운명처럼 느껴져서 행복하다" - 봉준호

'설국열차'는 25일까지 누적 관객수 879만명을 기록했다. 판타지에 가까운 설정을 지상 위로 끌어 앉힌 흥미로운 소재는 갖가지 해석과 반박을 낳으며 재관람 열풍을 이끌었다.

이제 '천만'을 바라보게 된 '설국열차'의 '비범한 탄생'에는 오랜 시간 차분히 그러나 진중하게 노력한 봉준호 감독의 열정이 고스란히 묻어있는것 같다.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사진 = ⓒ 엑스포츠뉴스DB, 한국만화진흥원,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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