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4 22:04
연예

[기자수첩] 크레용팝, 이념 논쟁의 희생양일 뿐이었다

기사입력 2013.08.21 19:53 / 기사수정 2013.10.01 18:41

백종모 기자


[엑스포츠뉴스=백종모 기자] 걸그룹 크레용팝을 둘러싼 논란은 또 하나의 사회 현상을 시사하고 있다.

크레용팝과 관련된 논란은 지난 6월부터 시작됐다. 이들은 6월 22일 MBC '쇼! 음악중심'에 출연한 후 공식 SNS 계정인 트위터를 통해 "오늘 여러분 노무 노무 멋졌던 거 알죠? 여러분 패션 탐난다능. 넘 귀여운 울 팬덜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웽총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 중 '노무 노무'라는 말이 문제였다. 이는 극우 성향의 인터넷 커뮤니티 일베(일간베스트)에서 비롯된 말로, 故 노무현 대통령을 비하하는 표현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 멘션은 곧바로 기사화 돼 큰 논란을 불러왔다.

크레용팝은 이후 인터넷 상의 정치 이념 전쟁의 희생양이 됐다. 왜일까?

흔히 크레용팝은 '일베'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처럼 인식돼왔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본다.

'일베' 회원 입장에서는 일베에서 비롯된 '노무 노무'라는 말을 아이돌이 사용하자 일종의 호감을 느꼈을 수 있다. 일부는 팬이 되기도 했다. 음반을 구입하거나 팬 미팅에 참석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그런 모습은 크레용팝이 일베와 연관됐다는 의심을 강하게 할 뿐이었다. 오히려 '일베'와 정치적으로 반대 성향을 지닌 네티즌들을 적으로 만드는 결과를 초래했다.

때문에 인터넷 상에서 크레용팝의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그 곳은 보수와 진보 성향의 네티즌들의 전쟁터가 됐다. 댓글의 내용은 표면적으로는 크레용팝의 호불호를 따지는 것이었지만, 그 내면을 보면 크레용팝을 빌미로 일종의 이념 전쟁을 펼치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더구나 크레용팝은 이후 신곡 '빠빠빠'의 음원 순위 상승에 힘입어, 인기가 급상승했다. 그만큼 이들을 둘러싼 이슈가 많았다. 긍정적인 기사도 부정적인 기사도 있었다. 하지만 이들이 화제가 된다는 것 자체가 인터넷 상의 이념 전쟁에 좋은 먹잇감이 됐다. 크레용팝의 기사가 포털 사이트의 메인에 뜰 때마다 보수와 진보 성향의 네티즌들의 설전이 항상 벌어졌다.

크레용팝이 이념 논쟁의 희생양일 뿐이라는 것은, 이들의 소속사가 일베와의 연결 고리를 끊은 뒤에 더욱 극명하게 드러났다.

21일 크레용팝의 소속사는, 공식홈페이지에 올린 장문의 글을 통해 '일베 연관설', '일본 걸그룹 의상 콘셉트 표절설', '음원 사재기 설' 등 크레용팝에 대해 불거졌던 논란에 대해 적극 해명에 나섰다.

특히 크레용팝 측은 해명글에서 일베에 대해 "반사회적, 반인륜적 글과 댓글이 올라오는 사이트"라는 표현을 쓰며 비판했다. 철저히 일베와의 연결 고리를 끊겠다는 뜻이다.

그러자 일베 회원들은 "우리들이 홍보 수단으로 이용당했다"며 배신감을 나타냈다. 앞으로 "크레용팝을 지지 하지 않겠다"며 등을 돌리는가 하면, 크레용팝의 CD를 부순 사진을 찍어 올리기도 했다. 진보 성향 커뮤니티의 회원들은 어떨까? 이들은 여전히 크레용팝에 대해 차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아무리 일베와 관련 없다고 해명을 해도, 크레용팝에 대해 갖게 됐던 좋지 않은 감정이 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크레용팝은 보수와 진보 성향의 네티즌 모두에게 신뢰를 잃었다. 그 과정에서 생긴 온갖 잡음으로 이미지는 크게 떨어졌다.

인터넷에 댓글 문화가 활성화 되면서, 이 같이 특정인에게 정치적 의도를 부여해 매도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본인이 실제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있다면,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실수'나 '의심' 정도로도 연예인이 큰 피해를 보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일례로 걸그룹 '시크릿' 멤버 전효성은 지난 5월 한 라디오 방송에서 "민주화 시키지 않아요"라는 발언을 해 논란을 빚었다. '민주화 시킨다'은 진보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집단행동을 하는 것을 비하하는 의미로, 일베에서 비롯돼 쓰이고 있는 말이다. 이후 '시크릿'은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은 바 있다.

진중권 동양대학교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스타가 '민주화'니, '노무노무'니 하는 '일베'식 표현을 사용할 경우 그 뜻과 유래를 알려주면서 주의를 시키는 것으로 족하다고 본다"며 "의심을 사실로 착각하면 안된다. 연예계 일베 논란은 이제 그만 해도 된다"고 지적했다.

네티즌들은 '일베'가 문제라고, 또는 '일베'를 무조건 나쁘다고 매도하는 세력이 문제라며 설전을 벌인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금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백종모 기자 phanta@xportsnews.com

[사진 = 크레용팝 ⓒ 엑스포츠뉴스DB]


백종모 기자 phanta@xportsnews.com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

주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