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승현 기자] 14일 오후 1시 서울 강서구 화곡동 KBS 스포츠월드에서 KBS2 '우리동네 예체능'(이하 예체능) 의 녹화 현장이 공개됐다. 강호동, 이수근, 최강창민, 조달환, 이만기, 존박, 이종수, 필독, 찬성, 이지훈이 참석했다. 이날 녹화는 예체능팀의 배드민턴 네 번째 경기였다.
30분 전에 현장을 들어서니 멤버들은 목소리를 높이며 연습에 몰두하고 있었다. 강호동은 존박과 짝을 이뤄 이만기, 조달환, 이수근을 상대했고, 다른 코트에서 이종수, 최강창민 조는 황찬성, 빅스타 필독 조와 팽팽한 대결을 펼쳤다.
박력 있는 진행의 강호동은 강한 스매시를 뿌려댔고, 최강창민은 셔틀콕을 배드민턴 네트 위로 살짝 넘기는 기술을 발휘했다. 셔틀콕 하나만을 바라보며 그렇게 땀을 흘리던 멤버들 중 이종수는 단연 돋보였다.
멀리서도 단숨에 알아볼 정도의 이글이글 불타는 눈빛을 발산한 그는 객석에 있는 기자들을 보고는 "누구세요?"라며 전력을 탐색하러 온 상대팀의 첩자를 보는냥 경계의 눈초리를 보냈다. 잠시 후 현장 공개가 있다는 사실을 파악한 뒤 "아! 그렇구나. 기자들이 왔으니 더 열정적으로 하자"며 '딸랑딸랑' 소리가 들리는 농담을 건네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이날 연습에는 태릉선수촌에서 연을 맺은 배드민턴 국가대표 김학균 코치가 옆에서 이들에게 조언을 건넸다. '예체능' 관계자는 "원래 김 코치가 휴가인데, 멤버들을 가르치기로 약속을 잡아서 잠시 시간을 내 도와주러 왔다"고 설명했다.
연습은 2시가 넘도록 계속됐고 배드민턴을 접한 지 한 달 반 정도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수준급의 실력을 선보이며 이날 녹화에서 펼쳐질 승부를 기대하게 했다. 그중에서도 얼떨떨한 모습으로 엘리트 이미지를 벗고 예능 대세로 자리 잡은 존박은 계속 입을 벌리고 연습해 시선을 끌었다.
오후 6시에 KBS 별관으로 무대를 옮겨 본격적인 프로그램 녹화에 나섰다. 예체능팀의 상대는 바로 전남 화순팀. "녹화 들어갑니다"라는 말과 함께 슬레이트에서 '짝' 소리가 났다. 하얀 연기가 발산되면서 무대로 등장한 양 팀은 웃으며 하이파이브를 하며 결의를 다졌다. 이어 강호동은 "4시간에 걸쳐 서울에 올라왔지만 쓸쓸하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하며 웃음과 함께 기선을 제압의 효과를 얻고자 했다.
예체능 멤버의 소개로 화순팀의 선수들이 소개됐다. 이들은 직간접적으로 이용대 선수와 인연의 끈이 있다고 밝혔다. 이 중에는 억지로 사연을 끼워 넣는 선수도 있었고, 무리수가 들통 나자 특유의 사투리가 흘러나와 당황한 기색을 보이기도 했다.
인터뷰가 진행되면서 화순팀 선수들의 경력이 드러났다. 짧게는 1년여부터 길게는 20년에 근접할 정도로 배드민턴의 생활화가 몸에 밴 체육인이었다. 이들에 비하면 예체능팀의 연습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다. 하지만 스포츠는 모르는 것. 겉으로는 다윗과 골리앗의 격돌이지만 예체능팀은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안다는 신념을 갖고 경기에 나섰다.
이윽고 '우리동네 예체능'이라고 쓰인 세트의 대화면이 점수판으로 바뀌며 본격적인 경기 시작을 알렸다. 경기는 5선 3승제로 진행됐고 세트마다 출전 명단이 공개되는 순간은 경기를 펼칠 때처럼 긴장감이 고조됐다.
대체로 예체능의 벤치는 시끄러웠고 앉아 있던 이들의 '입 배드민턴'은 현란해졌다. 열정의 이종수는 코트에 있는 선수의 감정에 이입된 듯 "화이팅"을 건네며 응원했다. 반대로 화순팀은 조용한 가운데 박수를 치며 사기를 북돋았다.
작전타임이 시행되고 카메라맨들은 이들이 궁리하는 모습을 담고자 분주히 뛰었다. 또 심판이 잡지 못한 애매한 상황은 카메라 판독을 이용해 공정한 심사로 이어졌다. 한 세트, 한 세트가 끝날 때마다 희비가 엇갈렸고 이는 망연자실한 표정과 기쁨의 세리머니로 드러났다.
리액션이 좋은 예체능 팀과 방송 초보로 낯선 환경의 화순 팀의 승패는 갈렸고 양 팀은 서로 악수하며 위로했다. 한 선수는 "패배에 대한 아쉬움보다 내 경기력이 후회가 남는다. 다음에는 후회없는 경기를 하겠다"며 눈물을 흘려 장내를 숙연케 했다. 진한 승부가 남기는 여운을 보여줬다.
3시간이 넘는 녹화는 끝났고 양 팀 선수들은 현장에서 아낌없는 성원을 보내 준 응원단에게 인사하며 감사함을 전했다. 화순팀의 한 선수는 자신을 응원한 아들에게 뽀뽀로 화답하며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예체능'은 예능을 기본으로 스포츠를 결합한 프로그램이다. 스포츠의 진지함이 부각돼 예능적인 요소가 뒤쳐져 있다는 지적도 들리곤 한다. 웃음은 분명 놓칠 수 없는 제 1의 요소다. 그런데 승부의 냉정함 앞에서 유머를 끼워 넣기에는 예체능 멤버들은 진지한 승부사가 돼 있었다. 유머보다는 승부의 세계가 주는 카타르시스에 더 무게중심이 가 있다.
'우리동네 예체능'은 '동네'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생활체육의 저변을 넓히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물론 예능이라는 '재미와 웃음의 코드'를 통해서이다. 하지만 아직은 '두 마리 혹은 세 마리' 토끼를 제대로 잡지는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래도 이들이 흘리는 땀방울의 진정성이 시청자들에게 전해져 시청률 상승세로 나타나고 있는 점은 희망적이다. 아직 갈 길은 멀다. 조금 더, 힘을 내야 할 것 같다. 단 어깨에 힘은 빼고.
이날 녹화분은 오는 9월 3일 오후 11시 10분에 방송된다.
김승현 기자 drogba@xportsnews.com
[사진 = 우리동네 예체능 ⓒ 엑스포츠뉴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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