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강산 기자] 새로운 위닝샷의 탄생인가.
한화 이글스 외국인투수 데니 바티스타가 겨우내 연마한 체인지업이 그의 새 결정구로 자리 잡을 것인지에 관심이 모인다. 올해 1군 무대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던 구종이 마침내 봉인 해제됐다.
올해로 3년째 한화맨이 된 바티스타는 최고 150km대 중반에 이르는 강속구로 상대를 윽박지른다. 여기에 낙차 큰 커브가 상대 타자들의 헛스윙을 유도하는 결정구로 위력을 떨쳤다. 간간이 슬라이더를 던져 땅볼을 유도하긴 했지만 체인지업은 좀처럼 보기 힘들었다. 무엇보다 손에 완전히 익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바티스타는 9일 대구 삼성전서 24일 만에 1군 등판을 가졌다. 성적은 5⅔이닝 4피안타 2볼넷 4탈삼진 2실점 승리투수. 후반기 첫 등판에서 기분 좋은 시즌 6승(6패)째를 따냈다. 어깨 피로누적 탓에 공백기를 가진 바티스타지만 후반기 첫 등판 호투는 팀 선발진에 활력을 불어넣기에 충분했다. 직구 최고 구속은 151km로 한창 좋을 때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구위 저하에 대한 우려를 어느 정도 씻어내기엔 충분했다.
무엇보다 낙차 큰 커브 대신 위닝샷으로 택한 체인지업이 돋보였다. 이날 바티스타는 총 26개의 체인지업을 구사했고, 스트라이크는 18개였다.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당시에는 직구와 구속 차이가 크지 않아 타자들에게 비교적 쉽게 공략당했지만 이번엔 달랐다. 133km~136km 사이에 형성된 체인지업은 땅볼, 삼진을 유도하기에 충분했다. 특히 1회말 삼성 박한이를 헛스윙 삼진 처리한 체인지업은 낙폭도 꽤 컸다.
사실 바티스타는 올해 스프링캠프 합류 전 도미니카공화국에 머물면서 한용덕 코치와 함께 체인지업을 연마했다. '한용덕표 체인지업'이 탄생한 배경이다. 바티스타는 "한 코치님과 만나 체인지업을 배웠고, 꾸준히 연습했다"며 "한 가지 구질을 더 장착하게 돼 무척 좋다. 나도 궁금하다. 당장 던질 수 있다"며 들떠 있었다. 그러나 올해 1군 무대에서 그가 사용한 결정구는 체인지업이 아닌 커브나 슬라이더였다.
베일에 싸여 있던 바티스타의 체인지업은 후반기 첫 등판에서 마침내 봉인 해제됐다. 팀과 본인 모두 승리를 챙겼으니 일단 성공작이다. 바티스타는 10일 목동 넥센전을 앞두고 "어제(9일) 후반기 첫 등판이었는데 느낌이 매우 좋았다. 팀 승리에 일조해 특히 만족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체인지업에 대해서도 "매우 만족한다. 땅볼과 삼진을 유도한 것도 좋았다"며 "새로운 결정구가 될 수 있다(It's going to be)"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힘을 빼고 던진 평균 구속 130km 중반대의 체인지업은 충분히 훌륭했다. 직구와 10km 이상의 차이를 보이니 더욱 효과적이다.
누가 뭐래도 한화의 에이스는 바티스타다. 팀 내 선발진 가운데 유일하게 불펜 겸업 없이 순수 선발로만 등판했던 그다. 비록 몇 차례 로테이션을 거르기도 했지만 후반기 첫 등판에서 보여준 호투는 기대감을 높이기에 충분했다. 여기에 새로운 양념인 체인지업까지 들고 나왔다는 건 그가 공백기를 헛되이 보내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에이스의 새로운 위닝샷, 올해 바티스타의 선발 등판을 지켜보는 또 하나의 체크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강산 기자 posterboy@xportsnews.com
[사진=데니 바티스타 ⓒ 엑스포츠뉴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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