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7-02 17:51
스포츠

[엑스포츠뉴스+ 커버스토리]진격의 박인비, 골프 성지에서 천하통일 꿈꾸다

기사입력 2013.08.01 15:43 / 기사수정 2013.08.01 15:44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김덕중, 조영준 기자] 세계 골프계의 시선이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파72·6672야드)에 쏠리고 있다. 골프 역사상 아무도 이루지 못했던 '캘린더 그랜드슬램(한 시즌 4개 메이저대회 우승)'이 현실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박인비(25, KB금융그룹)는 올 시즌 3개의 메이저대회(크라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 웨그먼스 챔피언십, US오픈)를 모두 정복했다. 올해 열리는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오픈만을 남겨두고 있다. 박인비는 2일(한국시간)부터 5일까지 나흘간 스코틀랜드 세인트 앤드루스 올드코스에서 열리는 2013 브리티시오픈(총상금 275만달러)에 출전한다.

박인비가 이 대회에서 우승한다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사상 첫 캘린더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게 된다. LPGA 63년 역사상 단 한 번도 나온 적이 없는 대기록이다. 박인비는 또 최연소로 커리어 그랜드슬램(4개 메이저대회 모두 우승)도 달성한다. 한 마디로 여자프로골프의 새로운 역사가 박인비의 스윙에 따라 새로 써질수 있다.

스포츠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순간 중 하나는 '누구도 정복하지 못한 고지'에 도전하는 일이다. 이런 측면에서 박인비는 극지 정복에 나서는 탐험가와 다를 게 없다. 설령 박인비가 브리티시오픈에서 승리의 샴페인을 터트리지 못한대 해도 그의 위대한 도전은 그 자체만으로도 관심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우즈도 못한 일' 박인비의 도전에 흥분한 美언론

좀처럼 나오기 어려운 캘린더 그랜드슬램의 가능성이 높아지자 미국의 메이저 언론들이 박인비를 집중조명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박인비가 브리티시오픈에서 우승한다면 역대 어느 남녀 골퍼도 이루지 못한 한 시즌 4개 메이저 우승이라는 위업을 달성한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1930년 보비 존스(미국)가 기록한 한 시즌 그랜드슬램 우승을 '캘린더 그랜드슬램'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당시에는 마스터스 대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CBS스포츠는 "타이거 우즈, 잭 니클라우스, 아놀드 파머, 아니카 소렌스탐, 낸시 로페즈 등 골프계 전설로 불리는 이들도 이루지 못한 일을 박인비가 해내려 한다"며 기대감을 잔뜩 드러내고 있다.



캘린더 그랜드슬램을 떠나 메이저 3연속 우승만으로도 대단한 업적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 스포츠 전문 채널인 ESPN은 "박인비는 자하리아스와 함께 시즌 개막 후 메이저대회 3연승을 거둔 유이한 선수"라며 "현대 골프에서 메이저 3연속 우승은 처음이다. 이 업적은 타이거 우즈도 해내지 못했다"며 흥분했다.

미국 언론은 타이거 우즈(38, 미국)가 오르지 못한 고지에 박인비가 도전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21세기 미국 최고의 스포츠스타로 꼽히는 우즈는 골프와 관련된 각종 기록을 갈아치웠다. 그러나 메이저대회 3연속 우승 및 캘린더 그랜드슬램 도전은 이루지 못했다.

박인비는 지난 7월 초 미국 공중파 방송인 NBCTV의 '투데이쇼'에 출연했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한국인은 가수 싸이와 박인비 뿐이다. 이처럼 박인비의 메이저대회 3연속 우승 업적은 미국 메이저 언론들의 대대적인 관심을 받았다. 당시 뉴욕의 맨해튼에 쏠렸던 시선은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로 이동했다.

'공포의 17번 홀'과 변덕스런 날씨 극복이 관건

브리티시 오픈이 열리는 세인트앤드루스 골프장은 스코틀랜드 동쪽 해안의 파이프 주에 있다. 세계 최초의 골프장으로 유명한 이곳은 전 세계 골퍼들은 물론 갤러리들에게 '골프의 성지'로 추앙을 받고 있다. 이번 대회가 열리는 올드코스의 역사는 무려 60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넓고 평평한 페어웨이가 대부분이지만 깊은 러프와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112개의 벙커는 골퍼에게 '지뢰밭'과 같다.



특히 '지옥으로 가는 길'로 불리는 17번 홀이 최대의 승부처다. 이 곳의 벙커는 어지간한 성인의 신장보다도 깊다. 깊은 벙커에 볼이 빠질 경우 탈출은 좀처럼 쉽지 않다. '벙커샷의 달인'으로 불리는 최경주(43, SK켈레콤)도 이 곳에서 떠올리고 싶지 않을 악몽을 겪었다. 지난 2005년 디 오픈(브리티시 오픈)에 출전한 그는 최종 4라운드 17번 홀에서 이 벙커에 볼을 빠뜨렸다. 이후 최경주는 무려 5타를 잃으면서 급격히 무너졌다.

바닷가에서 불어오는 강한 바람도 승부의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심할 경우 시속 30km 안팎의 강풍이 분다. 여기에 기상예보를 무색케 하는 변화무쌍한 날씨도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의 특징이다.

박인비는 지난 31일 LPGA 공식홈페이지를 통해 변화가 잦은 날씨와 깊은 벙커가 까다롭다고 토로했다. 그는 "올드 코스는 다른 링크코스 골프장에 비해 러프는 크게 어렵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벙커는 한번 들어가면 언제 빠져나올지 짐작하기조차 힘들다"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교타자' 박인비, 그래도 우승 가능성 높다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는 '링크코스(Link Course)'로 불린다. 링크코스의 특징은 나무가 적고 워터 해저드와 모래언덕 그리고 바다바람의 각종 어려운 코스가 많은 것이다. 또한 프로골퍼가 디자인하던 골프 코스 시대 전에 만들어진 오래된 코스다.

링크코스는 곳곳에 장애물이 많기 때문에 '장타자'보다 '교타자'에게 유리하다. 정교한 퍼팅이 장점인 박인비는 어려운 코스에서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해왔다.

박인비 최대의 적은 스스로가 느끼는 압박감이다. 그러나 어떤 상황에서도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 강한 멘탈은 그의 장점이기도 하다. 강한 정신력은 궂은 날씨와 깊은 벙커가 도사리고 있는 난코스를 헤쳐 나갈 중요한 무기다.

박인비는 "프로 골퍼라면 부담감 속에서도 잘 쳐야한다. 오히려 부담감을 즐기면서 경기에 임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도박사들은 박인비의 우승 가능성을 가장 높게 전망했다. 영국의 온라인 베팅 전문업체 래드브로크스는 박인비의 우승 확률을 출전 선수 가운데 가장 높은 5대1로 예상했다. 이는 2008년과 2012년 이 대회에서 두 차례 우승한 신지애(25, 미래에셋)와 지난해 US여자오픈 챔피언인 최나연(26, SK텔레콤)의 우승 확률 16대1보다 세 배 이상 높은 수치다.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사진 = 브리티시 오픈을 앞둔 박인비, 유소연 ⓒ KB금융그룹 제공]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주요 뉴스

실시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

주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