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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스터 고', 흥행 뒷심 못받는 세가지 이유

기사입력 2013.07.30 16:47 / 기사수정 2013.07.30 17:46

나유리 기자


[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흥행 제조기' 김용화 감독이 야심차게 제작한 3D 대작영화 '미스터 고'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실적을 보이고 있다. 

30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공식 집계에 따르면 지난 17일 개봉한  '미스터 고'(감독 김용화)는 13일차인 29일까지 누적 관객수 118만 608명을 기록했다. 이는 개봉전 예상 수치에 크게 못미치는게 사실이다.

김용화 감독의 전작인 '미녀는 괴로워'(662만), '국가대표'(848만) 등도 입소문을 타면서 뒤늦게 히트한 터라, 조만간 흥행 반전을 이룰 지 모른다는 기대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별다른 계기를 찾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슬로우 스타터(Slow Starter)'로 유명한 김 감독이지만, 이번에는 여의치 않은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흥행 감각이 뛰어난 감독이 연출하고, 고릴라와 소녀의 감동적인 이야기. 아쉬울데 없을 것 같은 이 3D 영화가 부진한 까닭은 무엇일까?



1. SF? 휴먼? 스포츠? 장르의 모호성

사실 고릴라는 인간과 가장 흡사한 영장류다. '고릴라가 야구를 한다'는 아이디어 자체는 황당하다기보단 참신했다. 궁금했던 점은 고릴라 '링링'이 한국 프로야구 구단에 입단하게 되는 과정을 관객들에게 어떻게 설득할까 였다.

그러나 아쉽게도 '미스터 고'에서 그려진 '야구'는 승과 패로 나뉜 결과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스포츠로 보인다. 모든 규정과 사회적 약속을 무시한채 고릴라를 막무가내 대타로 일련의 과정들은 다소 불편하기까지 했다. 

이런 불편함은 '링링'의 상대팀이 또다른 고릴라 '레이팅'을 영입하면서 두 고릴라가 각각 마운드와 타석에 선 순간 정점에 달했다.

야구팬은 물론 야구에 관심이 없는 일반 관객도 사로잡지 못할 것 같은 예상 밖의 전개는 '미스터 고'처럼 어느 정도의 현실성이 탄탄하게 뒷받침 돼야하는 영화에서 장르의 특성을 모호하게 만들고 말았다. 스토리에서 야구라는 스포츠 장르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면 스포츠로서의 리얼리티에 보다 더 신경을 썼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2. 지나친 희화화로 빛바랜 배우들의 '명품' 연기

주연 중 한 명인 성동일은 연기를 참 맛깔나게하는 배우다. 그는 '미스터 고'를 기대하게 하는 요인 중 하나이기도 했다. 지난해 인기리에 방영됐던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의 '성동일'같은 역할은 진짜 '성동일'만 할 수 있는 독보적인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미스터 고'에서 그가 연기한 '성충수'는 왠지 '맞지 않는 옷을 입은 아빠'를 보는 느낌이다. 성동일이 명품 수트를 입고 능력있는 싱글남 연기를 하는게 어색하다기 보다는 '성충수'가 분출하는 감정이 어딘지 포인트가 맞지 않는 느낌이다.  

'성충수'뿐 아니라 '미스터 고'에 등장하는 캐릭터 대부분이 그렇다. '웃음'과 '감동'은 김용화표 영화를 이루는 두 축이지만, 이번에는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간 듯 보인다. 웃음과 감동을 모두 잡으려다 생긴 캐릭터의 지나친 희화화가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내는데 실패한 요인이 아닐까 싶다.

물론 이같은 캐릭터의 부조화 속에서도 김희원이 연기한 연변의 사채업자 '림샤오강'과 카메오로 등장한 오다기리 죠는 가장 기억에 남을 만큼 생생하게 살아있다.



3. 고릴라와 소녀의 교감은 '어디에'

주인공 '웨이웨이'를 연기한 중국의 아역배우 서교는 상영시간 내내 똘망똘망한 눈망울로 보는 이의 모성애를 자극한다. 모국어가 아닌 탓에 한국어가 다소 어설프지만 훌륭한 감정연기를 통해 그 어설픔마저 귀여움으로 승화시킨다. 

그러나 '미스터 고'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웨이웨이'와 고릴라 '링링'의 교감이 빈약하게 그려져 있다는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 곁을 지켰고, 지진이 났을 때도 목숨을 걸고 '웨이웨이'를 보호한 '링링'인데 '과연 웨이웨이도 링링을 그렇게 생각하는 것인가'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게 만든다.  

'동물'과 '어린아이'가 '친구'로 등장하는 영화에 대해 사람들은 미리 머릿속에서 그려보고 기대하는 게 있다. 김용화 감독은 "지나친 신파로 보이고 싶지 않았다"며 의도된 연출임을 언급했지만, 차라리 고릴라와 소녀가 끊임없이 볼을 부비고 눈을 맞추는 '뻔한' 신파였다면 적어도 '감동' 이라는 토끼를 잡는데는 성공하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미스터 고'는 시도자체만으로도 높이 사줄만한 점이 많은 영화다. 특히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낸 고릴라들의 완성도나 3D 효과는 '할리우드 안부럽다' 싶을만큼 훌륭하다. 4년여에 걸친 김용화 감독의 꿈과 노력이 절절하게 배어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자신의 작은 상상력을 씨앗 삼아 물을 주고 빛을 비춰서 스크린 위에 이만큼 열매를 맺게 한 것만으로도(원작이 있긴 하지만) 김용화 감독은 충분히 박수받을만한 일을 했다.

그렇기에 위에 언급한 스토리 전개나 캐릭터 설정에서의 '미스'가 더욱 안타깝게 다가온다.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새로운 기준점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살짝 비켜간 것 같아서다. 하지만 '오뚜기' 같은 김용화 감독이 다음 작품에서는 어떤 재미난 아이디어와 파격적인 시도로 우리를 즐겁게 할지, 여전히 설레는 마음으로 차기작을 기다리게 된다.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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