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19, 연세대)가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은메달을 획득하며 다시 한번 한국리듬체조의 역사를 새롭게 작성했다.
손연재는 지난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리듬체조 최초로 개인종합 동메달을 획득했다. 그리고 국제체조연맹(FIG) 월드컵시리즈에서 처음으로 메달을 획득했고 2012 런던올림픽에서는 역대 최고 성적인 5위에 올랐다.
올해의 상승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월드컵시리즈에 출전해 종목별 결선에서 최초로 은메달을 획득했고 개인종합에서는 두 차례 4위에 올랐다. 또한 지난달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는 국내 최초로 국제대회 개인종합 부분에서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지난 16일 러시아 카잔 카잔체조센터에서 열린 '제23회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는 볼 종목별 결선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현역 최강자들이 모두 모인 가운데 획득한 은메달이라 더욱 뜻깊었다.
볼은 후프와 곤봉 그리고 리본과는 달리 한 번의 실수가 '재앙'으로 이어지는 특징이 있다. 둥근 볼을 떨어뜨릴 경우 매트 밖으로 굴러나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에서 4관왕에 등극한 마르가리타 마문(러시아)도 볼 종목에서 큰 실수를 범해 메달권 진입에 실패했다.
올 시즌 기술의 난이도를 높이고 안정적인 연기를 추구한 손연재는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 최고의 볼 연기를 펼쳤다. 어려운 난이도의 기술을 흔들림 없이 정확하게 구사했고 감점의 주범인 실수도 찾아볼 수 없었다.
손연재의 볼 연기 중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자신 만이 할 수 있는 '독창성'(Originality)이다. 볼을 매트에 바운스시킨 뒤 등과 양팔로 잡고 뒤로 허리재기를 하는 동작은 손연재의 연기에서만 볼 수 있다. 올 시즌 리듬체조의 규정이 대폭 변화하면서 지난해와 비교해 자신만이 할 수 있는 '독창성'이 강조됐다.
손연재는 이러한 규정의 흐름을 따라가기 위해 노력했다. 결국 다른 선수들의 기술과는 차별된 고유한 기술을 완성해냈고 올 시즌 꾸준하게 시도하고 있다. 손연재 만의 신기술은 심판진들에게 나름대로 어필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신기술 등재를 FIG에게 신청하지 못했다. 이 부분은 손연재의 지도자인 옐레나 니표르도바(러시아) 코치를 비롯한 코치진이 추진한다.
만약 손연재 만의 기술이 등재됐을 때는 난도 점수와 기술 고유의 이름을 부여받는다. 이 과정을 거치면 손연재는 지금보다 더욱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손연재의 코치진은 신기술을 무모하게 시도하다가 자칫 실수가 나올 점을 우려해 이 부분을 신중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연재는 볼 종목에서 18.000점의 높은 점수를 받았다. 18점은 리듬체조에서 메달권에 진입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점수대다. 손연재 만의 독창성을 살린 신기술 등재에 대한 현명한 선택과 실수를 더욱 줄여나가면 볼 종목의 강세는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사진 = 손연재 ⓒ IB월드와이드 제공, 엑스포츠뉴스DB]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