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2-01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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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영 ‘천명’, 권선징악 결말이 씁쓸했던 이유

기사입력 2013.06.28 07:55 / 기사수정 2013.06.28 09:56

임지연 기자


[엑스포츠뉴스=임지연 기자] “목숨만 살려 준다면… 숨죽은 듯 살겠습니다.”


친 아들을 왕으로 옹립하기 위해 양 아들을 죽음의 위험으로 몰아 넣고, 어린 친 아들까지 괴로움에 시달리게 한. 또 죄 없는 자를 죄 있다한 자는 결국 목숨만 살려달라고 애원해야 했다.

27일 KBS 2TV 수목드라마 ‘천명: 조선판 도망자 이야기(이하 천명)’가 20회를 마지막으로 막을 내렸다. ‘천명’은 중종 말년(1544년) 어느 밤, 세자의 주치의 민주부(최필립)가 처참하게 살해된 채 발견돼, 딸 아이하나만 보고 살아온 내의원 최원(이동욱)이 살인자로 누명을 쓰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마지막회까지 문정왕후(박지영 분)는 이호(임슬옹)를 시해하고자 했다. 경원대군(서동현)은 자기 처소에서 사용하는 향초와 어머니 문정왕후가 이호에게 선물한 향초가 다름을 눈치 챘다. 그는 어머니가 형 이호를 시해하려고 한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에 휩싸였다.

문정왕후는 왕위에 오른 이호에게 "우리를 살려줘서 특별히 준비한 향초다. 머리가 맑아지는 효과가 있다. 대군의 처소에서 이미 사용해왔던 거다. 정 찜찜하면 버려라. 난 우리를 살려준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었던 것 뿐이다"라고 말하며 향초를 건넨 적이 있기 때문. 이호에게 건넨 향초는 납 가루를 섞어 만든 것이었다. 납중독으로 죽게 할 심산이었다.

하지만 ‘천명’ 속 문정왕후는 “목숨만은 살려달라”는 애원을 하며 초라한 마지막을 맞았다. 문정왕후는 의녀 홍다인(송지효)이 납중독 증거를 찾아냈다는 사실을 알고 홍다인을 대비전으로 불러들여 독이 든 수정과를 강제로 마시게 하려 했다. 바로 그때 이호가 최원(이동욱), 이정환(송종호)과 함께 나타났고, 이정환은 대비전에서 발견된 향초를 문정왕후 앞에 들이밀었다.

모든 계획이 들통 나 벼랑 끝에 몰린 문정왕후는 “목숨만 살려주면 쥐 죽은 듯이 살겠다” 무릎을 꿇고 목숨을 구걸했다. 하지만 이호는 매몰차게 외면하며 대비전을 박차고 나갔다.

‘천명’ 시청자들이 기다린 장면일 것이다. 20회 동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많은 사람을 죽음과 고통으로 몰고 간 자의 애원. 이 장면은 섬뜩한 악연 연기를 펼쳐온 박지영과 늘 죽음의 위협 속 불안한 삶을 산 세자 이호를 담아낸 임슬옹 등 배우들의 연기와 연출의 미가 만나 팽팽한 긴장감과 통쾌함을 동시에 선사하며 ‘천명’ 마지막 회의 백미가 됐다.

‘천명’의 권선징악 결말은 비극적 역사를 더 씁쓸하게 상기시키는 역할도 했다. 드라마는 왕이 된 인종과 문정왕후의 초라한 마지막을 담았지만, 실제로 1544년 즉위한 인종은 문정왕후의 권력욕에 시달렸고, 포부를 펴지 못한 채 재위 9개월 만에 사망해 결국 문정왕후의 아들 명종(경원대군)이 그 뒤를 이어 즉위 하였던 것이 우리에게 남겨진 역사이기 때문이다. ‘천명’이 선택한 마지막은 인종에게 오래 머무르지 않았던 것이기에 통쾌하면서도 씁쓸했다. 

야사에 기록된 인종 독살 사건을 모티브로 문정왕후의 권력욕에 휘말린 죄 없는 이들의 고군부투기를 팽팽하고도 짜임새 있게 그려낸 웰메이드 사극 ‘천명’이 막을 내렸다. 후속으로 엄태웅, 김옥빈, 최민수, 김영철 등이 출연하는 ‘칼과 꽃’이 방송된다. 

임지연 기자 jylim@xportsnews.com

[사진 = 종영 '천명' ⓒ KBS 방송화면] 

임지연 기자 jylim@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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