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지구 반대편으로 순식간에 이동할 수 있는 능력. 대기권을 꿰뚫고 우주의 저편으로 날아갈 수 있는 능력. 상상을 뛰어넘는 엄청난 괴력과 뛰어난 지능. 그리고 선한 도덕심까지.
이렇듯 슈퍼맨은 슈퍼히어로 중 '최강의 캐릭터'이자 '완전무결'한 인물이다. 이러한 완벽함이 이 캐릭터의 매력이자 딜레마였다. 모든 점에서 흠잡을 틈이 없는 초인. 세상이 흐르면서 슈퍼맨에 흥미를 끄는 대중들은 점점 줄어들었다.
슈퍼맨을 등장시킨 영화 중 가장 성공적인 작품은 리처드 도너가 1978년에 완성한 '슈퍼맨'이다. 클라크 켄트(슈퍼맨)와 100% 싱크로율을 보인다는 평을 받은 배우 크리스토퍼 리브가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전지전능한 자신의 능력을 인류 구원을 위해 쓰는 초인의 삶을 그렸다.
모든 면에서 완벽하지만 사랑하는 여인(로이스 레인)의 죽음을 되돌리기 위해 아버지 조엘의 명을 어기고 금단의 능력까지 발휘할 때는 오히려 인간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후 등장한 슈퍼맨 시리즈는 평범한 오락 영화로 전락했고 4편을 끝으로 종지부를 찍었다.
중단된 슈퍼맨 시리즈의 부활에 나선 이는 다른 아닌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었다. 그는 2006년 크리스토퍼 리브가 출연한 슈퍼맨 시리즈 중 1편과 2편의 뒤를 잇는 이야기인 '슈퍼맨 리턴즈'를 완성시켰다. 이 영화는 큰 기대감 속에 개봉됐지만 성공작이 되지 못했다.
너무나 완벽한 슈퍼맨의 이야기는 이 시대 관객들에게 어필하지 못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다크나이트 트릴로지'를 완성시킨 거장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새로운 슈퍼맨의 이야기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놀란이 스토리 초안과 제작을 맡고 '300'과 '왓치맨'을 연출한 잭 스나이더가 메가폰을 잡은 '맨 오브 스틸'이 마침내 공개됐다. 지난 10일 서울 왕십리 CGV에서는 '맨 오브 스틸'의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2시간 40분이 넘는 긴 시간동안 슈퍼맨의 탄생기와 지구 정착기 그리고 엄청난 능력과 사명감에 대한 고뇌가 그려졌다.
우선 '맨 오브 스틸'은 '슈퍼맨 리턴즈'가 범한 오류를 극복하는데는 성공했다. '슈퍼맨 리턴즈'는 리처드 도너가 만들어 놓은 정통적인 슈퍼맨 영화에 철저하게 충실한 영화였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는 실패로 끝났고 21세기 관객들의 외면을 받았다.
반면 '맨 오브 스틸'은 한층 심오한 이야기와 슈퍼맨의 고뇌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러한 시도는 기존 슈퍼맨 영화와 차별성을 보이는 데는 성공했다. 그러나 이 영화가 과연 배트맨 시리즈의 장을 새롭게 연 '배트맨 비긴즈' 정도의 완성도를 보이는 지에는 의문이다.
영화 초반에 전개되는 '슈퍼맨의 탄생 신화'는 제법 길다. 그리고 영화 전편에 걸쳐 간간이 등장하는 조엘(러셀 크로우 분)의 분량이 많은 편이다. 아버지의 계시를 따라 인류 구원을 위해 나서는 슈퍼맨의 모습이 이미 예전부터 '예수'와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슈퍼맨은 1930년대 두 명의 유대인 청년이 창조한 캐릭터로 알려졌다. 이러한 태생적 배경은 이 캐릭터가 짊어지고 가야할 운명과도 같다. '맨 오브 스틸'의 슈퍼맨은 희생과 구원의 고뇌에 빠진 '인간적인 예수'와 비슷하게 보인다.
어린 시절 의붓아버지(케빈 코스트너 분)의 교육을 받고 자란 그는 외계인이지만 지구인이 가진 '엄격한 도덕성'을 지니게 된다. 이러한 점 때문에 자신의 능력을 쉽게 발휘하지 않는다. 또한 '신적인 아버지'인 조엘의 명을 거부하고 평범한 인간으로 살고 싶어 하는 모습은 매우 인간적으로 그려진다.
슈퍼맨의 현재와 과거가 교차하며 진행되는 구성은 꽤 신선하다. 그러나 슈퍼맨의 고뇌에 너무나 많은 분량을 할당한 나머지 막판에 진행되는 스토리는 너무나 순식간에 지나간다. 하지만 잭 스나이더의 연출력은 힘이 있고 새로운 슈퍼맨 시리즈를 완성하기 위한 놀란의 고심이 엿보인다. 새로운 슈퍼맨으로 캐스팅 된 헨리 카빌은 많은 우려를 종식시키고 '슈퍼맨 리턴즈'의 브랜던 루스보다 한층 자연스러운 연기를 펼쳤다. 13일 개봉 예정.
조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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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맨 오브 스틸 영화포스터, 스틸컷 ⓒ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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