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틀로프', 미스터리 실화에 레니 할린의 상상력이 더해지다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미스터리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20세기에 일어난 대표적인 '미해결 사건'인 '디아틀로프 탐사대 사망 사건'을 한 번 쯤 들어봤을 것이다.

'디아틀로프 사건'은 1959년 러시아 우랄산맥을 등반하던 9명의 탐사대가 전원 실종돼 사망한 사건이다. 우랄산맥에서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한 9명의 탐사대 '디아틀로프'의 사망 원인은 과학 기술이 발달한 지금까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국내 관객에게는 MBCTV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에서 소개돼 낯익은 사건이다.

'디아틀로프 탐사대' 10명은 1959년 러시아 비즈하이 마을에서 출발해 우랄 산맥 북부 지역을 거쳐 오토르텐 산을 등반한 뒤 2월12일 복귀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출발 전 날, 건강악화로 등반을 포기한 유리 유딘을 제외한 9명의 탐사대가 여정에 올랐다.

그러나 우랄 산맥을 등반 중인 이들은 2월3일 연락이 두절됐다. 9명 전원이 실종됐고 구조대가 파견됐지만 '디아틀로프'는 쉽게 발견되지 않았다. 연락이 두절 된지 두 달이 지난 5월4일 9명의 대원들은 사늘한 시신으로 돌아왔다.

당시 러시아 정부 측은 '단순한 조난 사고'라고 발표했지만 석연찮은 점이 한 둘이 아니었다. 대원들의 의복에서는 방사능이 검출됐고 텐트는 찢어져있었다. 또한 주변 전나무는 불에 타 있었다. 단순한 눈사태나 기상 이변으로는 이런 상황이 발생할 수 없다.

'디아틀로프'의 유일한 생존자인 유리 유딘은 러시아 정부 측에 재수사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리고 50년이 넘은 현재까지도 러시아 정부는 이 사건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이 사건에 관심을 가진 상당수의 사람들은 '디아틀로프' 대원들이 러시아 정부의 비밀 군사무기 실험에 희생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이 하드2', '클리프 행어', '딥 블루 씨'등 긴장감 넘치는 서스펜스 액션 영화를 연출해온 레니 할린 감독은 "디아틀로프 사건을 알게 된 후 아무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는 매력적인 미스터리에 매력을 느꼈다. 나는 단 번에 영화로 만들 이야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영화는 1959년 실종됐던 실제 '디아틀로프' 대원들의 이야기가 아닌 허구의 다큐멘터리 팀을 다루고 있다. 미국의 한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하는 홀리(홀리 고스 분)는 팀을 구성해 '디아틀로프'의 미스터리를 풀려고 한다. 우랄 산맥으로 날아가 다큐멘터리 영화를 찍어야겠다고 생각한 홀리는 영화 촬영을 전공하는 젠슨(맷 스토코 분)과 산악 동호회 학생인 JP(루크 앨브라이트)와 앤디(라이언 호레이 분) 그리고 음향을 담당할 데니스(젬마 앳킨슨 분)와 함께 러시아로 떠난다.

이들은 '디아틀로프'와 똑같은 경로를 밟으면서 우랄 산맥에 들어선다. 그러던 중 전혀 예상치 못한 사건이 벌어지면서 젊은이들은 하나 둘씩 목숨을 잃는다. '디아틀로프'의 수수께끼를 풀고자 우랄 산맥에 들어선 이들은 뜻하지 못한 장소를 발견하게 되고 생존을 위해 처절하게 몸부림친다.

아직까지 해결되지 못한 사건을 토대로 완성된 '디아틀로프'는 스릴러와 공포의 장르가 조화를 이룬 작품이다. 주목할만 한 점은 이 영화의 시점이 등장인물들의 캠코더와 핸드폰 영상을 통해 진행된다는 점이다. 주인공들이 손에 쥔 캠코더를 통해 돌진하는 적의 모습은 한층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상당 부분의 분량을 핸드 헬드 카메라로 찍은 이 영화의 장면은 투박하게 보이지만 긴장감의 강도는 매우 높다. 또한 레니 할린 감독 특유의 스릴을 넘치게 만드는 연출의 힘도 돋보인다. '디아틀로프'는 초반부에 등장하는 뉴스 장면을 통해 다큐멘터리 대학생 팀들의 실종사건을 전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는 구성을 선택했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음모에 대한 환상이 지나치게 거대해지는 점은 아쉽지만 레니 할린의 힘있는 연출력은 인상적이다. 15세 관람가, 6월13일 개봉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