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홍성욱 기자] 우리은행의 주장이자 맏언니 임영희는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우승의 주역이 된 것만으로도 벅차올랐는데, 어느덧 MVP 트로피 3개가 그의 집 한 켠에 자리 잡았다. 꿈이 현실로 바뀐 순간이다.
프로무대 14년 만에 최고의 자리에 오른 그는 ‘늦게 피운 꽃’의 대명사가 될 듯하다. 지독한 훈련이 힘들어 관둘 생각도 여러 차례 했었지만 참고 참은 끝에 비로소 열매를 맺은 그를 만나 지난 시즌과 돌아올 시즌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 지난 시즌 훈련강도가 정말 어마어마했나.
(잠시 기억을 더듬더니) 위성우 감독 부임 이전까지의 훈련은 놀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달라도 너무 달랐다. 작년에는 4월부터 그냥 미친 듯이 뛰었다.
- 힘들긴 했지만 결과적으론 제일 기억에 남는 시즌이 됐다.
평범하게 운동을 해왔기에 계속 꼴찌를 했던 것 같다. 반대로 고통을 겪었지만 얻어지는 게 많았다. 평생 기억에 남는 해가 될 것 같다.
- 지난 해 이맘때와 달라진 게 있다면.
자신감이다. 물론 부담감도 있지만 돌아올 시즌에도 잘 할 거라는 마음은 확실히 있다. 그게 가장 달라진 점이다.
- 최우수선수(MVP)가 되고나니 반응이 어떤가.
주변에서 많은 축하를 보내주셨다. 좋은 말씀도 많이 들었다. 힘이 난다. 휴가 때 다니다보면 알아봐주시는 분도 많아졌다.
- 우승하고 나서 세레모니가 아쉬웠다.
기쁘긴 했는데 처음이라 어떻게 표현해야 되는지 잘 몰랐던 것 같다. 얼떨떨했다. 다시 우승하면 잘 표현할 것 같다(웃음). 정규시즌과 챔프전을 거치고, 또 아시안컵까지 치르면서 선수들 모두 내면의 자신감이 늘어난 걸 느꼈다.
- 다음 시즌에 우승을 다툴 팀은 어디일 것 같나.
KDB생명이 멤버가 좋다. 손발을 맞추고 나오면 쉽지 않을 팀이다.
- 팀 내에서 잘해줬으면 하는 선수가 있다면.
가드 이은혜다. 정말 열심히 하는 선수다. 올해는 좀 더 잘할 것이라 생각한다. 센터 이정현 선수도 해줄 것 같다. 무릎 수술을 했는데 수술 이후에는 확실히 좋아졌다.
- 어떤 스타일의 용병이 왔으면 좋겠나.
티나 톰슨이 왔으면 좋겠다. 티나가 상대팀에 가면 무서울 것 같다(웃음). 정통 센터 한 명과 티나 스타일의 선수 한 명이 오면 좋을 것 같다. 그런 유형의 선수와 해봤기 때문에 잘 맞출 수 있을 것 같다.
- 티나 톰슨의 어떤 점이 특히 좋았나.
배울 게 많았는데 가장 크게 느낀 건 들어가던 들어가지 않던 슛을 던지는 모습이다. 특히 미국에 다녀오고 나서 청주원정 때 KB스타즈와의 경기가 기억에 남는다. 그날은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짓는 날이었다.
그런데 초반에 티나가 쏜 슛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다. 그래도 나머지 선수들은 티나가 일부러 슛을 쏘면서 감각을 찾아간다고 느꼈다. 보통은 초반에 한 두 개가 들어가지 않으면 의기소침해지는데 티나는 그렇지 않았다. 결국 3쿼터와 4쿼터에 자기가 넣을 점수를 다 뽑더라.
- 대표팀에서 해야 할 일이 있을 것 같다.
2006년과 2010년 두 차례에 걸쳐 대표팀에 갔었지만 그 때는 주로 벤치였다. 그러다보니 팀에 복귀했을 때 뛸 몸이 아니어서 애를 먹었다. 이번에는 우승도 해봤고, 아시안컵도 뛰어본 만큼 더 자신 있게 해볼 생각이다.
- 우승팀의 에이스라는 수식어가 부담스럽게 느껴지나.
처음엔 부담스러웠다. 내가 들어선 안 될 말 같았다. 지금은 받아들이려한다. ‘내가 이정도 자리에 있구나’라는 생각이 더 잘할 수 있게 만드는 것 같다. 무조건 겸손은 아닌 것 같다. 감독님도 충분히 할 수 있으니 부담을 갖지 말라고 격려를 보내주신다.
- 우리 나이로 34이다. 나이와 체력의 상관관계는 어떤가.
한 살 한 살 먹으면서 힘든 부분이 느껴진다. 단, 같은 나이 선수들에 비해서는 체력이 좋다고 생각한다. 풀타임을 뛰어도 그렇게 많이 힘들다는 생각이 드는 건 아닌데 이전과는 다르긴 하다.
- 주부선수다. 장단점이 있다면.
단점은 아무리 시댁에서 이해해주시지만 며느리다보니 신경 쓸 부분들이 많은데 도리를 못할 때 어려움이 있다. 장점은 심적 안정이다. 주말에 숙소를 나가 편히 쉴 수 있다는 점도 있다. 친정집이 마산이라 결혼 전에는 주말에도 숙소에서 지냈었다.
- 계약기간이 2년 남아있다.
요즘은 은퇴 생각을 해보게 된다. 지금 생각으론 앞으로 2년이 최대치인 것 같다. 이후에는 주부로 돌아가고 싶다. 아이를 좋아해서 최소 두 명은 낳고 싶다(웃음). 지도자에 대한 생각은 은퇴 시점에서 결정할 생각이다.
- 자녀가 생긴다면 운동을 시킬 생각은.
전혀 없다. 특히 딸이라면 더 그렇다. 아들도 취미라면 모르겠지만 선수는 시키고 싶지 않다. 소질이 뛰어나면 몰라도.
- 친한 선수는 누구인가.
어렸을 때부터 같이 농구를 했던 신정자(KDB생명)와 진신혜(하나외환)다. 남편도 신혜가 소개시켜줬는데 결혼은 내가 먼저 했다(웃음). 비시즌 때는 만나서 식사도 하고 그런다.
- 수비하기 힘든 선수는 누구인가.
다 힘들다(웃음). 한 명을 꼽으라면 김정은(하나외환)이다. 정은이는 힘이 좋고, 외곽슛과 포스트업 플레이까지 하다 보니 혼자 막기 힘든 부분이 있다.
- 올해도 룸메이트는 이승아인가.
어제 방을 옮겼다. 독방을 쓴다. 승아는 (김)단비와 룸메이트가 됐다. 승아한테 이번 시즌에는 들어오지 말라고 했다(함박웃음).
홍성욱 기자 mark@xportsnews.com
[사진=임영희 ⓒ 엑스포츠뉴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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