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의 신
[엑스포츠뉴스=김승현 기자] KBS2 월화드라마 '직장의 신'의 주요 키워드는 '공감'이었다. 비정규직이 불평등한 대우를 받는 사회적 문제를 꼬집었고 직장인의 애환 등 우리의 세태를 반영해 시청자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직장의 신'이 높은 점수를 받는 것은 비단 이러한 현실을 대변한 것뿐만은 아닐 것이다. 이 드라마는 와이장이라는 한 사회 조직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직장뿐 아니라 하나의 조직에서 남녀가 함께 있고 자연스럽게 서로 호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직장의 신'은 천편일률적인 러브라인에 무게를 두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두드러졌던 미묘한 애정 전선은 분명 있었다. 미스김(김혜수 분)에게는 장규직(오지호), 무정한(이희준)이, 장규직에게는 금빛나(전혜빈)가 얽혀 있었고 정주리(정유미)는 무정한을 흠모했다. 다만 '설마'는 '설마'로 끝났고 이들은 모두 이어지지 못했다.
남녀 주인공의 사랑과 이별은 위기와 절정의 순간이 필요한 드라마에서 긴장을 고조시키는 장치로 활용될 수 있다. 문제는 러브라인에 집중해 극이 삼천포로 빠지게 되는 사례가 부지기수였다는 점이다. '직장의 신'은 남녀 간의 호감을 당연시하며 극에 녹여냈지만 이로써 자칫 흐트러질 수 있는 이야기 전개를 사전에 차단했다.
그동안 한국드라마에는 이러한 우스갯소리가 있었다. "의학 드라마는 의사들이 병원에서 연애하고, 법정 드라마는 변호사들이 로펌에서 사랑한다"는 비아냥이다. 그만큼 사랑을 떠나서는 드라마는 성립되지 않았고 이 때문에 정작 이들의 현실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평이 있었다.
지난 2007년 방영된 MBC 드라마 '하얀거탑'은 진부한 사랑 얘기에 지친 시청자들의 마음을 붙잡았다. 철저하게 천재 외과 의사 장준혁(김명민)의 권력에 대한 야망을 중심으로 극을 풀어나갔다. 러브라인은 완전 배제된 채 의사들의 의술, 권력 암투 등 병원의 현실을 조명했다.
'하얀거탑' 정도는 아니지만 '직장의 신'은 러브라인에 집착하지 않았다. 사랑의 감정이 싹트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지만 그것이 극 몰입에 해가 되지 않았다.
더불어 하나의 메시지도 던져줬다. 드라마가 종영됐을 때 과연 시청자는 남녀 주인공이 사랑의 결실을 맺는 것을 좋아할까? 아니면 드라마가 전해주는 깊은 메시지가 뇌리에 박히는 것을 더 선호할까?
김승현 기자 drogba@xportsnews.com
[사진 = 직장의 신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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