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이해랑] 이효리는 대한민국 트렌드를 이끄는 여성이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그녀는 1세대 아이돌이었고, 노래하는 인형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솔로 데뷔는 그런 그녀의 치명적 매력 발산의 시발점이었고, 그녀의 매력은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다. 그리고 그녀는 대한민국 트렌드의 중심에 우뚝 섰다. 그만큼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은 대한민국의 가십거리이자 이슈였다. 그 많은 이야기 속에서 가장 많이 울고 울었을 사람은 이효리 당사자였으리라… 그러는 과정에서 그녀는 더욱 단단해졌다.
쉽게 사람을 믿지 않게 되었지만 자기 사람은 의리 있게 챙기게 되었고, 자신에 대한 비난에 더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되었으며,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도 빠르게 시인하고 또 수정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녀의 솔로 5집을 통해서 이제 그녀는 아주 솔직하게 그녀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효리의 목소리, 솔직해지다!!
그녀의 솔직한 목소리는 심지어 사람들을 위로하기 시작했다. 굴곡이라면 굴곡일 수 있고, 아니라면 배부른 고민일지도 모르는 그녀의 인생의 굴곡들은 그녀에게 어떤 변화들을 가지고 왔는지 그녀는 이제 자신의 이야기를 우리들에게 털어놓기 시작했다.
그녀의 5집 앨범은 매우 솔직하다. 남의 이야기를 하는 듯 노래를 부르지만 우리는 그 음색과 가사, 그리고 멜로디를 통해 이효리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임을 알 수 있다. 본인의 경험을 통해 느꼈던 슬픔과 절망, 그리고 그것을 딛고 일어나면서 형성된 자신의 새로운 자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유리거울 속 예쁜 아가씨, 지쳐 보이는 그 아가씨, 많은 이름에 힘들고 불안한 미래에 자신이 없는 아가씨. 그 아가씨는 이효리 자신이자 자신과 같이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아가며 상처받고 그 상처를 스스로 치유하는 여성들이다.
자고 나면 사라지는 그깟 봄 신기루에 매달려 더 이상 울고 싶지 않다는 이효리는 자신이 미스코리아라며, 세상에서 제일가는 여자이며 제일 멋진 여자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끝내는 직접 우리에게 이야기한다. 사람들의 시선은 중요하지 않다고, 망쳐가는 것들도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괜찮다고…. 자신에게 수도 없이했을 그 말을 이제 대중들에게 이야기해주고 있다.
사실 당당한 이효리의 위로가 우리에게 얼마나 위로가 될까 싶기도 하지만, 모든 것을 가진 듯한 여자도 나와 같은 일을 겪었다는 것은 우리에게 약간의 위로를 줄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미스코리아를 통해 대한민국의 여성들을 보듬었다면 이효리는 배드걸을 통해 대한민국의 여성들을 응원하고 있다. 욕심이 남보다 좀 많은 여자, 지는 게 죽는 것보다 싫은 여자는 바로 우리다. 그리고 우리는 독설을 날려도 빛이 나고, 알면서 모른 척 하고 싶지 않다. 착하게 살아봤자 남는 거 하나 없어 이젠 못 참겠다. 물론 현실에서는 참겠지만 그녀의 노래를 통해 우리는 잠깐의 일탈을 꿈꿔볼 수 있다. 현실의 절망과 욕망 그 어디쯤 더 이상 물러날 수 없고, 결국 남들 모르게 애써 웃음 짓는 이효리와 우리들.
그녀는 그런 우리의 현실을 명확히 알고 있다. 우리가 bad girl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정해주고 있다. 그리고 그 인정은 우리를 다시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자 응원이다.
다른 트랙들 역시 그녀는 그녀의 상황, 혹은 좋지 않은 상황을 담담하게 인정하고 있다(사랑의 수표, 내가 미워요). 그리고 지치고 절망에 빠진 사람들을 위로한다(Holly Jolly Bus, Special). 사실 담담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이 모든 것을 담담하게 만든다. 그래서 더 슬프고, 또 때로 위로가 된다.
우리를 위로해주는 이효리의 모노크롬
모노크롬. 흑색 또는 그 밖의 한 색만 사용해서 표현하는 단색화나 일러스트레이션. 이효리의 5집 앨범이 왜 모노크롬인지 그녀와 프로듀서의 의도는 아직 모르겠다. 하지만 이효리라는 단 하나만의 색을 통해 만들어낸 앨범이라는 생각이 들고, 그래서 모노크롬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솔직한 이효리의 5집 앨범 모노크롬은 그녀의 아픔과 경험, 그리고 그녀의 회복이 결국 내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며, 담담하게 그것을 그려나가는 과정을 통해 우리의 것들도 담담하게 지나갈 것이라는 알려준다. 이 과정에서 이효리의 모노크롬은 우리에게 위로도 전달하고 있다.
과거 효리 언니는 나이를 먹어감에도 여전히 pop한 느낌을 지니고 있고, 거칠 것이 없어서 부러운 언니였다. 그리고 자신의 음악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계속해서 보컬과 라이브, 퍼포먼스에 집중하는 프로페셔널 때문에 부러운 언니였다.
그러나 2013년 효리언니를 부러워하는 이유 몇 가지가 모노크롬을 통해 추가된다.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으며, 단순히 솔직한 것이 아니라 그 이야기로 누군가를 위로할 수 있는 효리언니가 되었다는 것이 그녀를 부러워하게 된 새로운 이유다.
효리 언니 고마워요, 대한민국에서 여자로서 여전히 예쁘고, 여전히 당당해서 고마워요. 왜인지 내가 뿌듯해요. 그리고 효리 언니 고마워요. 언니의 매력적인 목소리로 언니를 솔직히 털어놔줘서, 그리고 날 위로하고, 응원해줘서…….
[글] 이해랑 객원 칼럼니스트 · 대중문화부 enter@xportsnews.com
[글] 이해랑 객원 칼럼니스트 · 대중문화부 ente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