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로라 공주
[엑스포츠뉴스=신원철 기자] 분명 첫 회인데, 어디서 많이 본 기분이 든다. 주인공 역시 익숙한 얼굴은 아닌데, 묘하게 겹치는 인물이 있다. '기시감'(한번도 경험한 적이 없는 일 등이 이전에 언젠가 경험하였거나 보았던 것처럼 여겨지는 느낌). 20일 첫 방송된 MBC 새 일일드라마 '오로라 공주'가 방송된 후 떠오른 단어다.
작가 임성한이 돌아왔다. 2011년 SBS 드라마 '신기생뎐' 이후 한동안 휴식기를 가졌던 그가 돌아온다는 소식에 많은 이들이 '막장'의 귀환을 떠올렸다. 자극을 넘어 황당한 상황 설정과 독특한 인물 설정 등 임 작가가 참여한 작품들은 대부분 '막장'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럼에도 시청률을 확보하는 데 있어 임 작가만큼 확실한 카드도 없었다. MBC '인어아가씨'와 '왕꽃 선녀님', SBS '하늘이시여'와 '신기생뎐' 등을 통해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를 썼다. 이제는 '임성한 표 드라마'가 하나의 브랜드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임 작가는 자기만의 작품세계를 선보이며 배우보다 더 주목받는 작가가 됐다. 하지만 그 작품세계가 너무 독특한 나머지 '오로라 공주'에서는 그의 전작이 겹쳐 보인다.
갑작스러운 상황 전개와 내용과 큰 연관이 없는 장면을 집어넣는 것은 그녀의 전매특허다. 주인공 오로라(전소민 분)의 첫 등장은 남자친구의 어머니를 만나는 것으로 시작한다. 로라는 그녀의 삐져나온 코털을 자르는 상상을 한다. 로라의 당찬 성격을 드러내는 장면이라 해석할 수도 있지만, 이 점은 이미 그녀의 태도에서 충분히 드러나고도 남는다.
이러한 면은 첫회 마지막 장면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 잠든 황마마(오창석) 옆에서 누나 시몽(김보연), 미몽(박해미), 자몽(김혜은)이 염불을 외는 모습, 베일 사이로 얼굴을 드러낸 마마의 모습이 이어지며 첫회가 마무리된다. 시청자를 당황하게 하는 주인공과의 첫 만남이다.
비현실적인 인물 설정도 여전했다. 극중 오로라의 개인비서로 설정된 한수다(정연주)는 로라를 "애기씨"라 부르며 어깨를 주무르는 등 수발하기에 바쁘다. 인터넷 게시판에는 "애기씨"라는 대사만 듣고도 임 작가의 작품임을 알아챘다는 이가 있을 정도다. 마치 '몸종'을 연상시키는 수다의 행동은 "계급과 재산이 아닌, 이 시대 사랑의 장애가 어디서 오는지 들여다보고, 가족이 서로 이해하고 용서하는지 보여줄 것"이라는 기획 의도가 무색해지게 만든다. 계급 차이를 노골적으로 보여주면서도 사랑의 장애는 계급 차이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셈이다.
주인공이 신선한 얼굴이라는 점과 별개로 임 작가의 전작에 출연한 배우들이 출연한다는 점도 기시감을 배가시키는 데 한 몫한다. 배우 박해미는 '신기생뎐'을 통해 안방극장에 진출할 수 있었고, 이번 작품으로 다시 임 작가와 인연을 이어갔다. 박해미의 동생으로 출연할 김혜은 역시 '아현동 마님'으로 데뷔해 임 작가와 함께 작품을 만들었다. 극중 오로라의 할머니가 될 배우 서우림 또한 '신기생뎐', '보석비빔밥'에 출연했다.
'오로라 공주' 방송은 총 120회로 예정됐다. 앞으로 남은 119회 동안 이 '기시감'은 계속될 것이다. 어쩌면 여기서 오는 익숙함이 높은 시청률의 원인일 지도 모른다. 확실한 것은, 그 기시감 때문에 '절대로 보지 않는다'는 시청자와 '그래서 보게 되더라'라는 이들로 나뉜다는 것이다.
신원철 기자 26dvds@xportsnews.com
[사진 = '오로라 공주' 공식 포스터, 전소민, 김보연, 정연주, 서우림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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